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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원유시장에 몰린 헤지펀드…'100달러 돌파’에 베팅2023.09.21 PM 10:33
"국제유가, 6월 이후 30%↑…선물 매수가 상승 부추겨"
브랜트유·WTI 순매수 계약 53만건…18개월 만에 최다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헤지펀드들이 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관련 베팅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의 감산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주요 거래소 및 규제 데이터를 인용해 “헤지펀드의 ‘포지셔닝’(계약) 때문에 6월 이후 30% 가까이 상승한 국제유가가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지난 2주 동안 브렌트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매수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브렌트유와 WTI에 대한 펀드 순매수 포지셔닝은 지난 12일까지 2주 동안 13만 7000건(35%) 늘어 52만 7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18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유 물량으로 환산하면 5억배럴 이상,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5일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포지셔닝이 늘었다는 것은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적 투자자가 증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울러 순매수 포지셔닝이 늘었다는 건 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하루 총 13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후,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9일 배럴당 95.47달러로 치솟아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 전략 책임자는 “이달 초 사우디가 자발적 생산량 감축을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원유에 대한 헤지펀드의 관심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에 투기적 투자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제품 생산 등을 위해 대규모 원유를 구매해야 하는 경우 유가가 올라 수익이 악화할 것에 대비해 선물·옵션 시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다른 자산들의 헷지(위험회피) 차원에서 유가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노무라증권의 찰리 맥엘리엇 주식파생상품 전략가는 “현재 펀드들은 유가 상승을 헷지하기 위해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콜옵션(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는 매수청구권) 약 3만 7000개를 행사가격 115달러로 매수했다”고 전했다.
최근 유가 상승이 강력한 수요 때문이 아닌 사우디·러시아의 감산 결정에 따른 것이어서 유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RCMA의 더그 킹 최고투자책임자는 “특별한 강한 수요 강세보다 OPEC+의 공급 억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유가가 그렇게 많이 오를 것으로 확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유가 상승은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7월부터 100만 배럴 자발적 감산을 시작했는데, 다우존스 미국 항공 지수는 7월11일 이후 24% 하락했다. 반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에너지 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11% 상승했다.델타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은 연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3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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