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Never bet against America2022.02.26 PM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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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협정.png

 

 

 

거대한 장기판


1.

바이든이 취임하고 진행된 것 중 하나는 트럼프 지우기다. 트럼프가 결정한 정책을 되돌려 놓는 것. 그런데 몇 가지는 유지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다.


2.

아브라함 협정은 원수이던 이스라엘과 중동을 아브라함이란 공통조상의 이름으로 화해시키는 것인데 참 생뚱맞은 것이었다.


중동, 이스라엘, 미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란마저 화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과 사우디는 원수, 이스라엘은 이란, 사우디와 원수인데 원수들끼리 손잡고 춤추는 상황이다.


3.

여기에는 중동의 석유, 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깔려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서는 VLCC(초대형 원유 운반선)가 이동할 수 없어 중동의 석유는 케이프만을 돌아서 가야하는 시간, 공간상 비용이 존재한다. 그래서 유럽은 러시아로 부터 천연가스를 가져다 쓴다.


그런데 아브라함 협정 덕분에 중동의 석유를 지중해로 바로 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4.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주목했던 것이 두가지 였다.


하나는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만약 침묵으로 일관하고 군대파병 가능성을 열어뒀다면 아무리 푸틴이라도 쉽게 진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판 애치슨라인이 그어진 것인데, 이에 푸틴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 


둘째는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여부였다. 카타르가 유럽에 공급하고 있는 물량은 유럽 소비량의 5% 수준인데 3배로 늘린다해도 러시아 공급량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란과 협상한다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미국의 셰일가스가 유일한 대안이었는데 바이든은 즉각 친환경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택했다.


5.

독일은 미국의 우방국이면서도 러시아와 관련된 정책에서는 전락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견지해왔다.메르켈이 동독출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미국입장에서는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니었다. 독일이 러시아로 부터 천연가스를 다이렉트로 가져오는 수송관(노드스트림2)이 새롭게 완공된 것은 더더욱 거슬리는 것이었다.


6.

이런 차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희망했고 미국은 고려해보겠으나 선제 조건이 해결되면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게 2021년 봄의 일이다.


2021년 가을, 트럼프의 대 중동정책인 아브라함 협정은 바이든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계되었는데,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신청을 생각할 때 미묘한 시기의 일이었다.


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경계하게 되었고, 미국은 셰일가스를 유럽으로 더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러시아는 당장은 가스를 공급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공급체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8.

슬램덩크를 보면 북산과 해남의 경기에서 안경선배가 정환의 훼이크 모션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미 몸이 굳어 움직일 수도 없는데 웬 훼이크?


하지만 정환의 훼이크는 안경선배를 향한 것이 아니었고 그 뒤에 있는 채치수를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안경선배는 안중에도 없었다.


9.

이번 사건을 두고, 바이든의 미국이 종이호랑이라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피상적인 생각이다.


미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장기를 두는 패권 국가고 패권 국가는 패권 국가다운 의사결정을 한다.


서쪽에서 한 일은 동쪽의 일과 관련이 있고 북쪽에서 한 일은 남쪽의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 패권 국가의 사고방식이다.


아직은 미국의 시대다. 아프간 문제에서 손떼고, 시끄러운 중동 문제를 조용히 만들어 놓았다. 러시아 문제는 잠자던 유럽의 경각심을 깨워놓았으니 미국이 집중할 곳은 뼌하지 않을까?


10.

Never bet against America.


워런버핏이 2020년 했던 이 말을 몇 년 전 바이든도 했었다.


바이든 부통령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친중 행보를 보이자 방한해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 대고 했던 말이다.


미국이 독일에게 말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르트 스트림2는 끝이라고. 한마디로 


Never bet against America 한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이를 바라보는 독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 정채진 님 페이스북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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