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황/전략] 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 Cyclical 애널리스트들이 헛발질을 계속하는 이유2023.08.15 AM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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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색하는 투자자』 님 블로그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제가 올린 글들을 보면,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확신에 찬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던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저하고 전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판단의 근거들도 제 나름으로 제시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재 시장의 성격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여러 성향의 전문가들 분석을 경청하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잘 모르겠다 입니다. 잘 모르겠다고 느낄 때,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확신이 없을 때 저의 대처법은 늘 "현금을 늘리거나 (헷지 수단 활용도를 높여) 변동성을 줄이는 것" 이었음도 말씀드려 왔습니다.


전체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위일지 아래일지> 잘 모르겠다며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고, 그에 따라 변동성을 줄이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자를 완전히 멈춰서는 안된다고 느끼는 것은, 그 가운데에서도 "확신을 주는 존재들" 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최근 공부한 전문가들의 견해들 중에 보시면 좋을 것 같은 네 분의 영상을 소개해 드리고 저에게 "여전히 확신이 있는 것들" 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글을 마감해 보겠습니다.

 

 



홍익희 교수님은 현대자본주의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통찰로 증권가 전문가들에게 들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주시는 경우가 많아, 늘 경청의 대상입니다.

 

 

 

윤지호 센터장님(지금은 직책이 바뀜)은 올해 초 상반기 시장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전망했던 몇 안되는 한 분이셨고, 섹터별 포커스에 대해서도 제가 내내 강조해왔던 뷰와 상당히 비슷한 면이 많아 의지하는 바가 컸는데, 삼프로에 나와 최근 시장을 읽는 키워드에 대해 경청할만한 내용을 말해주고 계십니다.

 

 


 

윤지호 센터장의 뷰와는 달리, "상반기에 먼저 들어왔던 스마트머니들이 최근엔 먼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한 줄로 요약되는 위 영상은 제가 최근 시장에 대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과 비슷한 뷰의 근거들을 들을 수 있는 영상입니다.

 

 


86번가 정광우 대표님도 상반기 긍정적 전망을 일찌감치 하시고, 여전히 시장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끌고 가고 계신 분이며, 위 영상의 최근 <유가 상승>과 인플레 재상승에 대한 전망을 근거로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뷰들에 대해 반박하는 주장과 근거들을 위 영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대가들의 분석을 경청하고 저 스스로 이리저리 많은 생각들을 해본 결과, 저의 생각은 "확실한 것에 집중하자" 입니다.


 

1. 미국은 꽤나 장기간의 강력한 긴축에도 인플레는 끈적하고 고용은 탄탄하며, 우리 기업들 중에서도 미국쪽에 집중도를 높인(심지어 식료품 기업인 농심도 미국에서의 성과로 서프라이즈 발표) 기업들의 실적이 매우 좋게(그것도 기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2. 상저하고 전망의 근거였던 "중국의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올라올 것이다" 라는 분석과 전망은 보기 좋게 틀렸고, 계속해서 틀려나가고 있다.


3. 바이든 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점점 자신감을 얻으며 강화되고 있다.


4. 인플레는 결국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는 결코 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1. ~ 3. 의 확고한 결론들을 관통하는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공급망 재편" 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농심> 이라는 기업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최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큰 흐름에 잘 올라타고 있기 때문이고, 어제 실적을 발표한 "제룡전기" 가 주력인 변압기 매출에서 상반기에 벌써 작년 실적치를 넘어서고 있는 것(2022년 실적이 이미 예년 평균의 2배 수준)은, 



제룡전기 2023년 반기보고서 내용 발췌



<공급망 재편> 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일부 산업과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윤지호 센터장은 "중국과 중국에 관련된 기업들이 속한 경기는 반등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교역량은 줄어들고 있다" 라는 멘트로 그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뉘앙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윤센터장님의 뷰에 적극 동의합니다.


저는 "탈세계화의 영향이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반등은 모두의 예상보다 계속 더디게 나타나고 있고, 공급망 재편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봅니다.


상반기 내내,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저의 고민을 사로잡고 있는 주제는 다음의 것들입니다.


"왜 경기 저점과 반등 시기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계속 틀려나가고 딜레이 되고 있는가?"  


"22년 4분기 저점" 을 이야기 하는 애널리스트도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습니다. "1분기 저점론" → "2분기 저점론" 에 이어 다시 "3분기 저점론" 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도체라는 대표적인 Cyclical 산업의 비중이 압도적인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계속 틀려나가는 이유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거대 구조와 환경이 바뀐 것을 애널리스트들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은 "세계화/글로벌화" 의 시간이었고, 미국과 중국이 때로 으르렁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상호 윈-윈의 구조를 유지해온 시기였지만, 최근은 노골적인 "탈세계화/블록화(de-globalization)" 의 시대가 본격화 하고 있음에도 과거 수십 년 경험과 데이터에 기반한 Cyclical 분석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맞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인 "중국 스마트폰 시장 수요와 생산 회복" 이슈인데,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는 달리 "계속해서 회복의 속도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는 것이 올해 내내 IT섹터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내용입니다.


반면, 미국을 보면 정반대의 그림입니다. 역대급 금리 인상이 장기간 계속되었음에도 노동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고 인플레 역시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상반된 현상(중국의 부양 대비 침체 vs 미국의 긴축 대비 강한 경기)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는 과거 수십 년 글로벌 경기(또한 Cyclical 산업이 압도적인 대한민국 기업들의 경기)가 순환되는 메커니즘과 다른 기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분석에 익숙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이 계속 전망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수요 증가> - <기업들의 투자 증가> - <생산과 판매 증가> - <글로벌 교역량 증가> - <막대한 유동성(달러) 증가 흡수> - <성장과 제한적 인플레가 동반하는 글로벌 경제의 황금기>


그런데 <공급망 재편> 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조금 다릅니다.


<기업들의 투자 증가> - 보통 (임금과 토지 비용 등이) 더 저렴한 지역을 찾아 기업들의 투자가 이동해 온 수십 년 간의 흐름과는 전혀 반대로, 미국의 재조업 재건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급망 재편을 위한 투자는 "더 비싼" 지역으로 투자가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기업이 미국에 1톤의 캐파를 증설하는 비용은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1.5톤을 증설할 수 있는 비용" 에 해당합니다.


투자는 고용을 창출하고, 고용은 소득을 소득은 소비를 창출합니다. 투자가 줄어드는 곳에는 당연히 반대의 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구요. 


한마디로 "미국에 집중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 이를 위한 <투자 - 고용 - 소득 - 소비> 라는 메커니즘의 대이동은, <미국의 소비 증가 - 중국의 (투자)생산 증가 - 중국의 고용 증가 - 중국의 소득 증가> 라는 글로벌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단절시키며


양극화라는 지난 수십 년 간 볼 수 없었던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며, 이렇게 보면 최근 미국과 우리 주식 시장에서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섹터와 종목에 대해 말해보자면,


AI와 국내의 경우 2차 전지 일부 종목들에 과도하게 쏠린 수급의 광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상반기 과도한 수급에 기댄 시장의 상승에는 분명 토해 놓아야 할 거품이 있다고 느끼기에, 적어도 3분기에는 상당히 보수적인 스탠스로 시장을 상대할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세계화> 와 <공급망 재편> 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이제 돌이키기 힘든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인 우리들로서는 이렇게 "확실한 것들" 에 기대어 투자의 전망과 분석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글의 결론입니다.


다시 말해, 여전히 <공급망 재편>에 투자하자. 중국의 회복에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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