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팩트'로 절대권력 시진핑 때렸다…2인자 리커창의 오기2023.03.05 PM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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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https://news.koreadaily.com/2023/03/04/society/international/20230304214258705.html

젊은 시절 출세 코스를 밟아왔지만, 막판에 1인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 가려 '불우한 2인자'란 평가를 받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그에게 4~5일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현역 시절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무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5일 리 총리가 절대권력을 자랑하는 시 주석에 맞서 '오기'를 부렸던 일화를 소개했다.



리커창 총리가 2023년 3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전인대를 끝으로 리 총리는 현역에서 물러난다.  



매체는 시 주석에 맞선 리 총리의 오기는 코로나19 때가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0년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퍼진 초기, 코로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감염병 권위자 중난산(鐘南山)이 TV에 등장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이 증명됐다"고 공표했는 데 이것이 리 총리의 작품이란 것이다.


중난산의 당시 발언이 팬데믹 시작을 알린 계기였는데 그 발언을 촉구한 사람이 바로 리 총리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리 총리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라고 지시한 사례"라면서 "진실 추구는 리 총리가 자기 자신에게 요구한 정치 신념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 국립박물관에서 공산당 창당 101주년을 앞두고 열린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호흡기 질환 전문가 중난산을 그린 그림을 보고 있다.



같은 해, 시 주석이 '탈빈곤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나서자 리 총리가 "아직도 중국에선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9만원)에 불과하다"면서 팩트를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아사히신문은 "리 총리는 시진핑 1강 체제가 빠지기 쉬운 '과신의 함정'에 제동을 걸려고 애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2023년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하지만 리 총리의 이같은 노력에도, 중국은 시진핑 '1인 천하'가 됐고 리 총리의 존재감은 옅어졌다. 시진핑 지도부와 국영언론이 꾸준히 '리커창 지우기' 작업을 해온 탓도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진핑 3기 새 지도부는 지난달 '품질 강국 건설 요강'이란 새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그간 나온 리커창표 정책을 완전히 지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리 총리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정책은 몇 년 후 현지 언론 보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3년 총리에 취임하며 나온 '리코노믹스'(리커창+경제학)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 총리가 국무원·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돌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영상마저 중국 인터넷 검열에 걸려 사라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SCMP는 그가 감독한 여러 기관에서 많은 직원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고 단체 사진도 찍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검열되고 있으며, 살아남은 영상은 대부분 만리방화벽(중국 인터넷 통제 시스템) 바깥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방문 영상에서 그는 "최우선 순위는 발전이며 기본적인 동력은 개혁이고 발전과 개혁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나려 하자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며 작별 인사를 전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관리는 SCMP에 "그가 방문한 현장은 화기애애했다"며 "모두가 그와의 이별을 원하지 않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SCMP는 "그가 비록 퇴임하지만, 여전히 조직 내에서 좋은 평판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안후이 성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일찍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중국 경제 개혁을 이끌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태자당(혁명 원로들의 자제 파벌) 출신인 시진핑 주석이 당내 독보적 지위 구축에 나서면서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출신인 리 총리는 재임 기간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인 기업가는 SCMP에 리 총리에 대해 "실질적이고 견실한 사람"이라며 "현장 상황을 정말 잘 알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임은 틀림없지만, 정치인 능력은 그것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면서 "학자 기질의 이론가였고 권력투쟁의 세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한편, 리 총리의 후임은 당 서열 2위 리창(李强)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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