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한국 2차전지 세계 1위 단언 못해… 美 이외 시장서 中 막을 방법 없다2023.05.19 PM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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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뉴스 읽기] K배터리, 반도체 능가하는 효자 될까

 

 


선양국 교수가 지난 9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차전지 시장이 반도체를 능가할 것이며, 

우리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가면 2차전지의 삼성전자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의 2차전지 수출이 2030년까지 연평균 33% 증가하고, 이로 인해 한국 실질 GDP가 연평균 0.3%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반도체 외발 엔진에만 의존해 온 한국 경제로선 눈이 번쩍 뜨이는 장밋빛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았던 지난 10여 년간 반도체가 이끈 경제성장률이 연간 0.6%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전문가 선양국(62) 한양대 교수는 “오히려 2차전지 시장이 반도체 시장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시장을 상당 부분 중국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자국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중국보다 한국이 2차전지에서 앞선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기술 격차도 좁혀지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 결국 한·중 대결


―2차전지 시장의 최대 수혜자가 한국인가.


“반드시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이 상당 부분 가져갈 것이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때문에 미국 시장이 강조되는데, 인구 면에선 동남아시아 시장도 크다. 남미나 아프리카 시장도 계속 성장한다. 그 시장에선 중국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이 2차전지 세계 1위라고 할 수 있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선 현재 1위이지만, 중국과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엔 2위인 중국 CATL과 점유율 격차가 3.6%p밖에 안 난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격차가 26.6%p 벌어졌었다. 굉장히 우려하는 부분이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서 쌓은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을 2차전지 세계 1위라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기술 면에서 중국에 비해 우리가 몇 년이나 앞서 있나.


“반도체처럼 명확하지는 않지만, 에너지 밀도 같은 것을 보면 삼원계 배터리(양극재에 3가지 원소가 들어가는 2차전지)는 우리가 2년 정도 앞서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안정성이 높고 저가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강점이 있다. 우리도 LFP 배터리를 만들 기술과 능력은 충분하지만 기업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재를 생산하는 단가는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한다. 낮은 수준의 환경 규제, 저렴한 인건비, 인프라 요금 등으로 인해 중국과 같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서는 경쟁하기 쉽지 않다.”


―현재 대세인 리튬이온전지를 처음 만든 게 일본이고, 한동안 1위를 달리지 않았나.


“1991년도에 소니가 리튬이온전지를 만들었고, 2010년까지는 일본이 2차전지 최강국이었다. 문제는 도요타 자동차였다. 도요타의 전략은 전기차가 아니라 하이브리드였다. 그러다보니 일본 배터리 회사들도 대부분 도요타의 전략을 따라갔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중심이어서 배터리가 들어가는 양이 매우 적다. 전기차가 100이라면 하이브리드는 5나 10밖에 안 된다. 자국 기술이 최고라는 일본의 폐쇄성이 발전을 가로막고, 투자 결정도 과감하지 못하다.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에서 일본이 좀 밀릴 것이다.”

 


◇삼성전자 능가하는 2차전지 업체 나올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 부문에서 우리가 일본을 어떻게 앞섰나.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는 3가지 금속원소를 조합해 쓴다. 대표적인 게 NCM(니켈·코발트·망간)이다. 일본이 이걸 각 3분의1 비율로 섞어 상업화에 성공했다. 해외 저널에 실린 일본 교수의 논문을 보고 감탄했다. 그런데 일본은 배터리와 양극소재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겼는지 투자를 과감하게 하지 않은 반면 한국 연구자들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 비율을 바꿔서 실험했다. 니켈을 많이 쓰면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 주행거리가 늘어나니까, 니켈의 비율을 계속 높여나갔다. 이 비율을 5:2:3→6:2:2→8:1:1→9:0.5:0.5로 높이며 개발했다. 여기서 승기를 잡았다. 한국 사람들이 상품화하는 쪽에는 매우 강점이 있다.”





