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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미국과 사우디, 우방과 갈등의 70년2022.06.05 PM 05:37
- 『헥토르』님 블로그 펌 -
걸프 협력회의 6개국 지도
1. 미국과 중동의 긴장관계
트럼프 시절까지는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며 중동의 든든한 우방 역할을 했던 사우디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작금의 러시아 침공으로 야기된 심각한 석유 부족 현상에 미 행정부가 증산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GCC 국가들은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데, UAE도 증산을 하지 않고, 오히려 개전 초기에 각 나라는 전용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날아가 우호적인 통상협력을 다지고 왔다.
(좌)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살만(MBS)
(우) 사우디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미래형 스마트 시티 '네옴'
러시아의 SU-75 체크메이트에 어마한 개발비를 투자했던 UAE는 미국이 다운그레이드 된 F-35A 전투기를 판다고 하자 자존심 상해 트럼프 때 했던 계약마저 파기하고 프랑스 라팔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단은. 그리고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특임 국방장관(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공동 개발 분담금에 진상 짓을 부리고 있는 KF-21 보라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6월에 있을 KF-21 초도비행의 경과를 지켜보고, 일각에서는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지불한 금액+알파를 UAE가 지불하고 계약 파기 후, 향후 공동 개발한다는~ 우리로서는 호재!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
2. 미국, 중국 봉쇄작전의 구멍.
미국의 입장에서는 겨우 중동과 아프간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태평양에 집중하고 싶지만, 이란의 핵 협상, 사우디, 시리아 등 중동문제가 만만치가 않다. 파키스탄과 미얀마를 포기하면서 중국에 인도양의 문을 열어주게 됐는데, 자칫하면 이란을 시작으로 중동이라는 중국의 뒷문까지 열어주어 지중해까지 뚫리게 생겼다. 지정학적으로 중동이 이렇게 중요한 곳이다. 게다가 자원까지 쥐고 있으니...
국가별 최대 교역 상대국
3. 사우디와 미국, 70년 우방
2차대전 막바지부터 우방을 유지해왔던 미국과 사우디는 1973년 1차 오일 쇼크로 인해 원유와 안보 체인으로 더욱 깊은 관계가 되었고 구 소련의 붕괴에도 사우디의 무한정 증산 계획이 석유에 의존하던 소련 경제를 마비시킴으로써 소련의 붕괴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런 그들이 갑자기 왜?
4. 미국의 이중잣대
바이든은 취임 후 실세이자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를 듣보잡 취급을 했다. 정확히 밝혀 지진 않았지만, '왕실에 비판적인 기자'가 터키에서 살해당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MBS의 소행으로 지목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그리곤 왕(아버지)만 대우하고 대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뒷방 늙은이가 된 실권도 없고, 힘이 다 빠져 쉬고 있는 현재의 왕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아랍은 무역을 하든, 정치를 하든 체면을 매우 중시 여기는 지역이다. 살인자에 듣보잡 취급을 받은 MBS는 대노하여 대화를 거부하고, 바이든도 사우디 남쪽의 예멘에서 후티 반군이 날뛰고 있는 와중에 사우디, UAE 무기 판매를 줄여 버렸다.
▷ 왕실을 비판한 기자를 살해했다고 추정되는 사람이 만약 MBS라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미국의 글로벌 정책에 그런 민주적 가치를 가장 중시한다면 애초부터 왕조국가와 상대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또한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스라엘군과 무장경찰이 팔레스타인들에게 저지르는 테러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그동안 50명 가까이 살해했고 2주 전에는 이스라엘 스나이퍼가 조준사격으로 알 자지라 기자를 죽였는데도 입꾹하고 있다. 뭔 가치가 상황에 따라 다르냐..
