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한 해 끝자락 12월에 이 책은 어떠세요?2011.12.07 AM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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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월초엔 이 달의 책 선정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읽고 싶은 것과 읽어야 하는 것. 그리고 제한된 독서 시간과 빤한 지갑 사정 같은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 봐야 하죠. 친구가 그러면 네가 돈 여유 있을 때는 한꺼번에 많이 구매하면 되질 않느냐? 라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제가 먹이통 앞의 햄스터처럼 괜히 장바구니 앞에서 넣었다 뺐다하며 클릭질을 멈추지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우선, 시간. 제가 게을러서 그런지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은 못 읽겠더라고요. 하긴, 게임하고 루리질 할 시간을 줄이면 넘쳐 나는 게 시간인데, 습관의 관성이 참……. 여튼, 시간 내 읽지도 못하는 10권은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분량이 넘쳐나면 숙제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제게는 한달 내에 부담 없이 읽을 딱 4권이면 족합니다. 두 번째는 독서의 흐름이 필요해서입니다. 독서는 어디까지나 계획이거든요. 한 권을 마저 다 보면, 고민이 생깁니다. 이 분야를 계속해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흥미를 찾을 것인가?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지적 호기심이 이어지는 거지요. 한꺼번에 구매하면, 이런 흐름을 갖기 힘듭니다. ‘깊이냐, 넓이냐’의 고려는 많을수록 좋은 겁니다. 흠. 잡설이 마냥 긴데, 여기서 줄이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대중매체 이론과 사상, 강준만, 개마고원, 2001.


시기와 행운이 겹쳐 제 손에 들어온 책입니다. 구매한 책이 아니고, ‘새턴인’이라는 루리분이 나눔 하셨거든요. 이 책 말고도 귀한 책 많으시던데, 다 팔고 술 한잔 하시는 것보다 다른 공부할 분에게 양도한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받으러 갔습니다. 다른 교양서도 많았는데, 저 혼자 욕심 부리면 염치가 없어서 이 한권만 들고 왔습니다. 그럼 다른 책들 중에 왜 이 책이냐?


첫 번째 이유는 ‘종편’ 이라는 시기의 문제, 이제 종편이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시청률 자체도 참담할뿐더러, 내용면에서도 암담했습니다. 개국 첫 날 종편의 4채널 모두 ‘박근혜’특집을 편성해 내보낸 걸 보면, 정치적 편향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우석훈씨는 ‘종편, 차라리 잘됐다.’라며 ‘자칫하면 종편이 조중동을 말아먹는다.’라고 경고 하셨습니다. 왜냐면 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초기 투자가 천문학적인데 반해 주된 수입이라고 할 수 있는 Tv 광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및 하락세거든요. Tv라는 매체 자체가 지속가능한 가치창출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기존 3사를 넘는 4개의 채널이라……. 자기 발판을 만든 건지 자기 무덤을 판 건지 두고 봐야 볼 일입니다.


다음으로는, 책의 저자가 ‘강준만’이기 때문이지요. 제가 강준만씨 저서에 한동안 열광한 적이 있습니다. 강준만의 책은 서문부터 차례, 용어설명,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까지 모두 곱씹어 볼 만한 몇 안 되는 부류입니다. 대개 인문학(특히 정치, 사회, 미디어)의 서적들은 방금 말한 부분에 취약하기마련인데, 이는 각 저자의 게으름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워낙 방대한 내용이 초를 다투어 쏟아 부어지기 때문이라고 봐야 옳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세밀하게 구성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은 ‘강준만집필팀’의 구조 · 분업화된 노력 때문이겠지요.

여튼, 잘 보겠습니다~~~`. _(_.,_)_




※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앨버트 O. 허시먼, 웅진지식하우스, 2010.


구매 계기는, 김용민의 ‘보수를 팝니다’ 덕분입니다. 김용민 전!교수는 한국 보수에 대해서 알기 쉽게 구분해 놓았는데요(관련 리뷰는 http://mypi.ruliweb.daum.net/mypi.htm?id=samsher83&num=1228). 한국 보수의 집권 경향을 ‘미래의 부도수표를 담보로 현재의 유권자 표를 산다.’라고 간략히 정의해 놓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오세훈의 ‘뉴타운’이죠. 요즘에 ‘일용직행정교원 무기계약직 정책’으로 또 열심히 팔고 있습니다. 공짜점심 논란을 야기했던 무상급식 소요비용이 300억인데, 이걸 빨갱이칠 해놓고, 예산안 처리가 다가오자 1조원의 무상보육을 복지 아젠다로 형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제는 좀 '속지' 맙시다.


그런데, 위의 분석은 결국 한국 내의 기묘한 예를 대상으로 한 거죠. 상식적인 보수는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상식 밖의 일을 벌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개의 보수는 어떤 논리로 자신을 세일즈 하는가? 그 세일즈의 세가지 ‘수사적 무기’를 역사적인 일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째, 그래봐야 너만 힘들어진다: 역효과 명제. 둘째, 백날 해봐라, 아무 일도 안 벌어진다: 무용 명제. 세 번째로, 복지를 이야기 하는 사람은 다 공산주의다. 위험 명제. 결국 이 세 명제가 바라는 효과는 대중의 비관적 허무주의입니다. 또한 위 논리는 개인의 감정에 호소하고 즉시적인 현실의 표상이기에 설득력도 굉장하지요. 그러면 진보는 어떻게 이 그물들을 벗어나 민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흥미 돋습니다~~.




