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가격 방어하고 수익 챙긴다… 불황 우려에 주목받는 ‘국채 투자’2022.11.10 PM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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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가격·금리정책 변화 기대감에 “채권 사볼까”

고액자산가들 상반기에 ‘장기국채’ 쇼핑

“물가 못 잡고 금리 인상 길어지면 채권 투자 손실”

 

 

“설마 나라가 망할까요? 연말쯤 우리나라와 미국 국채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40대 직장인 유 모씨는 “최근 국공채나 금융채 등 채권 금리가 높아 저축은행의 고금리 특판 상품 못지않다”며 “저축은행에 목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에 국공채 투자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자산가와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 특히 국채에 주목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2년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채권 자금이 3개월 만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자금이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2억8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채권 투자 매력이 줄어든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채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가섰다는 기대감이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모습



◇ 금리 인상 정점 기대감에 “가격 바닥· 매수 적기”


최근 채권 시장은 물가 인상과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탓에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채권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최근 국채 금리는 급격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 추이를 보면 인플레이션 우려로 크게 올랐다가 지난달 말 이후 소폭 꺾인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021년 말 1.8%, 올해 9월 4.19%, 11월 8일 4.16%를 기록했다. 10년물은 2020년말 1.71%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 2.25%로 뛰었고, 올해 11월 들어서는 4.24%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채는 지난 4일 연간 누적 수익률은 -16%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충격에 ‘채권 대학살’이란 말까지 나왔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20년 말 0.91% 수준이었으나 2021년말 1.51%로 올랐고, 이날 오전 기준 4.09%를 기록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달러 가치가 크게 뛰면서 미 국채 매수에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을 사들인 뒤 향후 금리 인상이 멈추고 하락하는 시기에 차익을 보려는 셈법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채권 매수를 노리는 수요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와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해당 국가와 기업이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수 있으니, 다른 채권 및 고수익 금융상품 대비 위험이 적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 기조 전환 기대감이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통상 정책금리(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먼저 움직이는데, 만약 내년 1분기가 정책금리의 정점이 된다면 올해 4분기가 시장금리(국채 금리)의 정점, 즉 국채 가격이 바닥이라는 시나리오다. 실제 최근 주요국과 시장 분석 기관 등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 이어가면 경기 침체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물가가 오르면 채권 상승률이 둔화하고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악화하지만 금리 인상이 끝날 때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서 “불황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시점에는 채권 가격이 상당히 오를 수 있으니 채권 가격이 하락해 있을 때 미국 국채와 우리나라 국채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국고채 금리(장외거래대표수익률)동향. 전체 증권회사의 거래수익률을 거래대금 가중평균방식으로 산출함./ 금융투자협회



◇ 고액 자산가는 장기국채 쇼핑… ‘이자·매매차익·절세효과’


현금 여력이 큰 자산가들은 크게 ‘이자수익’, ‘매매차익’, ‘;절세 효과’를 기대하고 채권에 접근한다. 초고액자산가들은 올해 다소 일찍이 채권시장에 발을 들였다.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장기 국채를 담은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8월에 3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들의 저쿠폰채 매수 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이 주로 사들인 채권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대 초반의 낮은 금리(저쿠폰)로 발행된 장기국채였다. 20년 만기 장기국채를 9월 한 달 동안에만 투자자 1명당 평균 9억원씩 사들였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상환액(액면가)보다 시중 가격이 저렴할 때 저쿠폰채권에 투자해 보유하면 만기에 매매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고, 절세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의 경우 15.4%의 이자소득세가 이자이익에 부과되고 매매차익에는 붙지 않는다. 매매차익은 이자소득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현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매수시점이 늦어질수록 유리하다. 금리 인상 초입에 채권을 사들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격이고, 금리 인상의 정점을 지나 채권을 더 싼 값에 사들이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채권 금리 자체 매력적인데다 만약 금리가 내리면 가격 차익을 누릴 수 있고, 경제가 나빠지면 국채 가격은 더 오르게 돼 또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수를 고려해볼 만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사채보다는 순수 국채와 국공채부터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물가와 금리 향방에 따라 개별채권의 수익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데 만기에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는 국채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낫다는 시각에서다. 앞서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논란 등으로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예상과 달리 물가가 잡히지 않고 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경우, 채권 투자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시점을 분산해 투자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예상보다 금리가 더 오르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격”이라며 5년, 10년, 20년으로 슛 타이밍(만기 시점)과 투자 금액을 나눠 분산 투자하기를 권했다. 은행PB센터를 통해 채권을 매입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대게 최소 1억원 단위 규모로 투자한다고 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당장에는 만기가 짧은 단기채가 금리 인상 국면에 더 수익을 낼 수 있고 금리도 높은 수준이라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불황이 가시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장기채에도 관심을 가지며 매수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보다 우리나라 국채를 우선 고려하는 게 낫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강달러에 따른 채권 매입 비용 부담이 큰 데다 미국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다. 홍 대표는 “현 시점에서는 우리나라 10년 국채 선물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 채권에 동시에 적립 투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단기 국고채나 10년만기 국고채, 미국 국채와 함께 최근 급락한 ‘하이일드펀드(iShares iBoxx $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HYG)’ 등 해외채권펀드, 미국채ETF인 ‘iShares 7-10 Year Treasury Bond ETF(IEF)’ 등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했다.





김현섭 센터장은 “미국채를 사들였던 일본 등이 자국의 환율 방어 등의 목적으로 국채를 내다 팔고 있는 데다 외국인 투자 수요도 감소해 미국 채권 시장에서 여러 마찰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 국채보다는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개별 채권에 직접 투자하려면 증권사에 가야 한다. 일부 장내 채권은 주식처럼 MTS로도 투자할 수 있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를 통해 채권형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적립식으로 투자해 운용할 수도 있다. 채권 직접투자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 비과세 혜택이 있으나, 펀드나 ETF 투자 시에는 과표 기준에 따라 매매차익과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고, 거래 수수료도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도 주목된다. 이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을 통 연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얻은 투자자에게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2년 연기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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