5. 사우디 MBS의 분노
꼬리 내리고 들어올 줄 알았던 MBS는 오히려 올 연초에 GCC 회원국 모두와 함께 중국을 찾아가 신년인사를 한다. 그리고 석유를 위안화로 결제했다.(모든 원유는 달러로만 결제하고 대신 사우디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1973년부터의 계약에 금이 갔다)
그리고 국방 현대화에 나섰다. 그동안 모든 무기를 외국, 특히 미국에서 사 왔지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 2030년'에서 국산화 50%가 명기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GCC 국가와 석유와 가스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고, FTA를 협상 중이다. 사우디는 중국의 전투기, 탄도미사일, 그리고 정확지는 않지만 핵무기까지 손에 넣었다는 지라시가 돌 정도로 미국을 자극하고 있고,
사우디와 공동개발중인 비호복합2 - 사막형
대한민국과는 천궁2 (항공기, 미사일) 요격미사일, 현궁(대전차 유도미사일)를 수조 원어치 구입했고, 복합비호2 (대 드론, 대공무기체계- 공동개발중), K-9 자주포, K-2 흑표전차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군 현대화 사업에 대한민국의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우리 방산무기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같은 곳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 MBS는 지난 방한 시 대전을 내려가 ADD를 보고는 문 대통령에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이 연구소 내가 삽시다, 형님"
6. 트럼프는 왜 이란에 다시 제재를 가했나
트럼프 때 미국내에서 셰일가스가 터졌다. 이젠 미국은 더 이상 중동에 의존하여 석유를 수입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수출에 열을 올렸다. 자신들의 원유와 가스를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경제 제재에서 해지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원유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던 이란은 또 다시 금수조치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이유는 또 핵무기다.
충분히 중동을 버릴 이유가 된다. 하지만 석유와 가스를 사용하는 건 선진국만이 아니다. 나머지 80%의 국가들도 제조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매년 거듭하고 있다. 당연히 석유와 석탄이 많이 들어간다. 글로벌 공급망에 점점 차질이 생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어 미국 내에서도 석유 수급이 어려워져 높아져 가는 인플레에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와 제조 기술을 쥐고, 생산 기반 시설은 전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맡긴 후폭풍을 맞고 있다. 다시 뭔가 시작을 해보려고 바이든이 몇 번을 전화를 했지만 MBS는 받지 않는다. 급기야 몇 차례에 걸쳐 주요 정부 고위 인사를 보냈지만 여전히 대화에 진전이 없다. 또 협상하러 간다고 한다.
7. 이란과 핵협상 재개
하루 500만 배럴까지 생산하던 세계 최대의 매장량의 베네수엘라를 50만 배럴로 만들어 놓았으니아무리 잘 협상을 한다고 해도 올가을까지는 양산되기 힘들다. 믿을 것은 캐나다뿐인데, 여긴 중동처럼 쉽게 뽑아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결국은 한때 생산량 3위의 이란과 핵 협상을 다시 시작하지만, 이란은 "금수조치 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미국이란 나라는 못 믿겠다, 미국을 제외한 상임이사국과 협의 하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회의장에 직접 참여도 못하고 옆 호텔에 쭈그리고 앉아 협상을 지휘(?) 하고 있다.
00은행에서 얼마 전 직원이 600억이 넘는 돈을 횡령해서 주식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금수조치로 "단 한 푼도 이란에 건네지 마라"라는 미국의 지시에 충실히 따른 대한민국 정부는 그 원유 대금을 고스란히 통장에 넣어두고 있었다. 오랫동안 아무도 건드리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돈, 잠깐 꺼내서 돈 굴린다는 생각이었겠지. 이란 국민들은 그동안 50% 이상 인플레로 빵값 걱정을 해야 하는 그 피 같은 돈을..ㅉㅉㅉ
8. 반도체 경제 안보
바이든의 요청에 가까운 이번 삼성의 미국 내 20조 투자라는 어마한 성과는 반도체를 전략 자산으로 보는 미국의 시각이 반영되었다. 미국 내 반도체 수요 60%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은 10나노 이하의 기술도, 기반 시설도 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방산에는 오직 자국에서 생산된 것만 사용한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미 국방부에 향후 우주항공 방산에 삼성의 기술을 얼마나 적용하고 어디까지 관리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똑똑하고 믿음직한 맏딸이 팔려가는 느낌도 든다. 기분이 그렇게 개운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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