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PSR의 종말을 대하는 자세2022.06.04 PM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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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국내 유니콘 기업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나스닥에 상장해 한때 100조원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국내 유통공룡인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을 모두 따돌리고 이커머스 시장을 확고히 장악했다. 유통업계의 이단아에서 국내 간판 기업으로 떠올랐다.


쿠팡은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수익을 내는 회사가 아니다.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열광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에 조 단위 투자를 하며 굳건한 신뢰를 보였고 결국 성공신화를 입증했다.


'의도된 적자'를 통해 시장을 장악해가는 새로운 성장 문법이 창조되자 기업공개(IPO)시장도 빠르게 변했다. 쿠팡 신드롬을 따라 기업가치 측정방식을 과거 수익성 지표인 EV/EBITDA·PER에서 성장성 지표인 PSR(매출액 대비 주가), GMV(총판매액·Gross Merchandise Volume)로 바꿨다. 지금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새 지표가 나타나자 IPO 예비주자들은 PSR로 몸값 올리기에 분주했다. 매년 매출이 성장하고 있어 장밋빛 미래가 있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주요국의 ‘빅스텝’ 금리 인상으로 자본시장이 급격히 냉각하면서 이런 유동성 잔치는 막을 내리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적자 기업이 매년 부담해야 하는 금융 비용이 높아지는데다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조정되자 국내 IPO 시장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PSR로 무장해 IPO에 나서려던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며 상장 일정을 철회하거나 뒤로 미루고 있다. 쏘카는 PSR 대신 다른 측정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PSR 신화가 저물어가자 비상장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그간 '묻지마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운 플랫폼 기업들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제2의 쿠팡을 내세운 기업들은 수백, 수천억원의 적자를 예삿일로 여기며 재무 관리를 소홀히 했다. 시장이 한정적인 명품 시장에서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는 지난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출혈 경쟁'을 벌였다. 현재 시장에서 후속 투자를 위한 투자금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어느 한 곳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 기관 투자자는 "PSR 기업들은 추가 자금 유치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선뜻 투자하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한동안 고밸류 이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그러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21세기 초 닷컴버블 속에서 네이버 등 일부 기업은 살아남았다. 닷컴 버블이라는 열광이 없었더라면 네이버는 애초에 자금을 수혈받기도 어려웠다. PSR의 불패신화는 저물어가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를 통해 혁신 기업이 가려질 것이다. PSR의 종말론이 퍼지고 있을 때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자본시장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댓글 : 2 개
  • Pax
  • 2022/06/04 PM 05:39
자본이 넘쳐났기에 써먹을 수 있었던 의도된 적자 전략...
하지만 금리의 파고를 넘진 못하는군요.
의미있는 논평이네요.

온라인 금융사라며 손익관리도 못하고 남의 돈으로 돈잔치하던 회사들도 곧 위기가 올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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