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10월 킹달러 광풍’에 원화는 나홀로 버티기…'국민연금·조선사 선물환매도 通했나'2022.11.08 PM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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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달러 대비 원화 가치 1430→1419원 ‘강세’

엔·위안·파운드·유로 등 1%대 평가절하 속 독특 흐름

정부개입에도 폭락 못막는 엔·위안, 동조 현상도 미미

“국민연금 외환스와프·조선사 선물환매도 지원 효과”

 

 

달러화 독주 현상인 ‘킹달러’(King Dollar)가 극심했던 10월 한달 여타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는 일제히 약세 흐름을 보인 가운데, 우리나라 원화는 거꾸로 소폭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엔화가 한때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는 등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의 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한달이었지만, 원화는 오히려 강세를 나타냈다.


그동안 과도한 절하 국면을 맞았던 원화 가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에 제시한 외환 수급 정책이 약발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스와프,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등 외환당국의 수급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버티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절하된 배경으로 국민연금 등의 달러 수요 등 국내적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판단한 정부와 한은의 판단과 처방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 엔·위안·유로·파운드 가치 다 떨어졌지만 원화는 ‘강세’


8일 기획재정부와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30.2원이었는데, 지난 4일 기준엔 1419.2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이 기간 0.77% 상승한 것이다. 다음 거래일인 전날에는 이런 흐름이 더욱 극심했는데, 장중 1399.6원까지 건드리면서 한달 만에 처음으로 1400원 선을 붕괴시켰다.


지난 9월 말 대비 지난 4일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112선에서 111선으로 내려왔다. 즉 한달 새 달러화 가치가 0.89%가량 하락했는데, 달러 약세 폭은 원화 강세 폭과 비슷했다.


여타 국가 통화 가치와 비교해보면 원화 가치의 ‘역주행’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는 ▲일본 엔 -1.3% ▲중국 위안 -0.97% ▲영국 파운드 -1.87% ▲유로 -1.58% ▲호주 달러 -1.09% 등으로 변화하면서 절하됐다. 달러 대비 다른 통화는 모두 약세를 보였지만, 한국은 소폭이나마 강세를 띤 것이다.


그간 원화 가치가 너무 빠르게 떨어진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8월 23일~9월 22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달 사이 5% 평가절하됐다. 달러화 가치는 같은 기간 3.2% 절상됐는데,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달러화 가치 상승 폭보다 컸다. 일본 엔화(-5.6%)만을 제외하고, 유로화(-2.1%), 영국 파운드화(-4.7%), 중국 위안화(-3.6%) 등의 가치가 원화보다 덜 떨어졌다.


9월 말 외환당국이 내놓은 수급 대책의 ‘약발’이 지난달 본격적으로 먹히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외환당국은 지난달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를 체결했다. 대규모로 달러를 사들여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장본인으로 지적돼 온 국민연금이, 한국은행을 통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조달하게 한 조치다.


뒤이어 외환당국은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지원을 실시하기도 했다. 조선사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신용한도를 확대해, 조선업체들의 선물환을 매도할 수 있도록 유도한 조치다. 정부는 연말까지 80억달러 규모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물량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에 환 헤지 매도 물량이 풀리면서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등 수요가 조절되면서 정책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 엔·위안화 추락에도 동조 않네…“정부 수급 대책 ‘버팀목’”


이런 가운데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의 흐름도 눈여겨볼 법하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뒤 이어지는 ‘차이나런’으로 인한 중국 위안화 가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지난 4일까지 달러에 대한 위안화 기준치를 6거래일 연속 내려 고시했다.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


당국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는 일본 역시, 엔화 가치 폭락 흐름 앞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32년 만에 달러당 엔화 가치가 152엔까지 폭락한 지난달 21일, 일본 정부는 하루 새 372억달러(약 53조1000억원)를 외환시장에 투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하루 외환시장 개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다. 지난 9월 22일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이어, 직접 개입에 연달아 실탄을 쏟아붓고 있는 일본 당국이지만 좀처럼 환율 방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렇듯 위안화와 엔화의 가치의 급락에도, 원화는 평소처럼 동조 현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원화는 통상 이들 통화와 함께 움직이는 프록시(Proxy·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동반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흐름이 엇갈렸던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당국의 수급 개선책이 버팀목으로 작용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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