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5월의 책 프리뷰, 마이클 샌델 신간 외 3권.2012.05.02 AM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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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입니다. 그러나 4월 리뷰는 없네요;; 4월엔 총선 때문에 기력이 빠져서 그런지 정치 관련 글 몇 개 끄적이고 방전상태입니다. 중요한 건 책인데 말이죠. 리뷰는 줄창 밀려 있으면서 프리뷰를 써야 하는, 밀린 숙제를 등에 업고 예습을 하는 그런 심정입니다. 제 등 뒤로 날씨는 화창합니다만 앞 쪽 가슴엔 돌덩이가 읽은 만큼, 안 쓴 만큼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아 이 게으름. 어찌해야 될지.


사실 5월 맞이 책은 한 권 밖에 안샀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3권은 무엇이냐? 총선 후유증을 견디지 못한 충동구매의 결과입니다. ‘책값 타령하는 사람 치고 책 사는 사람은 없다.’고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사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예산 외 지출은 속이 좀 쓰립니다. 특히나 4월엔 총선 이후 위로와 자조 겸 술값도 녹녹히 나간 터라 더 그렇네요. 그래도 뭐라도 봐야지 속이 찰 것 같아 질렀습니다. ^^. 어쨌든, 5월의 책 시작하겠습니다.





※ 월급의 비밀 -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박유연외 2명, 카르페디엠, 2010.

사자마자 읽어서 쓰는 지금 다 읽은 상태입니다. 이 책의 구매 이유는 딱 하나, 박유연이라는 저자 때문에 샀습니다. 공동저자가 아니라 단독저자로 나왔던, ‘경제기사, 이보다 쉬울수 없다.’란 책이 되게 좋았거든요. 이 책보다 그 책이 진국입니다. 이제 상식이 된, GDP와 GNP의 설명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흔히 경제면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용어에 대한 설명이 오밀조밀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년에 경제 공부를 해보고자 한 마음에 ‘경제 상식 사전’을 같은 시기에 샀는데요, 차이가 존재합니다. 경제 상식 사전은 말 그대로 용어만 설명한 것이고 경제 기사는 거시적 경제 구조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여,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나, 또한 북한과 우리와의 경제 규모 및 협력 방안까지 세밀하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사례 충만한 교과서라 불러도 무방한 책입니다. 주위에서 경제 공부를 해보겠다 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이 바로 ‘경제기사, 이보다 쉬울 수 없다.’입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책은 ‘경제 기사 …….’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문단을 할애한 이유는, 프리뷰 대상인 ‘월급의 비밀’은 그에 비해 꽤나 못났기 때문입니다. 과연 같은 저자가 썼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단편적인 사실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흥미 돋는 사례는 많습니다. 예로 왜 옆집이 잘살면 기뻐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 요점만 소개한다면, 공공정책을 구성할 때 반드시 ‘효용’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 효용의 계산에서 지역민의 개별 1인당 생산가치가 상당한 평가 요소로 포함되거든요. 이 생산 가치의 총합으로 공공재 투입의 여부가 결정되는 겁니다. 그러니 내 옆이 잘살면 그 만큼 나도 덕을 보는 거지요. (반면, 공공재 투입의 우선순위여야 할 빈민가에 사실 정책 추진이 주저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 룰라 대통령의 명언이 기억납니다. 왜 부자에게 이로운 정책은 ‘투자’라고 말하고, 빈민을 위하는 정책은 왜 ‘비용’이라 하는가?)


그러나, 이번 책은 위와 같은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의 맥락으로 꼬아 매는 데는 미진한 면이 많습니다. 월급에 대한 놓치기 쉬운 여러 이면들을 보여주면서도 이 이면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발현되는가도 함께 분석되어야지 비로소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냥 사실이 이렇다 정도로 나열하는 것에 그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광고 문구에 비해 좀 약하네요. 반면, 도움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월급쟁이는 반드시 알아야 할 재테크 요령]과 [월급쟁이를 위한 연말정산과 비과세의 모든 것] 이런 마무리 부분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매번 겪으면서도, 내 손으로 직접 이루어지지 않기에 인지범위 밖에 있는(월급명세는 재무과가 알아서 다하잖아요. ^^;;) 생활에 대해 초점을 맞춰 줍니다.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지급명세서를 훑어본다면 이 책의 200% 활용법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하튼, '월급'을 알고 싶다는 분에게는 추천할 수 있어도 '월급을 통해 경제를 알고 싶다'는 분에게는 비추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역사, 남경태, 들녘(코기토), 2008.

