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일기. 패스트 푸트만 먹고 24일 살기.2012.08.31 PM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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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용아 햄버거 맛있니?- 패스트푸드만 먹기 24일간의 체험일기, 윤광용, 리좀, 2005.


나는 어릴 때 비만이었다. 팔삭 동이로 태어나 유아기에 병약했기에 부모님, 특히나 할머니께서는 나를 업어 키우셨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은 원하는 데로 많이 먹었지만 그 음식들은 결코 좋은 음식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할머니 손을 잡고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있었던 슈퍼마켓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들렸다.’는 것이었다. 이런 행동은 조금씩 나이가 들어도 여전했다.


초등학교 시절, 지금처럼 급식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던 그 때에 또래 아이들에게 점심 도시락은 언제나 관심과 기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 나이 때가 가장 맛있어 했던 반찬은 ‘햄과 소시지’였다. 오후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3학년 무렵, 내 도시락 반찬은 한동안 ‘햄과 소시지’ 일색이었다. 운동을 싫어했던 당시의 나는 점차 비만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나의 식습관에 변화가 있었던 건 5학년 때 쯤 받았던 신체검사 이후였다. 지금 기억으로 145cm에 몸무게가 거의 60kg에 육박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그 때부터 아들의 몸 상태를 유심히 살피시기 시작하셨다. 기억에 남는 건 그 날 이후 중, 고등학교 내내 도시락은 물론 식탁에서도 햄과 소시지는 보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아버지께서도 고혈압 증세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셔서 우리 집 밥상에는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광용아. 햄버거 맛있니?」의 북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어린 시절이 주저리 늘어놓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문뜩 떠오른 건 내 입맛의 변화 과정 때문이다. 현재의 나는 햄버거, 치즈스틱, 피자 등등의 패스트푸드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특히 피자는 두 조각을 체 먹지 못한다. 몸 관리를 한다고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맛이 없어 먹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6년을 사귀어온 여자 친구가 나랑 피자나 햄버거 먹은 기억이 없다고 투덜거릴 정도일까?


저자도 강조했다시피 식생활은 습관이다. 그리고 그 습관이 형성되는 것은 유년기일 것이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의 선호보다 부모님의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한다면 나의 경우만 보아도 어머니의 선택이 아들의 식습관을 결정한 것이 된 셈이다.


비록 저자는 패스트푸드의 해로움을 직적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또래의 일기처럼 글을 썼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필자는 아이들의 책읽기보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부모님의 곁눈질 독서를 더 바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갔던 많은 ‘상식’이 등장한다. 예를 든다면 우리가 흔히 즐겨 마시는 콜라의 경우 당분이 콜라 200ml 한 캔에 26g이나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어른 1일 섭취량이 12g에 불과한데 한꺼번에 두 배 이상 마시는 꼴이 된다. 그리고 이런 섭취가 지속되었을 경우 당뇨 위험, 불안, 집중력 저하, 과잉행동증이라는 질병도 뒤따르게 된다.


저자는 실제로 패스트푸드로만 24일을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윤광용씨의 체형, 체질변화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10일째 (실험 시작 전 22였던 간기능 수치가 50으로 증가, 몸무게도 3kg 증가)와 24일째 (간기능 수치 75로 3배 이상 악화, 콜레스테롤로 인한 협심증 증세)의 그의 건강 상태는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 그 자체였다. 더욱이 실험을 마친 3개월 뒤에도 꾸준히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내 증가된 체지방 수치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더욱 놀랄만한 일이다.


저자는 색다른 통계로도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햄버거 1개에 숲 1.5평이 없어진다는 것과 햄버거의 한 주 생산량이 1억 개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의 위험 수위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증거로 독자들에게 기억된다.


교보문고 끄트머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독서를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나는 무엇보다 어머니의 용단에 고마움을 느꼈다. 반찬 때문에 아들이 칭얼대는 모습을 얼마나 안쓰럽게 보셨을까? 하지만 그 덕분에 아들은 밥투정을 안 하고 자라났고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는 마음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최근 또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우둔하게도 나는 올바른 식단이 어떤 것인가는 기억하고 있지만 어떻게 먹는 것이 올바른 자세인가는 이제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것은 마음껏 먹는다는 불굴의 자세(?)와 시간 아끼기라는 어이없는 핑계를 댄 급하게 빨리 먹는 태도는 ‘복부비만’이라는 새로운 적을 생산해 버렸다.


6주째 나 자신과의 싸움이 연속되고 있다. 슬슬 자신에게 변명이 늘어 가는 때였다. 독서는 이래서 좋은 거다. 내용은 어찌되었든 수용자인 나에게 다시금 싸움의 ‘의지’를 심어 준 셈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 밤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마디 할 작정이다.


“ 어이, 아가씨!! 나하고 사귀는 동안 햄버거 먹을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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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 수업을 들으며 작성한 북리뷰입니다. 아아.. 이게 도대체 언제 꺼란 말인가;; 요즘 독서 일기를 하도 안올려서 이런 제 나름의 고전 자료까지 발굴하며 올려 봅니다. 가볍게 쓴 거니, 내용의 부족함은 봐주세요. 쿨럭쿨럭... _(_.,_)_

참. 대학을 언제 졸업 했는지 가물한 지금에까지도 복부 비만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게 먹는 걸로만은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더군요. ㅠ.ㅠ

댓글 : 3 개
:)
으ㅡ...나도 햄버거, 치킨, 피자 자주 먹는데...

줄여야 겠네요.
저도 군대가고 이등병 백일휴가전까지 밥을 막 먹었더니 배만 볼록나온 모습에 충격먹고
과식이나 폭식은 절대 안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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