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황/전략] (DB금융투자) 기대의 지연에 대처하는 방법2023.10.10 PM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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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 우려 재개로 키친 사이클 반등의 기대가 지연된 것이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

■ 단, 이미 바닥권에 위치한 경기이기에 그 문제가 주가를 추가로 크게 흔들지는 못할 것

■ 키친 사이클 반등이 순연됐다면 오히려 이를 기회로 가치주를 저가 매집하는 전략 고려

 

 

고난을 겪고 난 후 그나마 좋은 점이 있다면 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필자 역시 전체적 흐름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주식시장의 진실을 온전하게 알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하지만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모습이 무엇일지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는 있다. 금일 본고에서는 그 내용을 담아봤다.


얼마 전까지 주식시장의 펀더멘탈은 크리티컬한 영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크리티컬하다는 의미는 결코 부정적인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긍정적인 뜻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추정되는 최근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그들의 잠재 성장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이뤄진다면 그간의 압박을 이겨내고 다시금 경기 확장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된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 상승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었다.


그 증거는 여러 경로에서 나타났었다. 우선 ISM 제조업 지수가 순환적인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었다.  (제조업은 재고를 수반하는 특성상 경기의 변화에 기만하게 반응한다. 이에 따라 미국 ISM 제조업 지수는 그들의 경제 성장률에 앞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표1]) 또한 주간 단위로 추적해 주는 미국 경제 성장률 역시 하락을 뒤로 하고 반등을 개시했다. (대표적으로 Weekly Economic Index (Lewis-Mertens-Stock)는 미국 경기의 변화를 짧은 단위로 추적하여 발표해 준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률의 주간 버전이다. [도표2])


위 언급한 현상을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그간 압박을 받았던 키친 사이클이 반등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직전까지 주식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기대가 존재했다. 키친 사이클 반등을 미리 반영하여 올해 연초부터 3분기까지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 마찰 요인이 강하게 발생했다. 유가를 필두로 하는 인플레의 위협이 재개됐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키친 사이클의 반등은 유동성 완화에 의하여 이뤄진다. 키친 사이클이 순환적인 저점에 위치할 때 물가는 통상 낮은 수준에 위치한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할 여지가 생긴다. 이를 마중물로 하여 키친 사이클이 반등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원유 시장에서 공급 측면의 문제가 불거지며 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물가상승률 하락이 신뢰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을 위시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더욱 옥죄였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시중금리가 추가 급등하는 사태까지 나타났다. 결국 통화정책 전환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인식으로 키친 사이클의 반등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똬리를 틀게 됐다. 이는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현상으로 귀결됐다.


즉, 지금 주식시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당초 주식시장의 기저에 있는 키친 사이클이 순환적인 저점에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원유 시장을 중심으로 일련의 사태가 나타나며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신뢰가 흐려졌다. 이로 말미암아 통화정책 전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하며 키친 사이클의 반등이 요원하다는 대중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급 측면에서 원유와 관련된 문제가 올해 4분기에 마무리된다면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속성상 어쩔 수 없이 해당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 자체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숙고해 볼 것이 있다. 지금의 문제가 한층 심각한 수준으로 나아갈지 여부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No”다. 이미 바닥권에 위치하고 있던 키친 사이클이기에 그 반등이 지연된다고 하더라고 실망에 의한 주식시장의 하락이 추가로 크게 진행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리스크 리턴 관점에서 보면, 리턴이 실망스럽지만 리스크도 크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의 선택은 간명해진다. 키친 사이클의 반등이 순연됐다면 이를 겨냥하여 이후 국면에서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여유를 가지고 매수해 나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키친 사이클을 포함한 경기의 반등 국면에서는 가치주의 수익률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는 가치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며 지금의 국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이 당사가 반도체와 철강 등을 추천하는 이유다.

 


- DB금융투자 Strategist 강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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