―우리 2차전지 업체들이 반도체의 삼성전자처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규모로만 보면 2차전지 1위인 LG엔솔 시총이 약 130조, 삼성전자가 약 430조원이다. 반도체에 비해 2차전지는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현재 전기차 생산 비율은 전체의 9~10% 정도 된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50%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의 5배다. 2차전지 시장이 반도체보다 2배 정도 커진다. 우리 2차전지 업체들이 핵심 기술, 핵심 특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면 2차전지 시장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다. "

 

 

◇한국 실수가 중국 약진 도왔다


―중국의 2차전지 전략은.


“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값싼 비용을 토대로 시장 점유율을 놓치지 않고 있다.”


―2차전지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면.


“기술력이 강한 게임 체인저의 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이길 수 있다. 자본으로는 중국을 못 이긴다. 게임 체인저의 기술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


―중국은 얼마나 위협적인가.


“8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논문을 보면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떨어졌다. 거의 95%는 처음 단계에서 돌려보냈다. 근데 지금은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통계 자료로 보면 상위 1% 저널에서 중국 연구자 논문의 약진이 엄청나다. 재료나 에너지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


―한국이 놓친 부분은.


“예를 들어 양극재를 만들려면 3가지 금속원소를 조합한 전구체가 필요하다. 전구체에 리튬을 넣어서 양극재를 만든다. 양극재와 전구체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전구체의 7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작년엔 90%가 넘었다. 이 전구체 기술을 만든 건 일본인데, 그다음에 우리나라 회사들이 만들었고, 이제 중국이 만든다. 2000년 후반 중국 기술은 형편없었다. 그런데 워낙 싸게 만들어 오니까 가격 경쟁을 하는 한국 회사들이 한국 제품을 안 쓰고 중국 것을 썼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이렇게 만들라며 기술도 넘겨줬다. 그러면서 중국의 생태계가 갑자기 커지고 한국의 전구체 생태계는 그냥 없어졌다. 적어도 우리가 보호해야 될 기술은 지켜야 한다. 무조건 코스트만 갖고 접근해선 안 된다. 중국이 전구체 공급 안 하면 한국은 배터리 못 만든다. 그런데 IRA법에 따라 2025년부터는 중국 전구체를 쓰면 보조금을 못 받는다. 이제 와서 우리 기업들이 다시 급하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소재와 원료를 중국이 다 장악하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다. 동남아 및 남미의 자원 개발에 참여하고, 2차전지 기술 협력을 연계해 중국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하나의 희망은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분리해내는 기술을 개발하면 상당량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요즘 2차전지 관련 회사라면 덮어놓고 주가가 뛰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또 그 기술이 실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수년 뒤 눈앞에 펼쳐질 것 같은 전고체전지도 실현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회의적인 일본 과학자도 많다. 단순히 콘셉트 제안 또는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한 일들을 마치 상용화 될 것처럼 홍보하는 기사들이 너무 많다.”

 

 

[LG화학에 수백억원 특허 판 배터리 전문가]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선양국(62) 한양대 교수는 국내 2차전지 1세대 연구자로 2022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 수상자다. 2014년부터 7년 연속 가장 많이 논문이 인용된 배터리 분야 세계 1% 수준의 연구자로 선정됐다. 미국화학학회(ACS)가 발간하는 저널의 배터리 부문 에디터를 맡고 있다. 전남대 화공과, 서울대 석·박사 졸업 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8년간 배터리를 연구한 경력도 있다.


선 교수가 개발한 대표 기술은 2차전지 수명을 늘리고 안정성이 뛰어난 소재인 ‘농도구배형 양극재’다. 양극재 중심부에 니켈 농도를 집중시키고 바깥 쪽에는 낮춰 양극재에 금이 가는 현상을 대폭 낮췄다. 에코프로비엠에서 상업화해서 기아 니로, 현대 코나 EU모델과 포드 전기 픽업 라이트닝에 사용됐다. 작년 초 한양대가 LG화학에 수백억원을 받고 팔아 화제가 된 기술도 선 교수가 만들었다. 양극재 1차 입자를 공 모양에서 막대 모양으로 바꿔 장작 더미가 뭉쳐있는 것처럼 양극재의 안정성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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