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현재 회계제도와 밸류에이션의 한계 및 현금흐름의 중요성 (feat. EV/FCF와 EV/OCF) 2022.01.29 PM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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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https://blog.naver.com/hardark/222505649219

출처 : 미래에셋증권 서병수 연구위원님 블로그

 

 

현재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적정한지 따질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밸류에이션 지표가 PER과 PBR입니다. PER은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이고,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블로그에서는 PER과 PBR에 대해서 비판적이거나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글을 많이 올리고 있습니다. 필자가 그런 글들을 올리는 것은 PER과 PBR이 기본이 되는 당기순이익과 순자산을 만들어내는 현재의 회계제도가 최근 들어 점점 한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용은 필자가 예전에 투자 유료 강의를 하면서 최소 10시간 이상을 다루는 주제였기에, 하나의 글로 설명하기는 쉽지도 않고 오해할 소지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그런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는데, 이 글에서는 대략적이나마 다루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하 내용은 회계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언급되고 있어서 관심이 없는 분들은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가급적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자산부터 생각해보죠. 회계적으로 자산을 얼마로 할지는 꽤 복잡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기계장치는 올해 연말에 얼마로 계산해야 할까요? 그 기계를 처음 구입한 가격, 지금 그 기계를 새로 구입하는데 필요한 가격, 중고로 팔았을 때 예상되는 가격, 그 기계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추가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 등 다양한 가격들이 존재합니다. 그래도 공장 기계는 쉬운 편입니다. 


재고자산은 더 복잡합니다. 생산량과 상관없이 일정기간 지급되는 인건비나 전기세 그리고 광고비 여기에 꾸준히 변하는 원재료 단가와 각종 비용을 재고와 매출원가에 배분해 제품 하나당 원가를 구하고, 이를 통해 재고자산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재고자산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무형자산입니다. 흔히 연구개발비 같은 무형자산 항목들은 당기에 처리하는 비용과 거의 같은데, 어느정도까지 자산으로 인식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복잡한 내용을 다 건너뛰고, 자산에 대한 현재 회계학의 결론만 애기하면 다음 두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취득원가를 중심으로 가치 하락을 반영한 감가상각이나 감액손실 그리고 대손상각비는 인정하되 가치 상승은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가급적 무형자산은 인식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핵심적 논리는 회계제도가 자리잡은 이후 크게 바뀐 적이 없습니다. 위 원칙들에 의한 자산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부적절한지는 여러 반증들이 있지만, 아래 딱 하나만 언급하겠습니다. S&P500 기업 전체 가치에서 유형자산(Tangible asset)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5년 대부분에서 2018년 16%로 급감합니다. 현행 회계제도는 무형자산의 가치는 거의 반영하지 않고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의 관계가 무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형자산만 대부분 반영된 현행 자산가치에 기반한 PBR이 오늘날 기업가치를 설명하는데 얼마나 상관이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PBR이 금융 등 일부 특수업종에서는 아직도 그럭저럭 쓸만한 도구이지만, 많은 산업 특히 무형자산의 가치가 중요한 산업에서 이미 실질 기업가치 평가와 무관한 지표입니다.






무형자산 비중확대로 인한 자산가치의 부정확성은 단순히 자산가치만이 아닌 수익가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회계의 기본적인 원칙인 복식부기에 의해 자산가치는 손익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산과 비용은 같은 개념입니다. 회사가 돈이 나간 것을 어떤 경우는 자산으로 어떤 경우에는 비용으로 처리하는 데 그 경계가 모호합니다. 이또한 내용이 엄청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따라서 자산가치가 부적절해지면 손익도 부적절해지고, 그런 손익에 의해 발생한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한 PER도 한계를 가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회계적 당기순이익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단순히 무형자산 비중확대로 인한 자산가치의 부적절성 뿐만 아닙니다. 손익을 계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발생주의 회계가 복잡한 기업환경 하에서 기업의 실질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발생주의는 복잡하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도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발생주의는 현금의 수수와 관계없이 수익을 실현되었을 때 인식하고, 그런 수익에 대응하는 비용은 수익을 인식할 때 인식한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만들 때 들어간 원가는 현금을 지급하거나 비용을 발생할 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팔릴 때 인식하고 그때까지 미리 발생한 비용은 자산으로 인식합니다. 사실 이런 개념은 기간 수익을 인식하는데 매우 합리적인 사고이고, 그래서 회계에서 손익을 계산하는 대전제가 됩니다.


