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일기. 부동산 계급사회를 말하다.2012.12.08 AM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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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후마니타스, 2008.


안녕하세요. 간만입니다. 밀린 독서일기 연재자(;;) 꼬라박지호입니다. 개인사로 다사다난했던 12년도 이제 끝을 향해 달리네요. 마이피 들어올 때 마다, 독서 일기 게시 편수를 보며 한숨 쉬고 있습니다. 별 서설 없이 독서 일기 밀린 분 바로 쓰겠습니다. 너무 많이 밀려 간략히 줄임을 양해 바랍니다. 12월은 밀린 독서 일기를 쓰며 보내야 할 듯. 나름 의미 있을까요? ^^


(이 책은) 저자, 손낙구를 주목해야 합니다. 참여정부를 거치며 민주화투쟁세대, 다시 말해 386세대들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컸습니다. 정치적 입장의 지형도를 떠나, 냉철히 평가한다면, 권력의 중심에선 386은 구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정치적 아귀다툼을 벌렸다 해도 마땅하지 싶습니다. 그 결과,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성과와 양극화로 인행 민생 고통이라는 상반된 성적표를 얻었습니다. 근혜 할머니가 참여 정부 운운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수 언론 탓만 하는 건 자기위안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거짓말은 90%사실에 10%왜곡을 섞는 겁니다. 지금 진보 지지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 90%사실에 대한 직시와 그에 대한 반성, 그리고 그 반성 위에서 나와 다른 지지층도 공감할만한 다음 세대 어젠다(agenda)의 제시입니다.


손낙구는 이 직시를 질곡하게 해낸 저자입니다. 한국의 현실을 바로 보게 만들죠. 미드 뉴스룸(The News room) 1화를 보면, 주인공 월 맥어 보이의 비아냥 섞인 발언 중 다음의 문장이 나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거야.’ 이 말의 주체를 한국으로 바꾸고 인식이란 단어를 사람으로 체화시킨다면, 바로 손낙구가 됩니다. 앞서 제가 386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이유는, 손낙구라는 인물의 개별성 때문입니다. 1980년 대학원 진학 중 노동 운동에 투신, 20년간 금속노조에서 활동했고 5년간의 민주노총 대변인 생활, 그 뒤 국회의원 심상정씨 보좌관으로 활동했습니다. 대중의 흔한 인식. ‘국회의원 보좌관? 결국 출세한 건 마찬가지잖아?’이란 빈정거림은 저로서는 마뜩잖아 보입니다. 노동자 생활 한 사람이 출세해야 노동자의 권익이 높아지는 겁니다. 이는 ‘민주’와는 다른 범주이며 정쟁보다 민생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결국 정치의 본질 중 하나는 이익 집단 간의 갈등 제어인데, 자신의 발돋음이 어디서부터인가를 아는 사람은 그에 맞춰 사고하기 마련입니다. 이 사고의 결과가 바로 부동산 계급 사회라는 책으로 옹이졌다 볼 수 있겠습니다.


부동산 계급 사회는 이른바 통계의 책입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실상을 뿌리부터 파헤쳤습니다. (지금 손에 책이 없어) 대략적인 통계를 들자면, 1950년부터 2000년 후반까지 물가 상승률은 약 47배, 그에 대비한 부동산 가치 상승률은 서울은 약 1200배, 수도권은 900배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주거 문제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교육, 학력, 건강과 수명, 빈곤, 심지어 노동쟁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개인의 부동산 정보, 다시 말해 아파트인지 연립주택인지, 몇 평인지, 자가 · 전세 · 월세인지, 주택 말고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지 등의 몇 가지 정보만 알아도, 그 사람의 정치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냅니다. 즉,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소유는 한 개인의 사회적 계급과 직결되어 있다는 주장이며, 저자가 제시하는 각종 통계의 연관성은 미세한 반론의 틈조차 보기 어렵습니다. 최근 하우스 푸어 이슈를 대하는 일반 대중들의 조소는 이와 같은 부동산의 불균형 문제가 서민들에게 얼마나 골수까지 사무쳤는지 확연히 보여주는 증거라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읽은 달은 8월입니다. 올림픽이 한창일 때죠. 양학선 선수가 양1이라는 신기술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양학선 선수에게 찬사와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이 사는 집, 비닐집을 스치듯 보여줍니다. 여기서 미디어는 비닐집을 양학선 선수의 성공담을 더 부각시켜주는 도구로서 사용합니다. 그러나, 전국에 그 비닐집이 얼마나 있고, 그 비닐집에서 거주하는 인원은 몇 명이고, 그 거주민들이 과연 사람답게 사는가에 대한, 진중한 문제제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부동산 계급사회’는 말합니다. 그 비닐집에는 대한민국 국민 중 대략 43만 가구가 살고 160만명(비닐집, 동굴, 움막 포함)이 숨 쉬고 살고 있다고요. 부모님 소유의 자가 아파트에 빈둥대며 20대를 보낸, 또한 그 계층적 시각으로 사회를 재단했던, 제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이 책의 추천 요소를 줄인다면 한가지입니다. 제가 지녔던 이 부끄러움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물론 열심히 사시는 분 많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 같은 사람에게, 혹은 열심히 아등바등해도 현상유지에 벅찬 이웃이 많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분들에게 꼭 함께 보자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사족을 하나 붙인다면, 강조한대로 이 책은 '통계의 책'입니다. 독자에 따라 읽다 지루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통계를 현실로 치환할 수 있는 연대적 상상력이 있다면, 너무나 아프게도 읽을 수도 있을 겁니다.



Ps. 사실, 이 손낙구라는 저자를 소개할 말이 좀 많습니다. 이 분의 또다른 저서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도 걸작이거든요. 연소득, 거주지, 부동산, 종교, 학업, 건강 등 대다수의 사회 요소를 고려해서 한 개인의 투표율과 정치 지지성향을 알 수 있게 통계로 보여줍니다. 우리동네 정치지도라고 할 수 있죠. 바닥 민심이 어떤 기저로 돌아가는 지 확연히 보여줍니다. 여담입니다만, 저자는 요번 민주당 경선에서 손학규씨 보좌관으로 들어가셨는데요. 역대 대선 슬로건 중 최고라 평가 받는 손학규씨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이 손낙구씨 작품이란 말이 파다합니다. 전형적인 엘리트 정치인과 노동 및 주거 정책 전문가의 결합이라... 기대될 법도 했는데요. 그 약간의 아쉬움이 이번 대선에서 한껏 발휘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2. 보통 2회 게시를 하는데요, 이번엔 3회 게시를 해봅니다. 이유는 작성은 1시간을 넘게 했는데, 댓글은 하나도 안달려서... ㅠ.ㅠ 흥미롭게 읽으셨으면, 한 자 부탁드려요. 굽신 굽신. _(_.,_)_

댓글 : 4 개
후딱 나가봐야 해서 일단 즐겨찾기에 추가를 ^^
우와. 글 참 잘 쓰시네요.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책 구입해야 겠네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꼬라박지호님 독서일기는 올리실때마다 재밌게 보고 갑니다. 이후 읽은 책 선정에 많은 도움이 되고요 ㅎㅎ
여기 몇 자 적으신것만으로도 여러 생각이 들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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