※ 열려라 클래식, 이헌석, 돋을새김, 2007.


이 책의 구입은 지적 충족이라기보다, 대화의 수단으로 써볼까 싶어 구입했습니다. 제가 올해부터 뒤늦게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생활하던 중 옆방에서 바이올린을 조용조용 켜시더라구요. 수업 때 일면식이 있어 방으로 찾아갔는데, 바로 앞에서 보는 라이브의 감동은 캬~.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분과 뭔가 대화를 해볼 요량으로 샀습니다.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그 사람이 제일 잘하는 걸 화제로 삼아야겠죠. 딱, 그 이유로 샀습니다.

구입 후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책의 저자가 대중음악 평론가란 점입니다. 아니 록이나 댄스 음악을 자주 접할 것 같은 대중음악 평론가가 클래식이라니요? 서문을 읽어 보니, 좋은 대중음악은 대체로 클래식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곰씹으면 더 잘 느낀다. 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음악 분야에 대한 대중적 교양서는 결국 백과사전식 구성을 지니기 마련인데요. 백과사전식 구성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반복되는 형식에서 오는 지루함입니다. 이를 탈피하려면, 그 반복 와중에도 큰 맥락을 가지고 지식 전달의 점층이 있어야 되는데요. 얼마나 잘해냈을 지 기대되는군요.




※ 브레인 룰스, 존 메디나, 프런티어, 2009.

독서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 구입했습니다. 올해는 지식의 편식을 막고자 자연과학에 좀 치중하고자 했는데요. 덕분에 ‘진화’을 바탕으로 한 여러 교양서를 많이 읽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비롯해, ‘통섭’,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훑어 봤지만;;)’, 맥락은 다르지만, ‘브레인 스토리’까지요. 생명체 진화의 정점이 인간의 뇌라는 건 누구도 부정 못 할 사실인 듯 합니다. 뇌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진화의 단계를 유추하는 일과 동일한 선상이지 싶습니다. 서문을 읽고 흥미로웠던 점은, 예로 든 책들 대부분의 전제가, ‘인간의 생태적 본능은 구석기 시대에 머물고 있다.’는 겁니다. 건강을 비롯한 인간사 대개의 문제는 당면한 문화적 현실과 생태적 본능이 부정교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 인간의 본능에 맞는,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에 대한 총체적 의미의 학습은 어떤 매커니즘을 이루고 있고 그에 따라 어떤 환경을 구성해야 할까요? 이 책에 답이 있는 듯합니다. 재미있겠네요.


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진화심리학이나 진화사회학 책 탐독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쯤 진화윤리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읽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진화로서, 즉 본능을 매개로 하는 인간군상의 설명은 굉장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인간 개개인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무식한 예로, 인간사회가 생존경쟁이라고 설명되어도 그게 과연 인간의 사회에서 바람직한 것인가? 에 대한 판단은 다른 층위의 문제입니다. 어렵게 말하면, 철학적 존재론에 대한 논의가 되겠습니다만, 역량이 안 되어 넘어가겠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인간은 지구 생태계를 통틀어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고민하는 유일한 종이라는 사실입니다.

12월은 이 4권으로 충만할 듯 하네요~. 그럼 다들 행복하기 위해 충실한 겨울나기 준비 잘 하시길 바랍니다~`.





Ps. 레이피엘큐트, 아드레날린99, 체인지맨 님 댓글 감사합니다. _(_.,_)_

댓글 : 4 개
으음...농담처럼 달은 댓글이었습니다만....
미래의 부도 수표로 유권자의 표를산다..
는 좀 흥미가 이네요.,
12월엔 좀 감성적인 달콤 짭짜름한 책을 읽고싶네요.
그래서 전 골랐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브레인룰스! 저도 읽었습니다 ㅎㅎ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쪽에 관심이 잇었거든요.
그나저나 가끔 들르지만서도, 열심히 책을 읽고 리뷰하시는게 굉장하다고 느꼇습니다. 보통은 잘안하잖아요 ㅎㅎ. 즐거운 독서생활되시길!
레이피엘큐트// 또 방문을.. ㅋㅋ 감사합니다. 요번 김용민 전!교수의 보수를 팝니다는 한국 정치 입문서로 되게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프로듀서를 해서 그런지, 구성이 집약적으로 '딱 그것만은 정말 이해 잘할 수 있게' 편성했더군요. 느슨하게 읽어도 이해가 쏙쏙!

개발자S// 달콤 짭짜름한 러브 크래프트 전집이라.. 갑자기 한기가 돋네요. ㅎㅎ

클라시커// 돈안드는 취미 찾다보니.. 이런 결과가. ㅋㅋ 대략 생각하고 구상한 다음 대충 끄적 대면 2시간은 총알 같이 지나갑니다. 권태를 보내는 저 만의 방법이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은, 나중에 시간 가면 읽은 내용은 머리에서 초 단위로 휘발되고 딱 쓴 것만 기억에 남더라구요. 기껏 읽은 게 아까워서... ^^

그리고 본문에도 적었지만 진화ㅁㅁ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관련해서 윤리학도 읽으시면 좋습니다. 머리에 균형추가 채워지는 기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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