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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철학] [이영완의 디알로고] '병 걸리면 바꿔 끼울 간과 췌장, 동물 몸에서 키운다'2023.10.31 AM 11:27
나카우치 히로미츠 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인간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키메라 장기
돼지나 양 몸에서 키워 환자에 이식 목표
만성적 이식 장기 부족 문제 해결한다
윤리 논란, 대중과 적극적 대화로 극복해야”
나카우치 히로미츠 미 스탠퍼드 의대 교수는 인간 세포를 기지고 동물 몸에서 자라는 이른바 '키메라' 장기를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도쿄대 의대 교수이던 그는 정부 규제로 연구를 하기 힘들어지자 일본을 떠나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정부는 나카우치 교수를 계기로 관련 규제를 완화해 그가 다시 일본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김흥구 객원기자
나카우치 히로미츠 교수가 미국 스탠퍼드 의대의 실험실에 서있다. 그는 2017년 네이처에 시궁쥐 몸에서 키운 생쥐 췌장을 당뇨 생쥐에 이식해 치료했다고 발표했다./미 스탠퍼드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32년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란 책에서 당시 주류 이론이던 천동설을 배격하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갈릴레이의 ‘디알로고(Dialogo·대화)’처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병에 걸려 장기(臟器)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는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해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식을 원하는 환자는 많고 장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3년 2만6036명에서 지난해 4만9765명으로 91%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뇌사 기증자는 10년 동안 400~500명대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가 2013년 1152명에서 2022년 2918명으로 153% 급증했다.
나카우치 히로미츠(Nakauchi Hiromitsu·71)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연구를 하고 있다. 바로 ‘키메라(chimera)’ 장기이다. 사자 머리에 염소의 몸통과 뱀의 꼬리를 가진 그리스 신화 속 동물인 키메라처럼, 다른 동물에서 사람 줄기세포를 키워 이식용 장기를 얻자는 것이다. 이미 종(種)이 다른 쥐들에서 키메라 장기를 키우고, 이를 이식해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지난주 차바이오그룹이 성남시 판교에서 주최한 국제 포럼에 참석해 키메라 연구의 최신 동향을 발표했다. 그는 쥐에 이어 돼지와 양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돼지나 양은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해 이식용 장기를 얻기에 최적인 동물로 꼽힌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와 생명 윤리를 둘러싼 논란이다. 나카우치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을 특정 시기의 기준으로 일괄 규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과학자들은 전문가들과 규제 합리화를 계속 논의하는 한편, 대중과의 적극적인 대화로 윤리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카우치 히로미츠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7일 경기 판교 차바이오콤플렉스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차바이오그룹
◇키메라 장기 연구하며 ‘미친 과학자’로 불려
–일본 도쿄대 의대 교수로 있으면서 처음엔 장기이식에서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막는 연구를 했다고 들었다.
“금방 면역거부반응보다 이식용 장기 부족이 더 큰 문제임을 깨달았다. 미국은 장기이식 대기자가 11만6000명을 넘지만, 공급 부족으로 메일 20명이 이식을 받지 못하고 숨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장기 이식 수요의 10%만 충족되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연구 방향을 바꿨다.”
–동물 장기를 이식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최근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한 달 이상 부작용 없이 살고 있다.
“돼지는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다. 이 장기에서 면역 거부를 일으킬 항원 단백질과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를 넣어 이식하는 방식이 개발됐다. 하지만 이 장기는 부분적으로 인간일 뿐이다. 키메라 장기는 온전히 환자 자신의 것이다.”
–어떻게 환자의 장기를 동물 몸에서 만드나.
“혈당을 조절하는 장기인 췌장을 생각해보자. 돼지 수정란(배아)에서 췌장을 만드는 유전자를 차단한다. 여기에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주입한다. iPS세포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넣어 발생 초기의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 환자의 iPS세포는 돼지 수정란에서 사람 췌장으로 자란다. 이를 환자에 이식하면 당뇨를 근본 치료할 수 있다.”
–처음 키메라 연구를 할 때 분위기는 어땠나.
“2007년쯤 도쿄대 의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는 미친 생각이라고 치부됐다. 똑똑한 도쿄대 학생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대학 출신 대학원생 두 명이 손을 들고 나섰다. 이들 덕분에 2010년 처음으로 쥐에서 키메라 장기를 성공시켰다.”
