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퀀트] 두물머리의 퀀트 전략 백테스팅 툴 2022.03.29 PM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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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https://allatte.com/screener

퀀트 커뮤니티에서 조금이나마 화제가 되고 있는 https://allatte.com/ 서비스를 베타 테스트로 출시 했습니다. 아마 상세한 기능들은 들어가서 보시거나, 시중에 나온 강연, 새로 나온 저희 책 (감으로 하는 투자, 데이터로 하는 투자), 혹은 우리 제작진들의 sns 등을 팔로우 하시면 재미나실 것 같아요. 아니면 들어가서 여러 전략들 활용한 백테스트만 해보셔도 재밌어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이 서비스가 만들어지면서 고민하게 된 부분을 썰로 좀 풀면서 왜 이런 모양의 서비스가 이 타이밍에 나온 그 배경을 조금 설명드릴게요.


사실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 백테스팅 기능 등에선 이미 그 분야 최고라는 한태경 이사님이 내부에서 Cosmos 라는 툴로 기능들을 빠르게 개선시키고 있었고, 자산운용사 해외 지사 등에서 계약을 해 도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데이터의 양과 속도, 거기서 파생되는 분석들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흔히 블룸버그와 비교 당하기도 했는데, 블룸버그는 정성적 분석을 할 때 좋은 정보 단말기라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모델들을 실험하고 만들고 최적화하고 새로이 찾고 이런 것들이 가능해졌다는 면에서, 사실 펀드매니저나 혹은 논문을 쓰는 학계에서 연간 수억 원을 쓰고 도입할만한 스펙이었습니다.


그러면 열심히 B2B 툴로 만들어 몇 안되는 고객을 찾아다닐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직접 쓸 것이냐, B2C로 제공할 것이냐 이런 고민들이 남게 됩니다.


두물머리의 창업 배경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활용해보라고 일반인 전용으로 저렴하게 내놓는 것도 방법일 것이고, 실제 내외부에서 그런 요구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툴의 자유도와 기능이 아무리 높다 한들, 애초에 국내에 이런 툴을 활용하실 개인 투자자가 몇 분이나 계실까 하는 고민도 들었어요. 5천명 정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5천명한테 월 5만원 받아서 연간 30억 정도 되는 비지니스를 만들고 해외로 나가는게 답일까...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퀀트 지망생들한테 이런 툴들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절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가슴은 그러라고 하였지만... 한편 엇비슷한 대안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과연 가장 적절한 비지니스인지 고뇌해볼만 했습니다. 


해외에선 개인투자자가 아닌 일임운용 회사, 독립 투자자문업 등이 아주 활발합니다. 제 3자의 포트폴리오나, 도입한 툴을 활용해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를 고객들에게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많죠. 이들이 금융을 알리고, 고객과 깊은 관계를 맺고, 맞춤화를 해주고 조언을 해주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더군요. 국내에선 일임 라이센스의 가격과 유지조건이 너무 높아 초고액 자산가만을 위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생태계가 국내에 있다면, 혹은 우리가 만들 수 있다면, 혹은 규제가 변화한다면, 이런 용도로 쓰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사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사용자에 따라서 '편의'를 강조할 것이냐 '자유도와 기능'을 강조할 것이냐가 굉장히 큰 trade off 가 됩니다. 전문가의 능력을 믿고 기능을 제공해주면, 근본적으로 복잡한 사용성이 되기 쉽고, 흔히 '주린이'를 위해 제공하면 아주 간편한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충돌되는 가치이죠. 고객을 위한 간편성에서는 토스가 압도하고 있죠. 그러나 토스는 뒷단에 이렇게 복잡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의 고객은 주린이인가, 아니면 토스 같은, PB 같은, 일선에서 고객을 위한 차별성을 만들어줘야 되는 사람들이냐. 그게 어려운 지점입니다. 


