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 일기. 사랑학 개론서. 애정의 심리.2012.12.18 PM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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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사랑을 아는가 - 애정의 심리, 정종진, 양서원, 2004.


『당신은 사랑을 아는가』는 사랑학 개론서이다. 감히 사랑에 ‘學’ 이라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한 단어를 붙여야 하는가 반문하는 사람도 꽤나 있겠지만 오히려 저자는 사랑이야 말로 ‘學’ 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지은이의 주장에 나 역시 상당히 동의하는 바이다.


나는 사랑을 오래했다. 날짜로 따지면 오늘로서 2562일(2007.9.20 기준). 내가 살아온 날이 약 9700일이 좀 넘는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어림계산으로 내 인생은 1/4를 한 여자와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기에는 낯부끄러운 것은, 평생을 함께 해온 부부도 많은데 고작 만으로 7년이 갓 넘은 지내옴은 아직은 많이 가볍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또래친구들의 경우와 비교해 본다면 나는 첫사랑을 끈덕지게 지켜오고 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족속임은 틀림이 없다. (2012년 현재 4500일이 다되어 갑니다. 내 인생이 11600일 정도인데... 이제는 살아온 날짜의 40%에 육박하네요. 심지어 결혼도 했어요.;;)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다지 낭만적이 경험이 못된다. 나는 사랑의 시작부터 꼬임의 원조라는 삼각관계였기에, 기쁨과 설렘보다는 오히려 괴로움과 기다림이 대부분이었기에 나에게 사랑은 오히려 사랑은 생채기를 입히고 입히며 파고드는 날카로운 가시라는 비유가 더 어울리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며 사귀는 후배들을 볼 때면 괜히 부러워 짓궂은 농담을 가끔 하곤 한다.


말이 좀 돌았는데, 어찌되었건 내 사랑의 시작은 힘들었고 나 스스로가 연애 경험이 전무한 왕초보였기에 딱히 물어볼 때도 없었던 나는 연애 초기에 여러 사랑학 개론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만큼 내용도 그만큼 충실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이 있는데 그건 남자와 여자의 대화의 차이에 관련한 것이었다. 남자가 원하는 대화는 결과가 있는 만물 수리공, 여자가 원하는 대화는 공감해 줄 수 있는 카운슬러라는 비유는 연애의 시작부터 내 맘에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 기억은 내 연애의 훌륭한 지침이 되었다.


좋은 사랑학 개론서는 연애를 풍성하게 만든다. 사랑을 의도적으로 공부한다는 말이 조금은 우습게 들릴지는 몰라도 이는 분명 맞는 말이다. 이 책에는 사랑에 대한 여러 유형과 그에 대한 정의와 설명 그리고 이성 관계를 유지하는 법, 자신의 사랑의 유형이 어떠한지 자가진단 할 수 있는 테스트와 사랑이 끝날 때 대처하는 실연에 대한 해결책까지, 두껍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많은 충고들이 쓰여 있다. 특히나 테스트지의 경우는 현재의 자신의 사랑에 대한 유형과 상대방의 유형,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을 비교 ? 고찰 할 수 있게 짜여 있어 현재 사랑하는 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당신은 사랑을 아는가』가 ‘책’이란 측면에서 전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책이 ‘편저’인 만큼 책의 표지엔 글쓴이보다 글모은이의 이름으로 ‘전종진’이라 새겨져 있다. 결국 냉정히 평가한다면, 이와 같은 책은 좋은 책들의 더 좋은 부분을 짜깁기한 책이라고 폄하 받는다 해도 맞는 말이라는 얘기다. 원래 편저라 불리는 책의 태생적 한계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편집의 과정에서 편집인만의 독특한 시각이 그다지 드러나 있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이 재미있었다. 비록 그 재미의 원천이 책의 내용에서가 아니라 사랑학 개론서에 대한 내 추억에서 비롯된 거였긴 하지만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전화통을 붙잡고 책에 담긴 테스트지를 읽어주며 기록하고 결과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했다. 난 이 책을 이렇게 추천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여, 좀 더 사랑해보라. 그리고 그 좀 더의 사랑에 이 책을 이용해 본다면 더 재미날 것이다.”

끝으로 단원의 끝에 붙어 있었던 잠언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하나를 적어본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하기 시작할거야.” -『어린왕자』 중에서





ps. 제게 사랑이 무엇인지 한 글자로 답해 달라고 하면, 저는 '수양'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도닦는 기분이 절로 듭니다. ㅠ.ㅠ 정말 오래 전에 쓴 건데요. 요즘 독서 일기가 뜸하다 보니, '발굴'해서 올려요. ^^;;

흠.. 대선 때문에 책이 손에 안 잡히네요. 지금까지 숱한 투표를 해봤어도, 이렇게까지 긴장된 선거는 처음인 듯 합니다.

댓글 : 1 개
개인적으로 사랑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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