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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아재] 왜 FOMO는 개인 투자자를 죽이는가? 2022.11.14 AM 01:53
- 『월가아재』님 유튜브 커뮤니티 펌 -
CPI가 7.7%로 나온 이후, 지난 3일간 미국 주식시장은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나스닥은 무려 8.5% 가량 상승했고, S&P 500은 재차 4000을 탈환하였습니다. 그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 저는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의 주가 바닥"이라는 글에서 FOMO라는 감정에 대해 조심하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왜 FOMO가 투자를 망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조금 더 명확히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투자라는 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확률적 우위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세스 클라만이 30년 전 썼던 저서 <안전 마진>에서 Risk Arbitrage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보시면, 파산 신청의 단계를 3단계로 나눕니다. 파산 신청 직후는 가장 불확실성이 크지만 잠재수익이 크고, 구조조정 플래닝 단계에서는 적당한 리스크에 적당한 수익, 그리고 마지막 구조조정 단계에서는 작은 위험에 작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말합니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그는 또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믿고 있는 '더 높은 위험이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명제는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위험 그 자체는 그저 손실을 유발하여 수익을 좀 먹는 것일 뿐이다. 저 명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위험이 높은 투자를 회피하여 그 가격이 충분히 떨어져야만 한다. 즉, 높은 위험이 홀로 높은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높은 위험에 따라 저평가되는 가격의 기제가 높은 잠재수익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투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와 잠재수익을 저울질해서 언제나 리스크 대비 잠재수익이 높은 선택을 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률적 우위를 기대값이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결국 기대값이 높은 쪽으로 언제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 목, 금에 주식이 폭등하는 걸 보면서, 아! 그 때가 저점이었네 왜 주식을 안샀을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월, 화에 주식을 들어간 사람들을 '고수'라고 부르며 부러워합니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투자 결정에 대한 평가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월, 수, 금에 주식을 매수한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그룹 A(월요일 개장 후): QQQ 매수가 264, 수익률 8.4%
그룹 B(수요일 CPI 발표 후): QQQ 매수가 276, 수익률 4.2%
그룹 C(금요일 폐장 직전)): QQQ 매수가 288, 수익률 0.0%
이 세 그룹 중에서 여러분은 당연히 사후적으로 그룹 A가 무조건 스마트하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결론 내리는 이유가 수익률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어야 합니다.
불확실성 X: CPI가 높게 뜨거나 보합일 불확실성
불확실성 Y: CPI가 낮게 떠도 연준이 금리 인상 페이스를 늦추지 않을 불확실성
그룹 A의 경우, 위 불확실성 X + Y를 둘다 떠안고 진입하여 8.4%의 주간 수익률을 냈습니다.
그룹 B의 경우, 불확실성 Y만 떠안고 진입하여 4.2%의 주간 수익률을 냈습니다.
그룹 C의 경우, 불확실성 Y는 그대로 떠안고 있으면서 0.0%의 주간 수익률을 냈습니다.
그룹 C가 FOMO 그룹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보이시나요?
투자라는 것은 끊임없이 '리스크에 대해 보상받는 행위'입니다.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지는 리스크에 대비했을 때' 높은 보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FOMO에 휩싸인 사람은 언제나 어떠한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 끝나거나, 오히려 오버슈팅한 지점에서 진입하게 됩니다.
주식 시장에는 언제나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연이어 존재(Sequential Uncertainty)합니다. 하나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그 뒤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있고, 그 뒤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기다립니다. 보통 폭등은 하나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직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 진입했던 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구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모멘텀 때문에 어떤 큰 불확실성 직후에는 하락이든 상승이든 오버슈팅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말은, 위와 같이 불확실성 X, Y이 연달아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 X가 사라지며 폭등장이 펼쳐졌을 때, 그 폭등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FOMO로 진입한 사람은 불확실성 Y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로 불확실성 Y에 대한 보상을 아예 못받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제가 FOMO에 빠지지 말라는 것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을테니 주식 매수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불확실성의 결과에 대해 주식이 내릴 것이다, 오를 것이다, 예측을 전달드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는 저도 모릅니다. 이대로 연말까지 쭉 상승할 수도 있고, 아니면 연준이 매파 기조를 유지해서 다시 고꾸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당면한 불확실성 Y와, 잠재 수익폭을 들여다 봤을 때, S&P 500이 4000인 레벨에 FOMO로 진입해서는, 그 결과로 이기든 지든 간에, 그 불확실성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기서 쭉, 4400까지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괜히 월가아재가 겁줘서 수익 놓쳤네'라고 원망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결과론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카지노에서 블랙잭 한판을 했을 때, 그 단판이 이길지 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확률적 우위가 없는 도박을 5판, 10판, 50판, 100판 하면 무조건적으로 집니다.
투자도 마찬가지로 단판, 한번의 매매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는 신경쓰지 않고, 꾸준히 확률적 우위가 있는 선택을 지리한 노동처럼 반복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매 순간의 결과는 어찌될지 몰라도, 누적으로 장기간 지속하면 반드시 이깁니다. 이러한 마인드셋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투자자도 틀리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리하고 있는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인 앤서니 볼턴은, 뛰어난 투자자도 종목 선택에 있어 55-60%의 정확도를 가진다 말합니다. 즉, 5번을 투자하면 2번 이상 틀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패배 속에서 중심을 잡고 멘탈을 잡고 확률적 우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결과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의사 결정 시점에서의 합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FOMO는, FOMO로 진입해서 결과로 돈을 벌든 잃든,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의사 결정 행위입니다. 그 행위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무조건, 확정적으로 돈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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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한편, 이 글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으셨던 분들은, 월가아재의 글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S&P 500이 4000인 레벨에 FOMO로 진입해서는, 그 결과로 이기든 지든 간에, 그 불확실성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이지? 불확실성 Y 대비 잠재수익 폭을 어떻게 계산한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DCF 모델은 가정값의 오차로 인해 실제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금리 인상을 4.5%까지 했을 때와 5.25%까지 했을 때의 할인율은 어떻게 되고, 거기에 따른 적정 주가지수 레벨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지금 진입하는 매매의 잠재 수익폭은 어떻게 되는지, 정말 4000에서 진입하는 게 나쁜 매매인지? 그러한 부분을 추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프레임입니다.
만약에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이미 매수하려는 종목이 있고, 불확실성 Y를 고려하고 가치평가를 해 보았을 때, 안전마진이 20% 이상 나온 상태라서 매수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라는 분은 당연히 제 이야기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그러한 엄밀한 의사 결정을 통해 매수하는 것은 상승장 속의 매수라 하더라도, 더 이상 FOMO가 아닙니다. 이 글의 대상 독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과연 나는 지금 FOMO 때문에 월요일 개장하면 매수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저러한 엄밀한 가치평가와 기업 분석을 통해 매수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자문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피터린치보다도 뛰어난 투자자라 생각하는 앤서니 볼턴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보유한 모든 주식에는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본인이 매수한 주식에 대해, 1) 왜 그 종목을 매수했는지, 2) 왜 그 가격에 매수했는지, 3) 왜 그 시점에 매수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은, 주체적인 투자 행위가 아니라 시장의 불확실성에 아무 생각없이 몸을 내맡기고 있음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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