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한국은 일베, 일본은 재특회. 샴쌍둥이인 그들.2013.07.01 AM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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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로 나온 넷우익-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후마니타스, 2013.


루리웹 종합게시판에 들락거리시는 분은 이 책은 모르셔도, 저자는 아실 겁니다. 아니, 기사 제목으로 더 익숙하시려나요? [日기자, “일베, 소수 바보들이 아닌 한국인 본심일 수도”]는 낚시성 다분한 기사의 주인공입니다. 이 책은 재특회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재특회란 ‘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줄임말입니다. 이들은 재일 한국인은 일본 사회에서 권리만 누리고 일본 국민으로서 의무는 등한시 하는 ‘걸쳐진 외국인’이라 주장합니다. 시쳇말로 ‘기생한다’고 여기죠. 당연히 엄연한 억측이고 잘못입니다. 저자는 재특회의 여러 주장에 대해 실제 사례와 통계로 반박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주장의 논박이 아니라, ‘왜 재특회라는 비이성적 단체가 현실의 무리로서 힘을 발휘하고 있느냐?’에 대한 원인분석과 그들 모임에 진득이 달라붙어 ‘단체로서의 재특회’와 ‘개인으로서의 재특회’를 구분하여 현미경을 들이대 분석하고 있습니다. 재특회의 중심인 ‘사쿠라이 마고토’ 개인에 대한 취재와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이익 단체, 이른바 뒷배경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르포르타주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광고문구가 ‘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인 만큼 재특회에 대한 통찰은 한국 사회에서도 그대로 접목 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례로, 일본사회에서 놀이문화를 제외한다면 기존 질서에 대한 전복은 어디까지나 좌파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공투세대(한국 사회로 따지면 386쯤 되겠군요)를 거치며 일본사회는 특유의 우익지향적인 내면에도 불구하고 좌파(리버럴)의 상식적인 논리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풀이하자면, 이전 세대가 주장한 ‘인권과 노동, 서민의 정치적 권리 등’에 대한 인본적시각이 사회 전반에 안착했다 할 수 있죠. 좌파의 주장이라기보다 좌파가 지향한 가치(리버럴)가 뿌리내린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부류가 생겨나게 된 겁니다. 대개 한 사회내에서 짧은 역사를 지닌 좌파가 흔히 하는 실책, 중산층의 논리로 서민을 대하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된 겁니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깨어 있는 시민’이란 구호를 일종의 도그마(그들만의 독단적 신념)로 받아들이는 집단이 생긴 겁니다. 이는 어떤 측면에서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는 게, 재특회의 태생은 사회 계층적으로 볼 때 다수가 단순 노동의 생산직이나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누리는 권리를 되돌아 볼 여유가 없기에 자신이 상대적으로 박탈당했다고 생각되는 권리에 목 매이는 거죠. (사족을 붙인다면 저 역시 정치 집단이 '깨어있는 시민에 방점'을 찍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깨어 있지 않아도 '조직될 수 있는 힘'이라 여깁니다.)


이러한 성향에서 볼 때, 재특회로 표출된 일련의 부류는 인본적 가치 또한 ‘기존 질서’ 다시 말해 그들을 억누르는 억압으로 판단하여 행동으로 나서게 됩니다. 놀랍게도 해방구로서 재특회는 계급 투쟁적 함의도 지니고 있는 겁니다. 이는 일본 좌파가 단카이(덩이)세대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논리로서 ‘위에서(가치차원, 예로 소수자의 인권)’ 싸웠기 때문입니다. 발밑을 보지 못하고 허공만 쫓은 모습이라 할까요? 다시 말해 서민 계층이 필연적으로 맞닥트리는 생존을 위한 ‘노동’을 좌시했다는 거죠. 이는 한국의 좌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약점입니다. 노동이 배제된 가치의 투쟁은 또 다른 ‘소수’를 낳는다는 걸 간과한 셈입니다. 기존 386에 대한 불만과 그에 대한 반사효과인 안철수 현상 또한 이 범주에 넣을 수 있으며, 이를 최장집이 간파했기에 안철수의 새 정당의 정체성이 다소 보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을 중점화하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여튼, 그렇기 때문에 재특회는 기본적으로 인정 욕구와 편입 욕구가 왕성합니다. 보편적 가치에는 이반될 지라도 무리 내의 작은 질서에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겁니다. 물론 이와 같은 인정은 필연적으로 허무함을 부르고 이 내적 결핍은 다시 집단논리에 투영되어 왜곡되죠. 집단 내 개인의 친목보다는 집단 자체가 중요해진 겁니다. 특히나 일본의 역사나 구조 자체가 집단의식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아 더 현실적으로 폭발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90년대 후반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이지메 집단의 여러 사례와 유사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분석은, ‘이지메의 구조, 나이토 아사오, 한얼미디어, 2013’에 잘되어 있는데, 나중에 엮어서 ‘일베’에 대한 소감으로 써보겠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무리지음은 사회 내에서 이익단체로 힘으로서 작용합니다. 홀로 개인으로서 관공서를 방문했을 때 무시당했던 그들이 재특회라는 ‘사회 조직’으로서 항의를 할 경우 비굴 할 만큼 굽신거리는 ‘기존 질서’를 보고 느꼈을 쾌감은 가히 짐작할 만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돌출’에 대해 사회가 바라보는 시각차입니다. 현재 일본 우익들은 재특회에 대해 ‘결국 어린아이 투정 아닌가?’라는 반문을 하고, 공권력 또한 도를 넘었다 판단하여 실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우익들은 일베 현상에 대해 ‘무답’하거나 오히려 ‘애국 사이트’로 치장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본인 스스로 진짜 우익 논객을 자체하는 변드보르 아... 뭐더라.. 는 분께서 직접 일베 인증을 할 정도란 말이죠. 어쩌면 아... 그 변... 뭐 씨의 진중권에 대한 주류에 대한 진입욕구로부터 비롯된 증오적 애착형성 자체가 ‘일베의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한국의 보수 진영은 이를 용인 한다는 겁니다. 더욱이 지금 정황으로 봐서는 오히려 지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상적인 사회라면 보듬고 풀어야할 우리 안의 파시즘을 우리 스스로가 키우는 것이나 진배없는 일입니다.


