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10억어치 팔린 에르메스 NFT… 에르메스가 뿔났다2021.12.17 PM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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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동의한 적 없다, 저작권·상표권 침해” 거센 비판



메이슨 로스차일드라는 작가가 NFT마켓 오픈시에서 판매하고 있는 작품 ‘메타 버킨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인 버킨백의 모양을 이용해 만들었고, 작품 이름도 실제 가방 이름에서 따왔다. /오픈시 홈페이지 화면

 

최근 세계 최대 NFT(대체 불가능 토큰) 거래소오픈시(OpenSea)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인 버킨백을 주제로 만든 디지털 작품이 올라왔다. ‘메타 버킨스’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메이슨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의 작가가 버킨백의 디지털 그림 파일에 원하는 소재와 색을 입히거나 그림을 그려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 버킨백 NFT는 약 10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버킨백의 저작자인 에르메스는 메타 버킨스를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에르메스는 지난 11일 “우리는 수공예 정신으로 만든 실물을 중시하기 때문에 NFT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고, 버킨백의 NFT 제작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메타 버킨스가 에르메스의 상표권⋅저작권을 침해한 NFT라는 것이다.

가상 자산으로 각광받던 NFT가 저작권·상표권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이나 실물 상품의 소유권을 온라인에서 인증하는 것이다. 인증 대상은 디지털 작품부터 운동화⋅부동산까지 다양하다.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의 NFT는 올 들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이때만 해도 작가 자신이 창작한 작품을 NFT로 발행했기 때문에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진 않았다. 하지만 NFT를 누구나 쉽게 발행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얼굴, 상품 브랜드까지 NFT로 파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NFT 거래소 관계자는 “올 들어 NFT 거래량이 폭증한 데다 NFT의 법적 지위나 규제에 대한 합의가 전무한 상황이라 원작자와 구매자 모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엔 한 경매 기획사가 이중섭 작가의 작품을 NFT로 만들어 경매를 하려다가 유족의 반발로 취소했다. 

◇작가 동의도 없이 작품 NFT 발행

지난 6월 국내 한 경매 기획사는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 중 가장 잘 알려진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의 실물 작품을 스캔해 디지털 파일로 만들고, 이것을 NFT로 발행해 경매에 올리려고 했다. 거장의 작품을 NFT로 소유할 수 있어서 화제가 됐지만 유족과 작가 이름을 딴 재단의 반발로 경매는 무산됐다. 경매 기획사가 실물 원본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데다가, 이들이 갖고 있는 실물 작품에 대한 진위도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NFT 매매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진위 검증도 거의 하지 않는 점을 노려 유명 작가의 이름만 가져다 작품을 판매한 경우도 있다. 지난 9월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뱅크시의 작품이 NFT로 발행돼 경매에서 약 4억원에 팔렸다. 하지만 뱅크시는 영국 BBC 방송을 통해 “NFT를 발행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해커가 뱅크시를 내세워 벌인 NFT 사기극이란 게 밝혀졌다.

◇저작권 문제 있는 NFT, 환불도 못 받아?

영상이나 소리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NFT 발행도 활발해지면서, NFT 저작권 논쟁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지난 2일 미술 투자 기업 피카프로젝트는 실험 미술 작가 이건용의 과거 소속 갤러리와 손잡고 이 작가의 작업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의 NFT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작가가 “여기에 동의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들어본 적도 없는 얘기”라며 NFT 발행을 문제 삼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피카프로젝트는 “작가의 그림을 동의 없이 NFT로 만들어 팔면 저작권 위반이지만작가가 갤러리에서 작업할 당시 모습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NFT로 제작하려고 했던 것이어서 저작권이 갤러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작가 측과 피카프로젝트는 서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 NFT 저작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NFT의 저작권이나 상표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NFT 경계령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NFT의 저작권에 대해서 하나하나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저작권에 문제가 있더라도 판매자에게 환불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NFT 경매소 관계자는 “NFT 유행이 과열되면서 무턱대고 NFT를 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해외 온라인 마켓에서 익명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관련 법이나 규제마저 없기 때문에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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