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PF ABCP 차환 발행에 정책자금 투입…고강도 시장개입, ‘돈맥경화’ 해소될까2022.10.23 PM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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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발표한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의 핵심유동성 경색의 진앙지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관련 채무 불이행 여파로 시장이 멈춰버린 PF ABCP 시장에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응급 처방을 꺼내든 것이다.


자금시장 경색 불똥이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둔촌주공 PF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 실패로 뛸 정도로 심각해지자, 정책 자금으로 ABCP 차환 발행을 지원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민 혈세를 동원해 시장 붕괴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세금을 통해 조성된 정책 자금으로 건설사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채안펀드·회사채 매입기구 등으로 ABCP 직접 매입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50조원+알파(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24일부터 재가동되는 채권안정펀드의 매입 대상으로 시공사 보증 PF-ABCP를 포함시켰다. 코로나 펜데믹이 일어난 후부터 가동된 채권안정펀드는 그동안 AA-등급 이상 회사채와 CP 매입에 자금이 집행됐었다. 건설사 보증 ABCP가 채권안정펀드 매입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추가 펀드 자금요청(capital call) 작업도 속도를 내어 1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토록 하고 필요시 추가조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조원 규모인 채권안정펀드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한도를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2배로 확대하고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매입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투자자금 유치에 실패해 증권사가 떠앉은 ABCP를 정책자금으로 매입해주겠다는 의미다. ABCP 시장 경색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PF-ABCP 차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대해 한국증권금융이 우선 자체재원을 활용하여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시장 경색이 길어질 경우, 추가 지원도 논의하기로 했다.



17일 오전 재건축 공사가 재개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우량 사업장도 자금 돌지 않은 상황 해소될까…”급격한 시장 경색 차단 기대”


정부가 PF ABCP 시장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지금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일시적 유동성 경색으로 사업 구조가 우량한 건설사 등이 흑자도산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레고사태 이후 지방자치단체 보증 ABCP 차환은 사실상 멈춰있다. 지난 18일 음성군이 보증한 뉴트리니티본제삼차의 ABCP는 차환에 실패해 결국 상환했고, 완주군 보증 ABCP인 뉴트리니티완주제일차는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간신히 차환됐다.


급기야는 사업성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서울 강남권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의 PF 자금 7000억원의 차환도 실패했다.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등은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 주공 PF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자산 기반의 사채로 SPC가 기업에 대출해 주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사채)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만기를 앞두고 사업비 차환을 위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ABSTB 발행 보증인이었던 각 건설사가 이를 떠안게 됐다. 건설사가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이다.


이번 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이같이 우수한 사업성에도 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아 자금조달에 실패하는 경우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측 기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레고 사태 이후 ABCP 시장이 사실상 멈춰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ABCP 차환 발행을 지원해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내준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단기자금 시장의 급격한 시장 경색이 추가로 확산되는 것을 제어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말까지 PF ABCP 만기 34조원…”한전채 쏠림 등 완화돼야 사태 해결”


그러나 이번 대책이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PF-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의 규모는 약 34조원으로 집계된다. 정책자금을 통한 ABCP 매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을 통한 자금 배분 기능이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채권시장 경색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던 한전채, 산업금융채권 등의 발행 증가로 인한 자금 쏠림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기에 한전,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사실상 국가 보증이 있는 공공기관들의 채권발행이 급증하면서 시중 자금이 일반 회사채와 시중은행채에 돌아가지 않게 된 것이 채권시장 경색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정부와 한은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댓글 : 1 개
  • Ferri
  • 2022/10/23 PM 07:50
문제는 이런식으로 가다보면 회사채들도 있을텐데
회사자구책도 없이 취업을 빌미로 다 떠넘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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