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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메디톡스-대웅제약 '균주 소송' 판결…美 사업은 어떻게 될까2023.02.11 PM 03:10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지난 6~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종목은 보툴리눔 톡신 관련주들입니다.
2017년 10월 보툴리눔 톡신 균주(菌株) 출처를 놓고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10일 나와서입니다.
보툴리눔균 출처 놓고 붙은 메디톡스-대웅제약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보툴리눔 균주와 톡신 제조 공정을 훔쳐갔다고 주장해 왔고,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경기도 용인)에서 얻었다고 맞서왔죠.
주름 개선 등 미용과 성형 시술에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은 일반인에겐 '보톡스'가 더 친숙한 이름입니다. 미국 엘러간(애브비에 인수)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보톡스'가 워낙 유명해 고유명사로 쓰입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균주 출처' 소송을 벌이는 건 보툴리눔 톡신이라는 독성 단백질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톡신은 보툴리눔균에서 뽑아내고 이를 정제해 원액으로 씁니다.
이 때문에 균주를 어디서 가져왔는지가 중요합니다. 제품의 원천이 돼서죠. 독소 성분이다보니 국가간 이동도 제약되고, '오리지날 균주'가 무엇이냐에 따라 제품 성능에도 영향을 줍니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이날 나온 결과는 메디톡스 완승, 대웅제약 완패입니다. 재판부가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가지고 있는 균주를 메디톡스에 넘기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제조된 완제품과 반제품도 모두 폐기하라고 했습니다. 균주를 넘겨야 하니 추가 생산의 길 자체가 막히게 된 겁니다.
이 영향으로 대웅제약 주가는 12만4200원으로 20% 급락했고, 메디톡스 주가는 가격 상승 제한폭인 17만36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메디톡스는 "명확한 판결", 대웅제약은 "명백한 오판"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판결문이 송달되면 메디톡스는 재판부 명령에 따라 균주 반환 등에 대한 가집행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에 맞서 대웅제약은 집행정지 신청을 낼 계획입니다.
대웅제약의 집행정지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웅제약은 꼼짝없이 1심 재판부 명령을 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심 재판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3분기에만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로 1079억원의 매출(전체 매출의 약 32%)을 냈습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당장 대웅제약의 사업에 영향은 없겠지만,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불확실성은 기업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단어입니다.
'나보타' 美 사업이 관건
다만 지켜볼 부분은 미국 사업입니다. 대웅제약은 '주보'라는 브랜드로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입니다. 이 시장을 놓칠 순 없죠.
변수가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현지 유통사인 에볼루스라는 회사를 통해 해외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 유통권을 에볼루스에 준 것이죠.
그런데 메디톡스는 2019년 1월 당시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손 잡고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습니다.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해 21개월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제품 공급길이 막히게 된 에볼루스는 메디톡스, 엘러간과 3자 합의를 합니다. ITC 판결 2개월여 후인 2021년 2월입니다.
에볼루스가 합의금 3500만 달러를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2년 분할 지급하고 자신들의 주식 676만주(약 12%)의 신주를 액면가(0.00001달러)에 메디톡스를 상대로 발행하기로 했죠.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주식 약 12%를 불과 68달러에 손에 쥡니다.
합의 대가로 받은 지분에 더해 추가 장내 매입을 통해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최대주주(746만주)가 됐습니다.(메디톡스는 1심 판결이 나오기 이틀 전인 8일 에볼루스 주식 218주를 전격 매각했다.)
에볼루스는 이외에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주보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 주보 유통 사업을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됩니다. 에볼루스 입장에선 굴욕적인 합의였을 겁니다. 다만 에볼루스는 그해 대웅제약으로부터 합의금(Settlement payment) 명목으로 255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지난 2021년 합의금 2550만 달러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자료 제공=에볼루스
시장의 관심은 국내 1심 판결에 대웅제약의 미국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입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문제 없겠지만,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대웅제약으로부터 제품 공급 자체가 막히게 됩니다. 법원이 대웅제약에 완제품을 폐기하고 균주도 메디톡스에 넘기라고 했기 때문이죠.
다만 에볼루스가 2021년 2월 메디톡스와의 합의를 이유로 '주보 유통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어보입니다.
이 경우 1차 책임은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대웅제약에 있겠지만,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에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때 합의하지 않았냐'는 주장이죠. 참고로 대웅제약은 2021년 2월 3자 합의 주체에서 빠져있습니다.
당장 에볼루스 주가는 10일 나스닥 시장에서 1.63%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시장 우려가 없진 않지만 미국에서 주보 유통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선 에볼루스가 낸 입장문이 주가를 방어했을 것으로 봅니다. 에볼루스가 한국의 민사 판결에 대해 낸 입장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영업비밀 분쟁에서 메디톡스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대웅제약이 생산하고 수출한 주보와 누시바(유럽 제품명)를 에볼루스가 확보하는 것과 시장에 이를 판매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에볼루스는 2021년 2월 메디톡스와 맺은 합의에 따라 당사자들은 양측의 소송을 모두 해결했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한국 소송이 주보나 누시바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합의에 따라 에볼루스에 부여된 권리는 에볼루스가 누보와 누시바를 계속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다."
에볼루스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재판과 관계없이 자신들은 미국에서 주보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대웅제약의 톡신 제품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데, 상업화 권리 주장은 공허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웅제약은 3자 합의 주체에서 빠져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메디톡스 대웅제약 에볼루스 간 주장이 각기 서로를 겨눌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균주 반환 및 완제품 반제품 폐기'라는 법원 판결에도 에볼루스의 주장이 유효할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지금 당장 언급하기 어렵다. 판결문을 받은 후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톡신 1위 휴젤 "나 떨고 있니"
소송전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이고 있지만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디톡스가 '확전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메디톡스는 판결이 나오자 "우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업체명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국내 톡신 업계 1위 휴젤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휴젤을 ITC에 제소했습니다.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균주와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는 이유에서죠.
이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1심 판결이 나오자 휴젤 주가는 18% 미끄러졌습니다. 휴젤은 지난 2022년 3월 ITC에 제소됐을 당시에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휴젤은 메디톡스의 주장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반면 영국 공중보건원에서 정식으로 오리지널 균주를 도입한 제테마는 반사이익을 봤습니다. 주가가 18% 급등해 13만3800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원조'를 주장하는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를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메디톡스는 지난 197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낸 양규환 박사가 미국 위스콘신대 유학 때 실험실에서 쓰던 균주가 출처라고 주장합니다.
양 박사가 유학을 마치고 이삿짐에 넣어 가져왔지만, 당시 기준으론 법적 문제가 없었다고 메디톡스는 주장합니다.
메디톡스 창업자인 정현호 회장은 KAIST 교수였던 양 박사의 제자입니다. 정 회장이 양 박사에게 균주를 받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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