남경태씨 책은 이로서 세 번째 만남이 되네요.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 남경태의 철학, 그리고 남경태의 역사입니다. 그렇다면 남경태는 누굴까요? ^^. 저는 잘 몰랐는데, 저자의 대표작은 ‘종횡무진 세계사’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중·고등학생용 교양서의 느낌이라서 왠지 모를 편견에 저어한 면이 있습니다(실제로 해당 학년 교양서로 추천 많이 받습니다.) 목차를 살펴보니 말 그대로 편견에 불과하더군요. 내용이 아주 탄탄합니다.


남경태의 저서 중에는 역사와 철학 책들이 주류기 때문에 혹시 철학자인가 갸웃했는데요, 알고 보니 ‘사회학과’ 출신입니다. 더군다나 최종학력 학사네요. 흔히,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탄탄한 이론적 배경서의 집필자는 의례 유망한 박사 출신 학자이지 않을까 라고 추측하기 쉬운데요, 오히려 남경태씨의 저력은 사회학자이고 학사 출신이어서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회과학자이기 때문에 역사와 철학이라는 거대한 산맥들을 다 묘사하는데 질리거나 지치지 않고, 그 산길과 사이의 물길이 닿는 골짜기 부분 즉, 현실에 놓인 부분만 예리하게 그려낼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또한, 학사이기 때문에, 세부 사항에 대한 전문적인 핍진함이라는 무게에서 벗어나 (혹은 일상생활에서의 학자적 알력) 보다 자유롭게 통섭된 시각으로 맥락을 훑어 낼 수 있지 않는가 추측되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남경태씨는 다른 저서 ‘개념어 사전’에서 사실 ‘자신의 글은 객관으로 서술되었다기보다, 객관을 바탕으로 둔 주관의 편집이라는 거다. 설명이라기보다는 주장이다. 비유하자면, 글이 아니라 그림에 가깝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역사’가 일률적인 주장에 가깝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수긍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집필 자세는 앞서와 같은 ‘내용의 공정성’의 부분에서 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 전문성 때문에 분리되 유리될 수 있는 역사의 다양한 측면을 여러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 무방하겠습니다. ‘역사’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감히’라는 말을 붙이지요. 또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과감한 통섭, 그리고 지역적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발현되는 기저의 역사적 양태를 일맥적으로 보여 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또한 남경태 특유의 주절거림 및 비아냥도 참 재미있습니다. 문장의 자유로움이 주는 사고의 다채로움을 향유하실 분은 어서 빨리 구입하세요. 지금 50% 세일합니다. ^^ (사실 이것 때문에 샀긔.. ㅡ.ㅡ;;)





※ 인간, 에른스트 페터 피셔, 들녘(코기토), 2005.


작년 이맘때지 싶습니다. 세계철학사 책을 보며 인간의 이성은 어떻게 비롯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을 때였습니다. 사실 칸트로 느낌표를 찍는 이성예찬론자들에게 이성은 인간으로서 주어지는 것, 혹은 지니는 것이라는 본유(本有)적 시각이 다수거든요. 이와 같은 인문학적 설명은 이성이라는 개념에 해석과 주석은 붙일 수는 있어도, 물리적이나 생물학적 도해는 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성이 머물고 있다고 추측되는 기관인 뇌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후배 중에 간호학과인 녀석이 있어서 막무가내로 인체에 대한 책 하나 소개해 달라고 했지요. 그래서 추천받은 게, ‘인체 생리학’ 책입니다. 이때까지 저는, 의학이 크게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거든요;; 첫 페이지에 이온 이야기 나오는 걸 보고 학을 땠습니다. 엄연한 전공서에 도전하는 것은 비전공자인 저에게는 독서의 범주를 뛰어넘는, 교양의 한계에 직면하는 행동이었습니다. 당연히 포기. 그 다음으로 선택한 게, ‘브레인 스토리 - 의식의 탄생’이었습니다.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내용을 다시 책으로 편찬한 것이라, 내용의 질과 더불어 내레이션을 듣는 듯한 깔끔한 해석도 일품이었습니다. 생각의 구조는 세포 하나의 질적 요소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 세포, 뉴런의 수도 없는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그 병렬 패턴이 사고의 지도를 이룬다는 점은 흥미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그런데도 미진한 점은 분명 보였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인간 사고의 총체적 모습이었거든요. 여기서 총체적이라는 것은 뇌라는 하나의 기관에서 벗어나 인체가 그리고 그 생체적 총합이 결국 어떻게 행동으로 빗어지느냐 였습니다. 또한 단순히 결과로서 무엇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서술적 기술보다는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도출되었느냐는 과학사적 지식도 함께 얻고 싶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맥락이죠. 바로 위의 책이 작년에 제가 찾던 해답이 될 수 있는 듯합니다. 일단 저자의 문제의식부터 마음에 들었거든요.


