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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탄소중립 타고 훨훨 날던 풍력株도 고금리 앞 일단 멈춤2023.09.02 PM 08:54
전 세계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맞물려 주목받던 풍력 발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약세다. 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금리가 치솟으면서 사업 여건이 악화해서다. 풍력 발전단지 건설 본격화를 앞두고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풍력 타워 기업 씨에스윈드의 주식은 이날 오후 1시 50분 기준 6만3600원에 거래 중이다. 올해 3분기 들어 26.3% 내렸다. 같은 기간 ▲유니슨 -26.2% ▲동국S&C -23.2% ▲스페코 -14.8% ▲씨에스베어링 -10% 등 풍력 발전 관련 종목들도 약세였다. SK오션플랜트만 7.4% 오름세를 보였다.
해외 풍력 발전 기업들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풍력터빈 사업을 하는 오스테드(Ørsted)의 주가는 올해 들어 33.3% 내렸다. 같은 기간 베스타스(Vestas)와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의 주가 역시 각각 20.7%, 25.9% 떨어졌다.
풍력 발전 투자가 주춤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신재생에너지 투자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태양광 발전 관련 신규 투자는 2390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4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풍력 발전 투자 규모는 8% 줄어든 940억달러에 그쳤다. 육상풍력 발전 투자가 4분기 연속 감소한 영향이 컸다.
주요국이 높은 수준의 기준 금리를 유지하면서 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비용이 늘었고, 투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스테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시장에서 해상 프로젝트 지연으로 최대 160억크로네(약 3조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손실 예상 금액 가운데 50억크로네(약 9600억원)가 미국의 장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문제였다.
미국 걸프만에서 진행된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 3개 구역 입찰은 1곳만 낙찰되고 2곳은 유찰되기도 했다. 풍력 발전사 관계자는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구축할 때 태양광 발전보다 육상 풍력 발전은 2배, 해상풍력 발전은 4배 규모의 비용이 든다”며 “금리 인상으로 초기 투자금 조달을 위한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해 풍력 터빈과 블레이드(날개)가 대형화하면서 타워와 하부구조물 등의 가격도 오름세가 이어가고 있다. 스웨덴 바텐팔(Vattenfall)은 영국 동북해 연안의 보레아스(Boreas)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지난 7월 중단했는데, 그 이유로 올해 들어서만 40% 증가한 건설비용을 꼽았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해상풍력 발전은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주목받았으나, 높아진 금리와 계속되는 공급망 차질로 인해 최근 수익성 우려가 커졌다”며 “풍력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하락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풍력 발전 사업이 커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발맞춰 기자재를 납품할 기업은 많지 않은 만큼 긍정적 요인도 존재한다는 평가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 단지 건설은 기자재 공급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다”며 “가격협상력에서 기자재업체들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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