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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집값 2년간 30% 이상 하락 후 장기 불황, 영끌족 대책 절실'2023.01.01 PM 02:30
자산 하락 ‘족집게 경고’ 박승 전 한은 총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 본격화하는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종근 기자
“벼락거지 면하려다 영끌거지 됐다”는 통곡이 흘러넘치는 연말이다. 지난해만 해도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는 박탈감 호소가 끊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영혼까지 긁어모은 대출(영끌)로 집을 샀다 고점에 물린 ‘영끌거지’의 눈물이 시장에 흥건하다. 몇 달 새 금리가 이토록 뛰고, 집값이 곤두박질칠 지 누가 예측할 수 있었으랴.
그래서일까. 현재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을 미리 들여다본 듯 한 한 경제학자의 과거 발언이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요약하면 이렇다.
“2021년 서울 집값은 역사상 제일 비싼 상태다. 2022년부터 꺾인다. 대세가 금리 상승이다.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지방에 막 지은 건 분양이 안 돼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재테크 사이트서 어록 떠 인기 역주행
그는 투자 광풍이 일던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 빚을 내서 집 사면 낭패”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회수되면 주가는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영끌·빚투(빚내서 투자)를 멀리 하라고 경고해왔다. 그의 주장은 최근 집값 폭락이 현실화화자,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새삼 재조명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1988~1989년)으로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을 기획·추진했고, 한국은행 총재(2002년~2006년)로 통화정책을 이끌었던 국내 대표적 경제 원로다.
길을 찾기 어려운 때일수록 이정표가 중요하다. 과연 경기 침체의 공포가 짓누르는 2023년은 어떻게 흘러갈까. 박 전 총재는 “안타깝지만 영끌족이 버티는 건 능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부동산 거품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새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부동산 침체”라며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후반이지만, 실제 체감 수치는 더 싸늘할 것”이라고 말했다.
Q : 새해 전망이 밝지 않다.
A :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수출이 줄고, 투자가 줄고, 집값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후반이다. 미국, 일본 상황도 비슷하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이다. 체감 경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새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할 텐데,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저 성장이 1, 2년이 아니라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장기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박승 전 한은 총재가 28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중앙선데이와 인터뷰했다. 박종근 기자
Q : 장기 불황이 온다는 뜻인가.
A : “골드만삭스의 50개국 장기 성장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40년대에는 0.8%, 2060년대에는 -0.1% 수준으로 예상되며, 국내 총생산순위(GDP) 순위도 현재 12위에서 점점 뒤로 미끄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일본에 비해서 침체의 골이 깊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방향에 있어서는 유사한 길을 가게 될 수 있다. 1970~1980년대 고성장하던 일본이 성장 정체국이 된 데에는 부동산 충격 외에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에 원인이 있다. 문제는 한국의 출산율이 일본보다 더 낮아졌고,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다만 일본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있지만, 한국은 디지털시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 인구 감소를 막고,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으로 4차 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해야한다.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친화적 사회로 성장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Q : 고금리의 고통, 언제까지 지속될까.
A :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5%, 한국은 3.25%다. 새해 미국은 5%까지, 우리나라는 3.5~3.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2023년 미국의 물가는 5%, 한국은 3.5% 수준으로 예상된다. 새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고금리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Q : 부동산은 연착륙할 수 있을까.
A : “앞으로 2년간 30% 이상 빠진 후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끌족이 지금 고통 받는 게 대출 이자는 늘어나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있어서 아닌가. 이는 견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한국 부동산 가액이 GDP의 5배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일본의 부동산 거품 정점(5.4배) 때와 유사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집값은 지난 6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 2021년 말 수준에 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대출 규제가 잘 작동해왔다는 점이다. 이 덕에 하락폭이 제한된 상태에서 장기 하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 저성장으로 소득이 정체될 것이고, 가계부채도 GDP 대비 105% 수준으로 더 빚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인구 감소에 따라 연 4만 가구 정도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전체 인구 대비 1인 가구 비율도 30%를 넘어 포화 단계에 이르렀다.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 수도권 주택수요가 분산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과거와 같이 추세적인 부동산 폭등은 다시 나타나기 어렵다.”
Q : 3기 신도시 등 주택공급 정책은 어떻게 보나.
A : “3기 신도시는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 관심을 가질 대상은 서울 도심의 재정비사업이다. 도심 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질 좋은 주택 공급이 가능해서다. 다만 초고층 개발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는 ‘35층 룰’을 폐지해 60층 재건축도 가능토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장래 서울은 개발이익 극대화때문에 60층 초고층 아파트숲을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교통·채광·안전 등 생활환경을 악화시켜 서울을 슬럼화할 위험이 크다.”
보유세, 선진국 수준 1~3%로 상향을
Q : 정부는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 주택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A : “불합리한 규제는 해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과거처럼 ‘빚내서 집 사라’ 식으로 거품을 다시 일으켜서는 안된다. 한국사회의 자산격차가 커지는 불평등의 주원인이 부동산에 있다. 소득이 올라도 집값 상승이 더 가팔라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이른바 고소득·저생활국의 함정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이례적인 ‘부동산 중심국’이다. 선진국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있다. 집값이 장기 하락하면 국민들의 투자 대상에서 부동산은 기피될 것이고, 주택 임대 수요가 늘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택이 투자 대상이 되지 않도록 현재 0.4%에 불과한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인 1~3%로 상향 조정해야한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깡통주택이나 미분양 문제, 일부 건설사의 도산 등 고통도 수반될 수 있지만, 이러한 충격은 필요한 과정이고 멀리 보면 약(교훈)이 될 수 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중앙선데이와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고
계층 상승을 포기하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박 전 총재는 평소 “집값을 잡지 못하면 모든 경제정책은 실패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자산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패자부활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사고를 벗어나 공동체적 자본주의를 꿈꾼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세금도 더 내고 기부도 실천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실제 그는 2020년 모교인 김제시 백석초등학교에 10억원을 기부했고, 2019년에는 익산시 이리공고에 7억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 환원 약속을 실천해왔다. 그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고 계층 상승을 포기하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믿는다.
Q : 2030 빚투·영끌족의 문제는 어떻게 보나.
A : “영끌·빚투의 비극은 비단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기성세대가 만든 부동산 중심국, 투자 광풍의 피해자이다. 끊겨버린 계층 이동 사다리도 주요 원인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구제를 위해 영끌 파산의 대책 등 특별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Q :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을까.
A : “양극화한 시대, 재분배정책의 효과적 구현이 중요해졌다. 그간 자산 가치의 상승이 집중됐던 부동산은 부유층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명문대 입학생 중 강남지역의 비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주식 세금을 재원으로 교육의 사다리를 튼튼하게 연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 텍사스주는 교육세를 부동산에 부과해서, 그 세금으로 사회 전 계층의 학비를 지원한다. 대신 노등소득에 대한 과세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불로소득보다 근로소득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었으면 한다.”
Q : 기부를 실천하며 ‘나만 잘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A : “개인적인 성취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더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소외계층을 끌어안는 포용적 자본주의를 실천하면 좋겠다. 도서관 건립 기금 등을 기부했던 모교인 백석초는 지난해 6개 학급을 증설해 신축했다. 농촌에서 학교를 신축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기부를 통해 농촌학교도 학생들이 모여드는 명문학교로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더없이 값진 나의 행복이다.”
박승
교육자, 공직자, 금융인으로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해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한국은행에 입행 후 15년을 근무했고, 이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후 여러 정부에서 건설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역임했다.
- 그냥너라서나는행복해
- 2023/01/01 PM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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