• [독서 일기] 책 한권으로 얻는 인생의 행복.2011.12.05 AM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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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에 쫓겨쫓겨 간략간략하게 쓰는 독서 일기.

일단 변명 좀 하겠습니다. 깁스, 깁스. 왼손에 전치 3주 깁스를 했어요.(오늘이 3주째인데 아직도 안 나음;;) 굳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마이피에서 왜 이런 구차한 변명까지 하냐면, 사실 올해의 독서일기는 제 자신과의 약속이었거든요. 그러니 이런 한탄은 다 제게 다하는 소리입니다. 그나마 위안은 좀 되는 게, 다쳤다고 아예 안 읽고 안 쓴 건 아니었거든요. 제가 선정한 ‘이달의 책’은 몇 편 리뷰가 부족했지만, 읽기야 다 읽었고 ‘나꼼수 뒷담화’ 라던가, ‘보수를 팝니다’ 라는 소위 트렌드에 맞는 Hot한 책을 보충으로 리뷰해 나름 만족합니다. 뭐, 잡설은 여기서 줄이도록 하고요. 그럼 ‘날림 리뷰하는 11월의 책’으로 이 달은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이유는 12월의 책을 주문해서;;, 오면 바로 프리뷰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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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의 조건-하버드대학교 · 인생성장보고서, 조지 베일런트, 프런티어, 2010.


올 한해 읽은 것들 중에서 제게 ‘삶의 궤도를 바꾼 책’을 꼽자면, 저는 이 책을 첫손으로 꼽겠습니다. 놀라운 책입니다. 대부분의 좋은 책들은 어떤 분야의 책이든지 화두를 독자에게 명확히 전달합니다. 요 책의 화두는,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입니다. 이 짧은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저자는, 천여 명에 달하는 세 분류의 집단군을 대상으로 80년의 시간을 투자해 조사합니다. 그것도 몇 년 단위로 새로 갱신하는 추적 조사를 통해서요. 원래 통계라는 것이 표본 대상이 많을수록 정확해지는데, 여기서는 수많은 개성들의 행복필수요소에 대한 평균값이 적나라하게 설명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이런 평균값들의 설득력은 제게는 굉장하게 다가옵니다. 어디까지나 저도 평균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는 평범한 시민이니까요. 이런 제가 삶의 선배들에게서 교훈을 찾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반면, 이 책은 약점도 뚜렷합니다. 애당초 ‘사례조사 연구결과’라는 건 대충 생각해도 답이 나오는 걸 명확히 하자는 것이거든요. 이 책의 8장 ‘삶을 즐기는 비밀’ 단락을 예로 들어 봅니다. 목차를 나열하자면,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라, 놀이 활동을 즐겨라,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찾아라, 평생토록 배워라’입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죠? 이 뻔한 이야기에 대해 사례를 찾아 인터뷰 내용까지 실으니 주위 분들 중에서는 ‘내용은 빤하고 구성이 산만하다.’라는 평을 내리신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앞선 평가에대해 ‘지적 획득’이라는 독서의 결과에만 치중한 성급한 결론이지 않나 라는 의구심이 좀 듭니다. 우리가 스포츠를 볼 때, 꼴찌의 완주에도 눈길을 보내는 이유처럼 과정에도 눈여겨 볼 필요는 많아 보입니다. 독서 과정에서 ‘만약 내가 저 사람의 입장이었으면, 과연 삶을 저런 태도로 볼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지니며 감정 이입을 한다면, 이 책은 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여지가 충분합니다.


책 중점 부분만 간략히 소개한다면,

1. 노화의 정의 : 전향적 추적조사의 연구 의의와 한계
- 노화는 쇠퇴가 아니다 발달 과정의 일부이며 성장이다.

2. 발달 과업의 종류와 완수. 방어기제의 성숙.
- 첫째, 독립된 존재로서의 ‘자기 정체성 identity’, 둘째,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한 상호호혜주의의 ‘친밀감 intimacy’의 발전, 셋째,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직업적 안정성 career consolidation’, 넷째,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생산성 generativity’ 다섯째, 전통을 다음 세대에 승계하게끔 하는 ‘의미의 수호자 keeper of the meaning’,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을 관통하여 통찰하는 ‘통합 integrity'.