현재의 올라떼는 중간 수준입니다. 아주 편리성을 강조하지도 않았고, 자유도를 내부 툴만큼 높여두지도 않았습니다. 준프로에 가까운 퀀트 커뮤니티를 먼저 겨냥했습니다. 여러분이 쓰시면서 어쩐지 미묘하게 불편하다면 이런 맥락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사용자의 뜨거운 피드백에 따라서 한쪽 방향으로 화끈하게 더 진화할런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은 자유도와 편의성을 둘다 높일 참입니다. 편의성이란 투자자의 머릿속에서 중요한 잣대를 헤아려서 여정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아마도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밸류 모멘텀에 관심이 없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높은데 안전 장치도 잘 되어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같은 생각의 흐름을 타겠죠. 그걸 만들어주는 수억개의 방법론 중에 적절한 것을 추천해주는 게 중요할 겁니다. 그건 대체로 여러분의 몫이 아니라 중간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몫일 겁니다. 거기서 조금 더 고급 유저들은 투자하는 주식의 수나, ESG 해당 여부, 특정 섹터나 팩터에 대한 가중치를 기대할 것입니다. 주린이나, PB 나, 이 정도의 편의성을 요구하긴 마찬가지일 것 같고, 그에 맞춰서 서비스가 편리한 마중을 나가줄 필요는 있겠죠.


또한 자유도도 높여드려야겠죠. 떠오르는 아주 신박(?)한 접근 방법이 있을 때 그걸 실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저희와 계약을 맺고 모델을 직접 함께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오히려 올라떼보다는 개별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것이 더 확신도가 높을 수도 있고요. 현실적으로 올라떼에서 직접 몇억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준다거나 하긴 힘드니까요. (할 수도 있음)


그런데 가장 좋은 방안은 역시 올라떼가 아니라 올라떼 안에 포함된 기능들을 전문가들이 (우리가 될 수도 있음) 직접 다뤄서 펀드를 짜드리는 겁니다. 국내에선 일임 운용이 되겠죠. 저희도 김두언 총괄 (빈센트)을 통해서 기업용 일임은 짜드릴 것이고, 가능하다면 비대면 라인업을 만들어서 일정 자금 이상이 있는 리테일 고객부터 관리해드리는 안도 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너무 업계의 사정 같지만, 뒷단에 연결해야 하는 시스템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PB센터에서 랩어카운트로 바로 뽑아주면 좋겠지만 (맞춤화 운용은 랩어카운트의 원래 도입 배경이기도 하고...) 여러개의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관리해줄 시스템을 갖춘 랩 부서를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시스템을 갖추는데 또 몇 분기가 소모될지 몰라서 어려워하더군요. 그러니까 랩 부서도 사실은 펀드 같은 집합투자 상품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증권사 한 군데가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도입할 수 있겠지만 약간은 요원한 이야기 같습니다. 오픈 API 나 로보 마켓플레이스 같은 것을 활용한 사례가 몇 군데 있더군요. 규제의 회색 지대이긴 하지만 어떻게 큰 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고무적입니다. 비대면 일임업을 취득해서 앱으로 바로 서비스하는 방안 등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증권사의 인프라 개발 속도와 속사정에 매우 깊게 의존해야 해서 확장성이 낮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증권사가 될 수도 없고... (있습니다만 비싸죠...)


해외에선 올라떼 같은 툴에 대한 니즈가 많습니다. 비지니스적으론 해외로 바로 뛰쳐나가는 것이 가장 쉬운 결정일 수 있겠네요. 무언가 아쉬움이 남지만, 해외에 도입된 시스템을 국내에 다시 연결하는 것은 정서상 쉬운 일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쿵 저러쿵 해서, 저는 장차 가족과 친지들의 계좌를 운용해줄 생각이 있는 직접 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해보기를 기대합니다. 언젠가 일임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타인의 자산을 관리해줄 수 있게 된다면 이런 툴들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는 여러 방법을 찾아서 더 손쉽게 여러분의 손 끝에 이런 기능들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갔다 오는 우회로를 쓰게 되겠습니다. 


두물머리는 아직 사업으로서 걸음마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많은 기술들을 갖춰놓고 있지만,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더미 같습니다. 일선에서 고객의 문제를 풀어드리는 것에서부터, 뒷선에서 복잡한 백오피스의 연동들까지. 또 자금도 인력도 필요하고 많은 연구개발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진행되어가며, 제발이지 많은 사람들의 삶에 결정적인 이득을 주는 것을 매일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Julius 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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