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75bp 인상' 부인…에브리띵 랠리 폭발2022.05.05 PM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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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205054931i

 

 

"75bp(1bp=0.01%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4일(미 동부 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히자 주식부터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급하게 유턴했습니다. 주식과 채권, 비트코인은 폭등했고 달러와 변동성지수(VIX)는 급락했습니다. 시장이 가장 걱정하던 75bp 인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덕분입니다.


다우는 2.81%, S&P500 지수는 2.99% 상승했고 나스닥은 3.19% 폭등했습니다. 나스닥이 오전에 1.5%까지 내린 것을 고려하면 저점에서 5% 가까이 오른 것이죠. 또 S&P500 지수의 이날 상승 폭은 2020년 5월 이후 최대였고, FOMC 결정이 나온 'Fed 데이'로만 따지만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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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는 급락했습니다. 한때 3%를 넘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1.2bp 떨어진 2.94%를 기록했고, 장중 2.858%까지 치솟았던 2년물은 11.6bp나 급락해 2.654%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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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3.83포인트(13.09%) 하락한 25.42를 기록했습니다. 또 비트코인은 5.41% 오른 3만9818.5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후 2시 FOMC 발표 전에는 보합 선에서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 성명서는 예상과 같았습니다.


① 기준금리 50bp 인상/ 0.75~1.0%로

② 대차대조표 감축은 6월 1일, 475억 달러로 시작해 9월 월 950억 달러로 확대

③ "노동 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 "금리의 지속적 증가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

④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The Committee is highly attentive to inflation risks)


예상과 같은 결과에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가지수는 발표 직후 소폭 상승했다가 오후 2시 30분 기자회견 전에는 다시 그만큼 내려왔습니다. 채권 금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성명서는 시장 예상과 같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또 '금리의 지속적 증가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문구가 더 공세적으로 바뀌지 않은 점, 50bp 인상이 만장일치로 결정된 점도 것도 마찬가지로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75bp를 주장해온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50bp 인상에 찬성한 것입니다. 이는 향후 75bp 인상 확률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JP모건은 75bp 인상을 주장하는 반대표가 한 두 표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성명서에 새로 추가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는 문구가 좀 신경이 쓰였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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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됐습니다. 파월 의장은 갑자기 "이 기회에 미국인들에게 직접 말하고 싶다"라면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다, 우리는 이게 얼마나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이해한다. 우리는 이를 낮추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매우 매파적인 발언에 순간 나스닥은 1%가 넘게 급락했고 국채 2년물 등 단기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습니다. 질의응답이 시작되고 두 번째 질문이 '75bp를 올릴 것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월이 "75bp 인상은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다(75 basis point increases is not something that the committee is actively considering)"라고 답했습니다. 주가는 폭등하고 채권 금리는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더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위원회에서는 다음 두 차례 회의에서 추가로 50bp 인상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폭넓은 인식이 있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에 비춰본다면 다음 두 차례 회의에서 50bp 인상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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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두 차례일까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는 않더라도 평평해지기 시작했다는 예상이 있고 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정점에 도달하거나 평평해지기 시작했다는 일부 증거를 보고 있고, 우리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는지 알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차례 50bp를 올린 뒤 경제 지표를 검토할 시간을 갖겠다는 것입니다.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전 골드만삭스 사장)은 CNBC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파월은 6, 7월에 50bp씩 올린 뒤 9월까지 시간이 있다. 8월엔 FOMC 회의가 없기 때문이다. 9월까지는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전쟁, 중국 봉쇄 등에서 진전이 있을 수 있다. 그때도 별 진전이 없다면 또다시 50bp를 인상하면 되고, 진전이 있다면 25bp를 올리면 된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시장은 그동안 Fed가 올해 300bp가량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해 가격에 반영했는데, 오늘 파월은 250bp 인상을 인정한 것 같다. 그래서 시장이 환호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콘은 "금리 인상 폭이 50bp에서 75bp로 가는 게 아니라 50bp에서 25bp로 간다는 데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Fed는 투자자들이 걱정하던 양적 긴축(QT)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월가가 예상하던 500~600억 달러가 아닌 475억 달러로 시작하고, 시작 시점도 당장이 아닌 6월 1일입니다. 또 Fed는 자산 감축 관련 별도의 성명에서 "위원회는 경제 및 금융 발전에 비추어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기 위한 접근 방식의 세부 사항을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언제까지 자산을 감축할 것이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이 "자동으로 감축되는 것(autopilot)"이라고 답했다가 증시가 폭락했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는 3분기 국채 발행 규모를 감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도 Fed의 부드러운 자산 감축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물론 재정 부양책 감소로 자금 수요도 줄어든 덕분이지요.