저자가 서문부터 지적한 것은 현재 의학의 이해가 데카르트식의 환원주의에 묻혀 있어, 소립자·원자·분자로서의 물리학·화학, 거대분자 및 소기관의 생화학 및 분자생물물리학, 세포와 조직의 세포생물학 및 생리학 그 뒤로 기관을 다루는 신경 생물학 등으로 너무 세분화 되어 있는 바람에 각 단위 별 이해는 가능해도 종합적 이해는 날이 갈수록 어렵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환원주의라는 것은, 복잡한 개체를 이해 가능한 부분으로 계속 나누어서 세분화한 다음에 그 세분화된 이해에서 위로 도식화 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현대 과학의 기본적인 연구 방식입니다) 이에 반드시 필요한 게 ‘통섭적 사고’입니다. 이미 20C 후반부터 위와 같은 환원주의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 때문에 ‘부분의 총합으로서 전체를 나타낼 수 없다.’는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 겁니다. 이러한 저자의 접근법 덕분에 책 자체가 일반적인 독자에게 이해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정확하지만 전문적인 용어의 향연 대신 약간 뭉뚱그렸어도 이해가 용이한 문학적 문장이 주를 이룹니다. 초반 두 단원 정도 읽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그림, 그리고 세밀한 도표가 초심자를 반기네요. 이 책을 다 보면 ‘인간’에 대한 전체 묘사로서의 습득이 가능할 듯합니다. 기대됩니다.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2012.


그 ‘정의 justice’로 빛나는 센델의 신간입니다. (이과생 여러분. definition이 아닙니다.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산지 나흘 만에 다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드리기가 어렵네요. 며칠간 주위에 이 책 추천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입니다. 부제로서 알 수 있듯이,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한 논지이죠. 출판사가 아무래도 ‘시장’과 ‘도덕’이란 용어가 딱딱했는지, 이를 ‘가치’로 전환시켜 버렸습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가치의 결정이 아니라 ‘가치의 변질’에 대한 내용인데 말이죠. 흠.


필독서입니다. 현재까지 제가 읽어 본 센델의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 왜 도덕인가?, 생명윤리를 말하다(그냥 훑음), 그리고 바로 이 책인데요, 앞선 정의와 도덕이 팔린 부수에 비해 생각보다 낯설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사전 지식의 필요함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공리주의, 자유주의, 의무론, 합목적론 등의 철학 사상으로 논쟁한 책이라 아무래도 철학 일반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왜 도덕인가?’는 책 후반부에 미국의 정치 체계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서, 미국 의회 정치의 양 축인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에 대해 어느 정도 알음알음이 있어야 했습니다.(또한 번역이 딱딱해서 원;;)


그런데, 이번 책은 그 골치 아팠던, 철학 사상과 철학자 그리고 체계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다분히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지향의 사회 현상에 대한 도덕적 잣대에 대해 말해보자는 겁니다. (실제로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한국에서도 동일합니다. 오히려 물신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는 더할 수도 있습니다.) 대리모 서비스, 기부금을 통한 명문대 입학 허가, 전담 의사의 고용, 독서 능력 향상을 위한 장학금, 나아가 지역사회를 넘어선 좀 큰 단위로는 국가의 탄소 배출권 거래 등의 사안을 효용과 효율성으로만 판단되는 공리주의적 경제 시각에서 벗어나 도덕적 잣대에서 생각해 보고 공론화 해보자는 거죠. 그리고 그 절대주의 경제시각이 인간 사회에 어떠한 퇴폐적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로 판단해 보자는 겁니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는 그 자체만으로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수단이자 목적이라 평할 수 있을 겁니다.


읽는 내내 머리를 망치로 두들기는 듯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은 프리뷰라 여기까지 하고요. 다음에는 리뷰로서 이 책이 주는 시사점에 대해, 제 독서일기를 보아주시는 분들과 대화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네요. 어제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오늘 붙여서 다시 올려 봅니다. 읽으시는 분들 점심 맛나게 드시고 행복한 오후 되세요~`.



Ps. 다음에는 꼭 ‘리뷰’로 뵈어야 할텐데……. ㅠ.ㅠ





댓글 : 1 개
ㄲㄲ 이과 까는(?) 유머 추천드립니다.(? 나도 이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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