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프로파간다,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2012.06.25 PM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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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파간다-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공존, 2009.


안녕하십니까? 이제는 가뭄에 콩 나듯 게임리뷰가 아니라 가뭄에 콩 나듯 독서일기로 바꿔야 될 듯 한 꼬라박지호입니다. 아무리 개인사 핑계라 한 들 한 해 잘 써오던 독서일기가 이렇게나 밀리는 것은 게으름 말고는 뭐라 설명할 방도가 없네요. 6월의 책 프리뷰를 이제사 삐뚤빼뚤 씁니다. 주위에 채찍질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합니다. 학부 때 동아리에서 글마감에 시달릴 때가 그립습니다. 의무감에 온통 몰아쓰긴 했어도 1년 쌓인 결과물을 보면 흐뭇하기만 했는데요. 역시 나태는 혼자일 때부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가당치도 않는 반성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다음 달도 하지 싶네요. ㅡㅡ;;


이 달의 도서 구매는 하나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키워드는 ‘나는 꼼수다’입니다. 나꼼수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단어 하나가 바로 ‘프레임’인데요, 굳이 방송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듣지 않아도 CJD(조중동의 약자죠. 다른 말로 Creutzfeldt-Jakob disease 크로이츠펠트-야곱병이라고……. 광우병 파동에 있어, 위 신문사들의 논조가 참여정부 때 게시한 논지와 판이하게 달라 붙여진 별명이기도 합니다. 쿨럭쿨럭;;)의 프레임이 대충 어떻게 전개되는가는 알겠는데요, 돌아보니 막상 ‘프레임 이론’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제대로 없었습니다.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사회를 본인의 잣대로 해석하는 데 있어 ‘현상’을 보는데 그친다면 배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개별 사건에 밑바탕이 되는 혹은 공통적으로 내포하는 체계화된 이론을 접하고 비로소 ‘현상’을 읽어내야지 오롯한 공부이지 않나 싶습니다. 크게 ‘역사적 발단, 구성된 이론, 한국의 특징, 그리고 해석 방법’ 이렇게 나누어서 각기 관련된 책을 샀습니다. 뭐, 사실 사다보니 그렇게 짜여진 셈이죠. ^^;;


‘대중 선전이 언제부터 정립되었냐?’라는 질문이 주어진다면, 이 책이 답이 됩니다. 오래된 고전이죠. 시대적 배경은 1910년 이후가 되겠습니다. 컨베이너 벨트로 인식되는 포드주의식 대량생산체제와 시민들의 평균 구매력과 소비욕구 상승이 원인과 결과로 맞물리면서 공산품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Public Relations(홍보), 즉 PR은 어디까지나 상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행동에 불과했습니다. 시쳇말로 시장의 약장사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떠드는 수준이었죠. 이런 상황을 일거에 뒤엎은 인물이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베네이스였습니다. 그는 PR이 상품판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메커니즘의 핵심적인 도구가 될 것임을 PR했습니다. 기업은 재품만이 아니라 기업 자체를 홍보해야한다. 정치는 지역별 순회 대중연설이 아니라 라디오가 결정한다.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대중운동에 홍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야 한다. 시민 사회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선전이 필요하다 등. 지금 보면 상식에 해당되는 일들이 당시로서는 새로운 접목이자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판매의 방법론을 엄정한 과학의 전당으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크게 두 부분인데, 우선은 선전 방법의 변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심리학자인 프로이드의 조카인 저자는 당시 주류였던 행동주의식 홍보방법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즉 대중이 상품에 많이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구매욕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을 비효율적이라 보죠. 이를 광고 문구로 비교한다면, 행동주의식 홍보방법은 ‘박카스, 자양강장제 박카스! 당신에게 힘이 됩니다. 박카스!’처럼 해당 제품 자체를 강조하는 식이 되겠습니다. 반면 이미지 투영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이트식 접목은 우리가 흔히 봤던 그 장면, 두 남녀가 열심히 통금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어가 ‘지킬 건 지키는 젊음!’이라는 대사로 마무리 짓는, 생활 방식으로서 ‘건강’을 강조해 제품 이미지 자체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팔려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라.’ 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했던 방법을 소개하지요. 내용이 많아 자세히 적기는 어렵습니다만, 각종 제품의 홍보는 지금 읽어도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피아노, 여성 흡연, 벨벳 소재 의류, 긴머리 묶는 망 등)