3. 인생 전체에서 유년기는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
- 절대적 영향은 아니다. 극복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적으로는 오히려 극복한 사람이 많다.

4. 생산성. 인생에서 가장 큰 질문. “당신은 자녀에게 무엇을 배웠는가?”
- 첨언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은 대단히 중요한 인격적 성숙을 나타냅니다. 우선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둘째,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셋째, 자녀의 단점은 보완해주고 장점은 부각시켜 보는 시각. 넷째, 자녀들의 평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본인의 삶에 대한 자신감. 그 외에도 많은 의미에 대해 대표성을 지닌 질문입니다. 읽다가 무릎을 쳤음.

5. 전통을 수호하여 전달한다고 해서 노년은 다 보수적 성향을 띄는가?
- 아니다.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지 관점을 전달하는 건 개인의 성향이다.

6. 통합의 단계에 도달한 성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생의 가치를 믿는다.
- 나의 삶이 타인의 토양이 되었으니, 죽음은 나에게 다른 꽃의 비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하리라.

7.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
- 중요한 점은 생리적 건강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이다. 객관적으로 건강하면서 노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건강하지 못하다고 믿는 사람은 불행하다. 노화에 대한 적응력을 개발하는 태도· 불편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 자체도 성장이며 성숙이다.

8. 행복한 노년의 삶.
-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라, 놀이 활동을 즐겨라,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찾아라, 평생토록 배워라.

9. 나이가 들면 더 지혜로워지는가?
- 아집에만 갇히지 않는다면, 그렇다.

10. 종교는 노년에 도움이 되는가?
- 미성숙한 종교적 신념의 특징: 도그마(교리에 집착), 전능하고 폐쇄적임, “주는 나의 목자시니,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네.”(부모자식 관계로서의 고착), 수치심·의무감·심판.
- 성숙한 영적 확신의 특징: 메타포(교리가 은유라는 것을 인정, 중요한 것은 생활), 자발적이고 열려있음, “상처를 입었으니, 신이여 상처를 치유해 주소서.”(협력관계), 긍정·감사·용서.
- 나이 든다고 영성이 깊어지지는 않는다. 단,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은 우울증이 올 확률이 적다.
- 종교에 대해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

11.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변하는가?
- 변한다. 좀 더 느긋하고 관대해진다. 이는 생물학적 경향이기도 하다. 단, 흥미롭게도 정치적 성향은 큰 변함이 없다.

12. 노년 시기의 행복의 조건.
- 마지막 숨을 몰아 쉴때까지 권위가 있어야 되고 품위가 있어야 한다.


결국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세대와 인종 그리고 기타 사회적 격차를 뛰어넘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열린 대화의 태도와 그 실행 여부입니다. 행복하려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책의 말미에 인용한 연설이 구구절절 명문입니다. 이 연설의 마지막 문장을 소개하며 줄이겠습니다.

“일단 한 번 핀 꽃은 영원히 계속해서 어딘선가 꽃을 피운다는 것을. 우리가 모른 척 내버려두지만 않는다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이 기억하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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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간략하게 한다는 게 중간분량 정도는 적었네요. 원래 두 편하려고 했는데, 한 편에서 줄입니다. '감정 노동'은 다음 기회에... 먼저 12월의 책 프리뷰부터 해야 겠습니다. 부지런히 써야 겠네요. ^^

꽃핀청춘용쓰님 댓글 감사합니다.

댓글 : 4 개
좋은책이네요 저도 구입할 마음이 생겼어요 서점가봐야할듯
행복의 조건 원하는것을 누리는 것 = 돈
체인지맨// 쬐끔 산만한 점이 있습니다. 읽으실 때 한 단락 정도의 분량으로 집중하며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농협중앙회// 이 책은 결국 그 '돈'이 아니라고 하지요. 단순히 잠언적 발언이 아니라 통계로 인한 정밀한 분석의 결과입니다. 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불행이 아닌 상태와 행복한 상태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듯합니다. 옛말에,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없으나 불행을 막을 수는 있다.'라고 하는데, 이도 엄연한 사실이죠. 그래도 굳이 행복과 돈을 등치시키는 것 자체가 불행의 원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최근에 책을 한 3권 사는바람에
이 책구매는 잠정적 보류해야겠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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