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초인플레 온다는 트위터 CEO, '지옥 온다'던 애크먼과 닮은꼴?2021.10.30 PM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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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버핏' 애크먼, 공포심 조장한 뒤 하락장 투자해 '떼돈'
노벨경제학상 한케 교수 "무책임한 트윗보다 사실 잘 알아야"

 

 

전 세계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잭 도시 트위터 CEO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설명잭 도시 트위터 CEO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대란 등의 여파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도시 CEO의 경고는 큰 관심을 끌었지만 그가 대표적 비트코인 지지자란 사실이 부각되면서 발언의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확산 초기에 투자자들을 기만한 이중 행보로 거액을 챙겼던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의 사례를 재조명하면서 도시가 비트코인을 띄우기 위해 의도된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 도시 '초인플레' 경고에 옐런 "인플레 내년 하반기 진정될 것"

미국과 전 세계에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도시 CEO 발언의 파장은 수일째 지속됐다.

초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연간 수백 퍼센트 이상으로 올라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고, 화폐 가치가 급락해 사실상 휴짓조각처럼 되는 상황을 말한다. 최근에는 2016년 베네수엘라와 2017년 짐바브웨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도시는 이달 23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그것은 일어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것(초인플레이션)은 곧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도시는 통화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초인플레이션을 예상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58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린 그의 발언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논란에 가세했다.

'돈나무'라는 별명이 있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CEO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기술혁신, 창조적 파괴, 경기 순환적 요인 등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며 도시의 초인플레 주장을 반박했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CEO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설명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CEO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가 양적 완화를 시작했을 때 인플레이션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당시엔 내가 틀렸다"며 "대신 통화유통속도가 하락해 인플레이션의 여파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화유통속도는 (지금도)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과 창조적 파괴 등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억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힘을 보탰다.

옐런 장관은 24일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해 미국 물가상승률이 내년 하반기쯤 진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월간 물가상승률은 올봄과 초여름 보다 둔화했다"며 "(누적된 상승 요인 탓에) 연간 물가상승률은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하반기께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옥이 온다"던 애크먼 데자뷔?…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무책임한 발언"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도시의 초인플레이션 경고 발언을 평가 절하하면서 오히려 그가 대표적인 비트코인 지지자란 사실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도시가 공동 창업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 업체 스퀘어는 비트코인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상화폐 채굴 사업 진출도 적극 검토 중이다.

CNBC는 25일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고 보고 있으며,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현상이 초인플레이션까지 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도시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평가받는 비트코인을 띄우기 위해 초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경고가 미묘한 파장을 낳자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기에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 빌 애크먼이 보였던 이중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리틀 버핏'이란 별명을 가진 애크먼은 코로나 확산으로 연일 폭락장이 이어지던 지난해 3월 18일 CNBC에 출연해 "지옥이 오고 있다. 한 달간 뉴욕증시 거래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공포감을 부추겼다.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설명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작 본인은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커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파생상품에 2천700만 달러(약 331억 원)를 투자한 터였다.

애크먼은 방송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공포감을 조장해 개미 투자자들의 투매를 유도한 뒤 자신은 하락장에 베팅해 투자금의 100배에 가까운 3조 원을 벌어들였다.

그는 같은 달 25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23일 기준으로 헤지 포지션을 종료했고 총 26억 달러(약 3조원)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애크먼은 파생상품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워런 버핏의 지주회사 버크셔헤서웨이, 호텔체인 힐튼 등의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뉴욕증시 거래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미국인에게 경고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주식시장으로 다시 갈아탄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애크먼의 사례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비트코인 지지자인 도시가 가능성이 희박한 초인플레이션 발생을 경고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브 한케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세계 역사상 증명된 초인플레이션은 62차례 발생했고, 지금은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도시는 트위터로 무책임한 공식 발표를 하기보다는 (사실관계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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