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다시 1330원대로 치솟은 환율…'잭슨홀 미팅까지 추가 상승 가능성'2023.08.14 PM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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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에 부정적 영향

7월 FOMC 의사록·잭슨홀 파월 의장 발언 주목



지난 6월까지만 해도 1200원대에서 안정되는 듯 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3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 둔화 흐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전망 등 달러화 약세 재료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일본과 미국간 금리 격차 확대 등 달러화 강세 요인이 혼재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이달 말까지 1300원 초반대에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 美 7월 물가 둔화에도 달러 강세…국채 금리 상승 영향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33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장중 133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6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강달러와 미 국채 금리가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상회한 데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다시 4%대로 오르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3.3%)를 소폭 하회했다. 지난 6월(3.0%)보다는 상승했지만, 물가가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물가 지표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감안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부상했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금리 동결 신호는 달러화 약세 요인이지만, 미 국채 금리가 뛰면서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전 세계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주 미국 물가 지표 발표 직후 장중 3.9%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30년물 미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4.107%까지 반등했다. 일반적으로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다른 국가 채권에 비해 미 국채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이어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대비 0.8%, 전월 대비 0.3% 상승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웃돈 점도 달러화 강세 흐름에 불을 붙였다. 생산자물가가 시차를 두고 전체 물가상승률을 밀어올리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에 달러 매수 심리가 강해졌다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14% 오른 102.829를 기록 중이다. 사흘 연속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한때 4.17%까지 뛰었고, 현재 4.15%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동반 약세 흐름도 원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두 통화에 비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원화값도 떨어지게 된다.





엔화의 경우 미국과 일본간 금리 격차가 부각되면서 다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일본 엔화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145엔선에 가까워졌다. 일본은행(BOJ)의 통화긴축 전환 신호도 엔화 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앞서 BOJ는 지난달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한선인 0.5%를 어느 정도 벗어나도 용인하기로 하는 등 YCC(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기로 했다.





중국 경기 부진 우려에 위안화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수출은 15% 가까이 꺾였고, 소비 부진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월 26일(현지시각)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파이낸셜타임스

 


◇ “환율, 8월 말 잭슨홀 미팅까지 고점 탐색”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움직임이 환율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미 국채 금리가 4%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환율이 1350원까지 고점을 높일 수 있지만, 8월 말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환율도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7월 소비자물가는 물가 압력의 점진적 둔화 추세를 확인시켜줬지만,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는 ‘중물가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여전하다”며 “이는 4% 수준을 유지 중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8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분위기 형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며 “무디스의 미국 중소형 은행 신용등급 강등, 중국 수출입지표 부진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환시장에서 통화정책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며, 달러화는 미국 경제의 점진적 둔화를 반영하며 장기적으로 약보합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화 가치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에 힘입어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3분기에 완만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7일 나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오는 24~26일(현지시각)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 주목하고 있다. 딩장 FOMC 의사록에서 다수 위원들이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의견이 우세할 경우 달러화 가치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FOMC 의사록과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면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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