두 번째는 선전을 선전하는 그의 저술 방법 때문입니다. 지금도 선전 · 선동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어감으로 들리는데, 이는 1·2차 세계대전 특히 나치 독일의 히틀러나 괴벨스에 연고되어 고착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선전은 자본주의, 특히 민주주의 체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선전은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효용적인 방법론으로 올곧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죠. 재미있는 부분은 이런 주장의 근거가 일견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상당히 (본인 유리하게) 편향적으로 선정되어 있으며 (여성 권리를 향상에 선전이 필요하다면서 한편으로 여성 흡연을 조장하여 돈을 버는;;), 문체의 어투 또한 ‘내가 했다.’는 식의 표현이 아니라, ‘그렇게 흘러갔다.’는 식으로 설명함으로서 자신이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회의 변화 궤도에 살포시 한발 걸친 양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글의 머리꼭지를 붙인 분 해설을 보지 못했으면 인식도 못하고 지나갈 뻔 했습니다. 햐. 역시 PR의 대가입니다. ^^


사실 이 책을 반세기도 훌쩍 넘은 지금에서 보면, 이제는 상식이라 너무도 지당한 부분을 마땅하게 강조하고 있어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가치가 충만한 건 저자의 통찰이 인간 저층의 근원에 닿아있어서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발간되었던 ‘맹신자들’이란 책이 군중행동의 요체를 파악해 무리로서의 인간군을 파악한 것처럼 이 책 또한 당대 대중심리에 대한 틀을 규정하고 이해하는 데 좋은 돋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략 한 세기 전 군중과 현대의 시민인 군중도 집단으로서는 본질적 측면에서 동일하다 볼 수 있어서이죠.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사회의 전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게 바로 이런 통찰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덧붙여 기억해야 할 점은 이런 선전 · 선동의 시초와 발전은 전체주의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나치 독일이 아니라, 당시 가장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 자본주의의 대변자인 미국에서 비롯되었다는 겁니다.


한 문단 정도 프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거의 들쑥날쑥 리뷰를 쓴 셈이네요. 이번 달에는 좀 흥이 좀 나서 7권을 구매하는 바람에 프리뷰 쓰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차라리 리뷰를 쓰는 게 나을 듯하네요. 25일 현재 6권 째 완독했습니다. 쓰는 건 둘째치고 읽는 거라도 진도가 잘 나가기 좋네요. ^^. 그리고 오늘은 한국전쟁 6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흠. 정확하게 말하면 개전일이라기 보다 전면전 발발일이라 해야 더 온당해 보입니다. 어찌되었든, 지금 우리를 있게 해준 순국선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참. 아래 사진은 이번 달 구입 도서입니다. 차차 리뷰해 보도록 할게요~. 안되면 프리뷰라도;;









댓글 : 3 개
오 오랜만에 올라오는 포스팅이신듯! 요즘 집에 책들 정리하는데 죽겠더군요 ;ㅅ;
클라시커// 보니까 독서 일기는 거의 한달 반만에 올린 셈이네요. 사이 사이 끄적란에 열심히 끄적이긴 했는데, 역시 독서 일기 포스팅 숫자가 올라가야지 뭔가 마음이 편안하네요. ^^

저도 책장이 차는 바람에 고민 중에 있습니다. 책장을 하다 더 사려고 하니 조금 있으면 움직이는데... 싶어서요. 깔끔히 정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으아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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