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기업들 '14조' 역대급 영업이익..알고보니 '장부상 착시' 쇼크2022.06.26 PM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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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영업현금' 쇼크..1년 새 10조 줄었다

50대 기업 현금흐름, 코로나 전보다 악화

장부상 영업익 14조 늘었지만

공급난에 판매부진·재고급증

현금성 이익은 갈수록 떨어져

 



 

국내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최근 1년 새 10조원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에 따른 제품 판매 부진과 출고 차질 및 원재료값 상승으로 기업의 현금흐름이 나빠진 것이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4조원가량 늘었지만 이는 회계상 수치일 뿐 이익의 질(質)은 크게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대 기업(금융사 공기업 제외)의 현금흐름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5조7776억원으로, 전년 동기(35조5573억원) 대비 27.5%(9조7796억원) 감소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제조, 판매 등 기업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을 뜻한다. 영업이익과 달리 기업에 실제 유입된 현금 규모로, 이익의 질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같은 기간 5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3조2588억원에서 47조6927억원으로 증가했다.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을 통해 비(非)현금성 이익이 증가하면서 장부상 영업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설명이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에쓰오일CJ제일제당현대글로비스 등이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2분기에는 물류대란에 따른 출고 차질과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기업의 현금흐름은 더 악화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의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조3245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17조6279억원)보다 줄었다.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번 현금은 줄어들었지만 금융회사 등에서 빌린 돈은 급증했다. 50대 기업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1분기 3조3196억원에서 올 1분기 21조1996억원으로, 여섯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상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을 뜻한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재무구조도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나쁜 이익'만 늘었다…외상 증가에 재고 쌓여 실제론 '돈 가뭄'  

50곳 중 현금흐름 악화 35곳 달해…차입금 급증, 금리상승기 재무 부담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3805억원) 대비 13.1% 증가한 43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였다. 반면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유입된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1802억원에서 올해 -5370억원으로 급감했다. 에쓰오일은 올 1분기에 영업이익 1조3319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5592억원에서 -8765억원으로 크게 나빠졌다. 두 기업 모두 장부상 영업이익과 달리 원재료값 상승과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영업활동 과정에서 유입된 현금보다 빠져나간 현금이 많았다.





악화된 영업 현금흐름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대 기업 중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기업은 34곳에 달했다. 영업적자를 낸 곳은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 두 곳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된 기업은 70.0%인 35곳에 달했다. 마이너스인 기업도 19곳이었다. 포스코케미칼, 현대글로비스, SKC, 삼성중공업, HD현대 등 5곳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 같은 괴리 현상은 비(非)현금성 이익으로 이어지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통상 재고가 쌓이면 영업이익은 증가한다. 발생주의 회계원칙에 따라 재고자산이 늘면 매출원가(기초재고자산+당기제조원가-기말재고자산)는 줄기 때문이다. 매출원가 감소는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다만 재고자산 증감은 현금흐름과는 무관하다.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제품이 팔리지 않고 쌓이거나, ② 원재료값 상승으로 이미 확보한 원자재의 재고 평가액이 늘어난 경우다.


원재료 의존도가 큰 정유, 식품, 철강, 가전업체일수록 두 지표 간 괴리가 컸다. CJ제일제당은 설탕, 밀가루 등 원재료값 상승 여파로 올 1분기 재고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780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까지 치솟으면서 재고자산이 2조3229억원 급증했다.


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수 기업이 원재료값 상승에다 제품 출고 차질과 판매 부진으로 재고자산 규모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증감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전년 동기 대비 3조3500억원가량 나빠진 것도 가전 등 수요 둔화로 재고자산이 17조원 정도 불어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이후 빌린 돈도 ‘부담’


제품을 외상으로 판매한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도 두 지표 간 괴리가 커진 또 다른 이유다. 매출채권이 증가하면 영업이익은 늘지만 실제 현금은 유입되지 않는다. 통상 매출이 늘어나면 매출채권도 증가하지만, 경기침체기엔 연체가 잇따르면서 매출채권의 현금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작년 말 연체 매출채권은 5660억원으로, 2년 새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삼성물산의 작년 말 연체 매출채권도 5279억원으로, 2019년 말(4073억원) 대비 증가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기업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0대 기업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1분기 3조3196억원에서 올 1분기 21조1996억원으로 여섯 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에서 빌리거나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불어났다는 뜻이다. 통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매년 플러스(+)를 유지하고, 재무활동은 마이너스(-)를 유지하는 기업일수록 현금흐름이 원활한 것으로 인식된다.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년 연속 플러스, 재무활동은 마이너스를 유지한 기업삼성전자, SK텔레콤, HHM, 삼성SDI 등 11곳에 불과했다.


포스코홀딩스(2조4688억원), SK㈜(2조1278억원), HD현대(1조8694억원) 등의 차입 비중이 높았다. 포스코홀딩스의 올 1분기 단기차입금은 11조982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1989억원) 대비 2조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SK㈜도 단기차입금이 6조5542억원에서 10조462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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