파월 의장은 다른 발언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만 꼽아보면


-경제의 기본 모멘텀은 여전히 강력하고 노동 시장은 매우 빡빡하다. 노동 시장이 더 균형을 이루는 곳으로 가야 한다.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하고 긴축 통화 정책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중립금리는 하나의 개념이다. 현재 위원회의 추정치는 2~3% 정도다. 신속하게 중립 수준으로 가겠다. 만약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면 그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

-우리가 중립이 아닌 제한적 수준까지 올려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그걸 알 수는 없다. 그런 결정은 오늘 우리 앞에 있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상황과 중국 상황 모두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더 긴축된 금융여건이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며 금융여건이나 수요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으면 더 높은 수준의 금리로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 침체 없이 물가 안정을 회복할 좋은 기회가 있다. 가계와 기업의 재정이 매우 탄탄하다. 그리고 노동 시장이 매우 뜨겁다.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도전적이고 불확실한 시기에 불확실성을 추가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임금-가격의 소용돌이형 상승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

-볼커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용기가 있었다.

-대차대조표 축소의 영향은 불확실하다. 6월 1일 자산 감축 시작을 선택한 것은 그냥 고른 것이다. 무슨 마법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다.


이날 파월 의장이 가장 많이 쓴 단어 중의 하나가 신속하게(Expeditious)라는 단어입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끝내겠다는 겁니다.


정리하면 ① 75bp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연착륙이 가능하다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것이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핌코의 앨리슨 복서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다소 비둘기파적"이라며 "기자회견의 주요 뉴스는 파월이 시장이 가격을 책정하기 시작한 75bp 인상을 철회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파월이 75bp 인상을 부인했고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일부 증거를 봤다고 말한 게 과매도 된 시장이 랠리하는 게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파월 의장이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후 미국 주식이 급등했다"라며 "올해 남은 금리 인상에 대해 월스트리트가 완전히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에 위험자산이 랠리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존에 5월, 6월 두 차례 50bp 인상을 예상했지만 이날 7월까지 세 차례 50bp 인상하는 것으로 예측을 바꿨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9월에도 네 번째 50bp 인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추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FOMC가 25bp 인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을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부진한 경제 성장과 완화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다음 두 번의 회의에서 50bp를 인상하고 다음 세 차례에는 25bp를 올릴 것이라는 우리의 견해를 바꿀만한 것은 없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번 랠리에 얼마나 많은 힘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좀 더 오를 수 있지만, 변동성은 클 것이라고 봅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Fed는 1분기 경제 위축에 대해 언급했지만, 가계와 기업에 대한 강력함에 더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경기 침체의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Fed는 다음 FOMC 회의에서 이번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통화 정책과 인플레이션 및 경제 성장의 궤도와 관련된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밸류에이션은 눈에 띄게 하락했지만 2분기에 또 다른 성장 둔화와 기업 이익과 마진에 대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나는 시장이 과매도 상태이고 랠리 할 이유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경기 침체가 테이블에서 벗어났는지 아닌지를 우리가 완전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적어도 지금은 안도 랠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오는 11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11일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옵니다. 파월이 언급한 대로 정점이나 하락의 증거가 나온다면 '파월의 약속'은 지켜질 것입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Fed는 50bp를 올리고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75bp 인상이 없을 것이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라고 들었다. 그래서 랠리가 나타났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과민 반응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안도감은 분명하다. 내가 가장 희망하는 것은 5월 11일에 CPI가 하락하는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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