그런데 기업활동이 복잡해지고 그 과정에서 발생주의를 적용하는 수많은 가정과 원칙의 자의성이 작동하면서, 기업이 특정 기간에 비용 발생을 미루거나 당기는 일이 상당한 수준에서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발생주의 초기부터 인식되고 어느정도 범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들어 그런 괴리가 더 커집니다. 그리고 그런 틈을 경영진이 악용할 경우 파악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자회사나 공장을 통해 혹은 해외 자산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상당한 손익과 자산이 부적절하게 기록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수년간 한때 차세대 산업을 대표한다고 알려졌지만 해외 계열사를 통해 상당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A 그룹, 그룹 전반의 부실로 의심을 받는 B 그룹, 대규모 분식회계를 기록한 C 그룹과 모 기업 등이 그런 일들을 자행하는 근저에는 이미 오래된 회계 시스템 하에서 손익의 유용성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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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회계적 한계를 그나마 보완하거나 완화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나오는 것이 현금흐름입니다. 발생주의에 의한 손익보다 현금주의에 기반한 영업현금흐름(Operation Cash Flow : 약칭 OCF)이 기업의 실질을 더 잘 표현한다는 내용은 이미 회계학의 상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과거에는 정확한 집계능력 부재로 그나마 정확한 재무상태표를 믿다가 기술의 발달로 손익계산서로 이동한 뒤 오늘날에는 현금흐름표도 신뢰할만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회계 부정을 파악하는 회계 감사의 기초 중에 하나가 영업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의 괴리가 크거나 두 지표의 비율이 의미있게 변한 시점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워런 버핏이 수십년 전부터 주장하던 주주이익은 영업이익에서 투자 관련현금흐름을 차감한 FCF와 유사한데, 이 FCF가 영업현금흐름을 다른 측면에서 보완하면서도 당기순이익 혹은 영업이익보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더 선진적이고 유용합니다. 따라서 이익관련 밸류에이션을 할 때 당기순이익보다 영업현금흐름 혹은 FCF를 활용하는 것이 오늘날 기업들을 평가하는데 더 유용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일개 아마추어인 니 말이 맞냐는 식으로 언급할 수 있는데, 다행히 최근 중앙대학교 회계학과 양대천 교수가 본인의 책을 판매하기 위한 언론 인터뷰 중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주소 링크를 제시하니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5&oid=293&aid=0000036273


 

PER의 문제는 당기순이익만의 아닙니다. 당기순이익으로 나누는 시가총액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체는 주주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기업의 자산은 주주와 채권자로 나뉘어집니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에는 단순히 주주 관점인 시가총액만이 아니라 시가총액과 순부채를 더한 기업가치 즉 EV(Enterprise Value)로 평가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참고로 이때 순부채는 재무상태표상 부채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이또한 얘기가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시가총액 대신 EV가 왜 중요한지 개념적으로 이해가 안 갈 수 있습니다. 이또한 내용이 너무 길어져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기 힘들지만, EV의 유용성은 부채가 많은 기업들을 평가할 때 매우 유용하다는 점은 분명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맨날 PER 10배 미만으로 싸다고 하는 A 제지회사나 B 화학회사 등이 죄다 부채를 포함한 EV가 적용된 밸류에이션에서는 해당 업종 내 타 기업보다 비슷하거나 심지어 비싸다는 사실을 많은 투자자들이 알지 못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이미 비싸서 밸류에이션 상향 여지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할 수 있음에도, PER이 4배니 6배니 하는 소리에 현혹되어 저평가인 줄 알고 맨날 들고있다가 투자손실만 누적됩니다.


