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우크라이나라는 테이블에 앉은 각자의 생각2022.02.24 PM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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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보다는 서방의 공세종말에 가깝다 -


푸틴이 결국 레드라인을 넘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우크라 주요 도시에 대한 포격/공습이 다양한 루트를 통한 영상제보로 확인 되고 있으며, 크림 반도를 빼앗긴 지금 우크라의 가장 중요한 항구이자 몰도바와 러시아를 잇는 목구멍 같은 도시인 오데사에도 러시아군의 공격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내부에서의 정보가 제한적이라 러시아군이 어느 정도의 진격을 했는지, 우크라군이 무기력하게 패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라는 장소에서 본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한 열강들은 어떠한 카드들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동안 조금씩 모아온 정보를 토대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 러시아의 생각 : 우크라이나의 내륙국화 및 발트3국 압박

전쟁 준비를 착실히 해 온 푸틴답게 본인이 원하는 곳 모두에 대해 공격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드네프르 강 동쪽의 아주 작은 지역인 도네츠크, 루간스크에 대한 영향력 공고화라는 작은 목표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러시아-우크라 동부-크림 반도-몰도바 라는 거대한 지역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대 서방 전선을 확고히 하고 싶은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이 지역이 모두 러시아의 영향권 내에 놓이면 러시아는 이들 지역을 자치공화국으로 독립시키고 러시아군을 전진배치 하게 될것이며, 물론 이들 국가들은 모두 러시아 국가두마에서 일사천리로 승인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항구를 모두 잃고 내륙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젤렌스키 정권의 붕괴는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해상 교역 통로를 차단당했기 때문에 결국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와 몰도바, 벨라루스라는 3개의 적국에 둘러싸인 상황이 되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러시아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약화 및 친러 정권 수립은 군사적 그리고 경제적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달성가능하다. 이 정도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푸틴은 아마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크라는 아직 나토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나토군의 진주는 명분이 부족하며 유엔 안보리는 사실상 식물 상태로 전락했으므로 현재로서는 푸틴을 물리적으로 막아세울 수 있는 존재는 전무해 보인다.

 

푸틴의 다음 스텝은 당연히 발트3국에 대한 압박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약체인 발트3국이 나토의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러시아와 상대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발트3국은 나토 가입국이고 나토군의 증파가 예상되기 때문에 푸틴의 다음 수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 미국의 생각 : 국내이슈로 고민이 깊은 미국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첫째는 SWIFT 배제 등을 통한 강력한 경제 및 금융제재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발트3국에 나토군을 증파하여 푸틴의 후속 압박을 막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이 우크라를 물리적으로 도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국의 대외 적극 개입에 대해 미국 국내의 여론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SWIFT 배제 및 달러화 결제 금지로 러시아의 금융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미국의 부담은 커진다. 러시아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러시아의 주력 경제 유닛인 천연자원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을 중부 유럽, 특히 독일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닥친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다소 부담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독일에 마구 퍼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 경우 천연가스 수입의 14% 정도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도 유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으므로 우리도 안심할 수는 없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천연가스 수입의 약 35~40%를 의존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의 가스 수요 증가 역시 부담이 된다.

 

결국 미국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발트3국의 나토 이탈을 막기 위해 이들 지역에 군사적 자산을 늘리는 일과, 유럽 주둔 미군의 역량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며 오랜 기간의 군축으로 상당히 약체화된 독일군을 지원하는 것 정도뿐일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바이든은 카터의 딜레마에 빠져 공화당에 정권을 다시 내 줄 수도 있는 다른 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푸틴을 열렬히 지지하면서도 바이든을 유약한 대통령이라 몰아붙이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계산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대만인데, 미 7함대의 대대적인 전력증강이 있어야 대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나 이것이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알 수가 없다. 미국은 양면전쟁을 하느니 우크라를 포기하고 대러시아 최전선을 폴란드-루마니아 축선에서 유지한 채로 인도-태평양 중국 포위망에 집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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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생각 : 차단된 일대일로, 그러나 對미국 동반자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록 난감한 것은 중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 중 카자흐와 벨라루스는 확고한 친러 노선을 잡았고 우크라이나는 쓰러지기 직전이기 때문에 적어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중 '초원길' 전략은 러시아에 의해 막혀 버린 꼴이 된다.

 

이란 핵협상 재타결이 임박한 지금 중국의 일대일로는 사실상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하면 제대로 동작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대만으로 향하게 된다. 대국굴기를 외치며 분연히 미국에 대항하기 시작한 시진핑은 자신의 대전략 중 하나였던 일대일로에서 생각한 만큼의 재미를 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고개를 돌리면 남은 것이 대만뿐이다.

 

중국이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금일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지지하는 성명을 고민 끝에 낸 것은 결국 일대일로보다는 대만에 더욱 무게를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러시아의 러시아계 다수 거주지역에 대한 침공중국에게는 자국 내 소수민족 문제와도 연동이 되지만 사실 대만 장악에 대한 명분도 동시에 주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러시아의 행동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지속적으로 찾아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러시아가 크림 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재제에 대비해 중국과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해 둔 것도 결국 비슷한 맥락에서 양국이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는 느슨하게라도 공유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실상 대만이 상당히 위험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 동유럽의 생각 : 베트남 전쟁 시기 박정희 정권과 유사

몰도바가 러시아와 물리적으로 연결되고 우크라이나가 몰락하면 서방의 대러시아 최전선은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로 이어지는 국경선이 된다. 문제는 이 네 나라가 최근 조금씩 권위주의 정부 또는 극우 정부가 들어서거나 영향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EU는 이들 나라에 앞으로 감 놔라 배 놔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이들 나라는 결국 안전보장을 이유로 국내정치에 대한 국가간 연합체의 간섭을 거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벨라루스나 우크라와는 달리 러시아 민족주의의 영향력이 적고 반러 감정으로 똘똘 뭉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같은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이웃나라의 위기를 이용하여 권위주의 정권이 더욱 강화되거나 극우파가 집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래나 저래나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인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고, 냉전 종식 이후 약 30년에 걸쳐 왔던 서방의 대대적인 확장이 이제 그 공세종말점에 달했다고 보는 편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서방의 능력으로는 동유럽 전체를 세력권에 넣고 관리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같이 전쟁을 불사할 수 있는 미국이 아니다.

 

당연히, 러시아의 역량은 서방 전체의 역량에 비해 한참 떨어지기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고 지배할 수 없다. 게다가 드네프르 강 서안의 우크라이나는 친러 민족주의는 커녕 이웃나라인 폴란드 등과 함께 오히려 반러 민족주의로 뭉쳐 있는 나라라 러시아의 뜻대로만은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정말 큰 문제는, 서방의 어정쩡한 개입과 러시아의 어정쩡한 역량과 우크라이나의 반러 민족주의가 겹쳐서 사실상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지역에 내전 상태가 유지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제2의 발칸이 되어 더 오랜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국민들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우려가 마음 속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 김현성 -

댓글 : 1 개
풍선효과로 중국이랑 대만이 어떻게 될지가 문제인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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