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넷플릭스 잘 나가면 HMM 주가 떨어진다는데…2023.09.30 PM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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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잘 나가면 HMM 주가 떨어진다는데…

美 소비자, 상품 대신 서비스 소비 확대 중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과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의 주가가 올해 들어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HMM의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콘텐츠 소비를 늘리면 상품 소비가 줄고 이로 인해 컨테이너선 수요도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 주식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6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HMM 주가는 올해 초 1만9350원 대비 16%(3090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주가는 294.95달러에서 379.25달러로 28.6%(84.3달러) 올랐다. 이 기간 HMM 주가와 넷플릭스 주가의 상관계수는 -0.65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주가가 오를 때 HMM 주가는 대체로 하락했다는 의미다. 통계적으로 인과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관없어 보이는 두 회사 주가의 연결고리를 시장에선 상품과 서비스 소비에서 찾는다.


 


HMM의 컨테이너선이 출항하고 있다. /HMM 제공



HMM을 비롯한 컨테이너선 업계는 주요국의 긴축과 함께 물동량이 줄면서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데카르트 데이터마인(Descartes Datamyne)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55만4327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로 지난해 동월보다 13.1% 줄었다.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27만3723TEU로 지난해 동기보다 10.2% 줄었다.


물동량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 형태가 꼽힌다.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가 미국 경제분석국(BE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소비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가 ‘레저 상품 및 서비스’였다. 올해 7월 기준 전체 소비에서 레저 상품 및 서비스 소비가 17.2%를 차지했다. 2019년엔 12% 수준이었다. 레저 상품 및 서비스 분야 중에서도 비디오, 오디오, 사진 및 미디어 등의 소비가 두드러졌다.


씨인텔리전스는 “최근 몇 달 동안 주로 컨테이너로 이동하지 않는 소프트웨어(SW)에 소비가 집중됐다”며 “소비자 지출의 강력한 증가가 컨테이너선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HMM에 미국 시장의 변화는 중요한 문제다. HMM의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은 83.9%를 차지했다. 이 컨테이너선 사업 매출 37.9%가 미주 노선에서 나왔다. 단일 노선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다.


달라진 소비 형태는 실적 방향도 갈랐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78억5200만달러를 저점으로, 1분기 81억6200만달러, 2분기 81억700만달러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억5000만달러 → 17억1400만달러 → 18억2700만달러로 늘었다. 올해 3분기에도 전 분기 대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HMM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3069억원에서 2분기 1602억원으로 줄었다. 증권사들은 3분기 영업이익은 1495억원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3분기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을 앞두고 컨테이너선 시장 성수기로 꼽히지만, 수요 부진에 컨테이너선 운임 반등이 쉽지 않아서다.

 





HMM 주가 상승의 걸림돌은소비 형태의 변화만은 아니다. 당장 컨테이너선 시장에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선사들이 코로나19 호황기 동안 발주한 선박들이 차례로 투입되고 있어서다. 컨테이너선사들이 최근 2주 동안 아시아~미주 노선의 공급을 줄이기 위해 임시결항(Blank Sailing)을 29회로 늘리며 대응에 나섰지만, 수급 조절에 실패했다.


HMM은 영구채의 주식 전환 부담도 안고 있다. HMM은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6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중도 상환 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콜옵션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산은과 해진공은 앞서 HMM 매각을 공고하며 이 CB·BW를 HMM 주식으로 전환해 함께 처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은과 해진공이 CB·BW를 HMM 주식으로 전환하면 2억주다. HMM의 주식 수가 4억8904만주에서 6억8904만주로 40.9% 늘어난다. 주식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총 1조6800억원어치 CB 콜옵션 시기도 2024년부터 차례로 돌아올 예정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행보가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적격 인수 후보에 선정,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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