EV에 대한 논리는 지겹도록 얘기하는 한국 증시 저평가에도 상당부분 적용됩니다. 현금이 부채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가 되면, EV는 시가총액보다 적게 됩니다. 즉 비싼 시가총액을 고려한 PER로 보면 높아보이는 밸류에이션이 시가총액보다 낮아진 EV로 보면 밸류에이션이 하락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부채규모가 줄었지만, 미국 빅테크를 포함한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습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밸류에이션은 EV를 기준으로 한 밸류에이션보다 저평가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아주 러프하게 살펴봤지만, 당기순이익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PER보다 현금흐름과 EV를 기준으로 한 EV/FCF나 EV/OCF가 보다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밸류에이션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PER이 이들 현금흐름 밸류에이션보다 항상 무조건 열위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경우 현금흐름 기반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는 것이 더 우월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매우 낯선 이런 얘기가 미국에서는 상식입니다. 네이버 증권처럼 개별기업들에 대한 지표를 표시하는 Stockrow에서 애플을 정리한 아래 표를 보면, EV/FCF와 EV/OCF가 기본적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이들 지표들에 대한 추세적 자료들도 대부분 상식적으로 제공합니다. 

 

애플 재무비율.png

 

 

기업도 꾸준히 바뀌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도 꾸준히 바뀌고 개선되어야 합니다. 조선 시대 마차가 다니던 개념을 오늘날 자동차 도로에 적용하면 완전히 틀리지는 않지만 적절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과거의 통계나 구시대 기업 위주의 평가에 근거한 자료들로 이미 바뀐 현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특히 이런 변화가 더 가속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더욱 그러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이에게 회계와 밸류에이션은 요리사 입장에서 요리도구와 같습니다. 요리가 바뀌면 요리도구도 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설마 이런 얘기가 현실을 무시한 상아탑 이야기라고 생각하십니까? 반대로 오늘날 국내 대학처럼 오히려 시스템이 현실을 못 쫓아가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입니다.


기업 환경 하에서 수십년이면 세상이 개벽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버크셔 해셔웨이 주주서한을 최소한 20년 이상을 읽어보면, 그들도 그런 변화되는 기업환경에서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외부에 알릴지 꾸준히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이 쌓여서 미국은 현금흐름 기반의 기업가치 평가가 어느정도 자리에 잡았습니다. 


사실 테슬라나 최근 부각되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기존의 현금흐름 기반의 평가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런 변화된 현상을 무시하기 보다는 반영하기 위해 구독관련 지표들인 Billing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약자 RPO), ARRACV 등을 반영한 지표들을 개발하려고 노력합니다참고로 구독형 소프트웨어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면, 이들 지표들이 과거 닷컴 버블을 조장한 PEG와 달리 매우 합리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지표들은 우리가 성장기업 평가가 어렵다고 남용하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밸류에이션인 PSR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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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 (수주잔고 + 신규수주)


2) Annual Contract Value (연간 계약 금액) : 고객당 연간 평균 매출. 


3) Annal Recurring Revenue (연간 고정 매출) : 연간 반복 매출. 월간 구독 매출을 12배로 산출하거나 연간 구독 매출로 전년도 대비 비즈니스의 성장을 측정하는 지표

 

ex) 고객 1 : 연간 500달러 서비스 3년 계약, 고객 2 : 연간 400달러 서비스 2년 계약, 고객 3 : 300달러 서비스 3년 계약

 

1년차 ACV : ($500 + $400 + $300) / 3 = $400

2년차 ACV : ($400 + $300) / 2 = $350

3년차 ACV : $300 / 1 = $300 

 

1년차 ARR : $500 + $400 + $300 = $1200

2년차 ARR : $400 + $300 = $700

3년차 ARR : $300 = $300

댓글 : 1 개
재밌네요 ㅋ결국 이래저래 해도 미래의 수주까지 반영한 2ㅡ30년의 DCF가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평가방법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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