83년생 젊은 좌파 한윤형은 현 20대의 특징을 ‘잉여 세대’라 표현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지난 세대 보다 물질적으로 유복한 건 분명하나, 지난 세대가 차근히 쌓아온 자본과 문화적 부를 현 세대는 이어갈 수 없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그 불안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낳은 비정규직 광풍과 맞물려 나선화된 증폭이 세대 전반에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조적으로 지적합니다. 현 세대의 생존에 대한 믿음이 불안하니 결국 지금 젊은층은 기저의식 속에서 ‘출산 포기’로 사회적 현상이자 투쟁을 이어간다는 겁니다. 다시 돌아가, 낚시성이 다분히 보이는 [日기자, “일베, 소수 바보들이 아닌 한국인 본심일 수도”]의 머릿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소 뒷걸음치다 개구리 잡는 것처럼 지금 한국 사회에 정확히 부합되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일베 현상’은 연대가 단절된 불안 세대 속에서 그 속에서도 한가닥 마음 놓는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이 견디지 못해 지르는 비명이라는 거죠. 결국 굉장히 원론적인 결론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베’에 대한 비난보다 일베 현상에 대한 사회적 자각과 분석 그리고 반성입니다. 재특회처럼 그들의 비명이 온라인을 벗어나 현실에서 ‘계급적 층간 소음’이 되기 전에 말이죠.



Ps. 독서 일기가 틈이 너무 기네요. 죄송합니다. _(_.,_)_ 아래는 저번에 게시했을 때 달린 댓글입니다. 독서일기는 쓴 게 아까운 부분이 많아 두 번 게시 됩니다. 양해 바랍니다. ㅠ.ㅠ



악력 // 언뜻 보자면 일베와 日 넷우익들이 비슷해보이겠지만, 실제론 너무나도 상반되는 존재들입니다. 넷우익은 전일본의 단합을 외치는 반면, 일베는 지역감정 조장 및 분탕질만 해대는지라.. 음

꼬라박지호
악력// 재특회는 넷우익 사이에서도 특이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질서에 대한 일탈이라는 방법적 부분이 집단의 목적 자체가 된 셈이지죠. 파시즘 초기와 닿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베 현상이 오프라인에서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이유가 아직까지 한국사회 내에서 '이지메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지메의 가해자 집단의 특징적인 심리가 집단 내 질서를 위협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심리적 방어선을 긋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파가 더 중요해! 법이 뭔데?'라는 식으로 말이죠.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가 아직 건전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인증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무리내 질서가 오프라인에서도 표출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신호등으로 따지자면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점멸하는 단계까지 이른 게 아닌가 우려가 많이 됩니다.

chimbang //
저런 불안한 마음에 불을 붙이려는 자가 나타나면...
무서운 미래가 올수가 있겠군요.

꼬라박지호
chimbang// 아무래도 변.. 모.. 씨가 그 불이 되려고 악다구니 치는 게 아닌지... 물론 그마저도 못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만서도. ㅡㅡ;;


댓글 : 2 개
솔직히 재특혜보다는 2ch아닌가요?
2ch전체를 놓고 보면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넷우익은 2ch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2ch에서 환영을 받는 집단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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