그래픽=정서희
◇정부 규제 때문에 일본 떠나 미국에서 연구
–2010년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한 키메라 연구는 어떤 내용인가.
“당시 몸집이 큰 시궁쥐의 줄기세포를 췌장 유전자를 차단한 생쥐의 수정란에 이식했다. 나중의 생쥐의 몸에서 시궁쥐의 췌장이 자랐다. 하지만 생쥐 췌장 크기여서 시궁쥐에게 이식하기 어려웠다. 2013년에는 종이 다른 돼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2017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는 정반대 방향으로 키메라 췌장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시궁쥐의 몸에서 생쥐의 췌장이 자라도록 했다. 몸집이 큰 쥐에서 자라다 보니 일반 생쥐 췌장보다 크기가 커서 역시 바로 이식하지는 못했다. 대신 췌장 세포를 채취해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 이식했다. 생쥐는 1년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생쥐 수명이 2년 정도니 평생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키메라 장기로 당뇨병 생쥐를 치료한 연구는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발표했다.
“처음 쥐 키메라 장기를 만들고 나서 인간 세포를 가진 키메라 장기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인간 세포를 동물의 수정란에 섞는 것을 금지했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연구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민간 지원은 가능했다.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겨 민간 연구소 지원을 받고 연구를 계속했다.”
–일본에서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릴 수도 있지 않았나.
“당시 정부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3~4년 지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했지만, 당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본 관료들의 보수성을 알았기에 변화에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관료들과 협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키메라 실험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가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두 나라를 오가며 연구한다고 들었다.
“스탠퍼드대로 가려고 했을 때 실험실에는 가족 문제 등으로 일본을 떠나기 힘든 연구원들도 있었다. 다행히 도쿄대가 규정을 바꿔 두 대학에서 교수가 되는 겸직을 허용했다. 덕분에 도쿄대 의대 연구실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나카우치 히로미츠 미 스탠퍼드 의대 교수가 지난 28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돼지에서 인간 세포를 가진 키메라 장기를 자라게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김흥구 객원기자
◇피부에서 먼저 상용화, 기초 연구 계속해야
–나카우치 교수의 도미(渡美)는 일본 정부가 키메라 연구 규제를 철폐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019년 동물의 수정란에 인간 세포를 주입하고, 나중에 인간 유전자를 가진 동물의 출산까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 도쿄대 대학윤리위원회에 돼지 몸에서 인간 췌장을 키우는 연구에 대한 승인을 신청했다.”
–왜 쥐에서 돼지, 양으로 연구를 확대했나.
“돼지와 양은 장기 크기가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빨리 자란다. 돼지는 9개월, 양은 10개월이면 다 자란다. 또 돼지는 새끼도 10마리 이상 낳고, 양은 자궁이 인간과 비슷한 장점이 있다.”
–2021년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사람 줄기세포를 원숭이 배아에 이식했다. 인간과 같은 영장류이니 키메라 장기에 더 맞지 않나.
“진화 과정에서 서로 갈라진 시간을 따져도 침팬지나 원숭이가 돼지, 양보다 훨씬 인간과 가깝다. 하지만 영장류는 구하기 어렵다. 또 인간 세포를 가진 원숭이를 희생시켜 장기를 얻으면 당장 일종의 살인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래도 침팬지와 원숭이 사이에 키메라 장기를 만드는 연구는 계속하고 있다. 이게 가능하면 사람과 다른 영장류 사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대중의 윤리적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 그때를 기다린다.”
–그렇다면 언제쯤 동물에서 얻은 키메라 장기를 환자에 이식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기술적 난관도 있다. 초기 배아에 인간 세포를 주입하면 장기 발생이 시작되기 전에 대부분 제거된다. 그래서 우리는 초기 배아가 아니라 자궁에 착상한 태아에서 특정 장기가 있는 곳에 장기로 자랄 인간 세포를 주입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당장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장기가 아니라 피부면 상용화가 빠를 수 있다. 자궁 속 돼지 태아의 피부에 인간 세포를 주입해 인간 피부 조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떼어내 화상 환자나 항암 치료로 피부가 손상된 환자에 이식할 수 있다.”
–회사를 차려도 되겠다.
“키메라 장기 연구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걸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생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중요하고 흥미로운 일을 즐기고 있다. 사업가가 오면 모든 게 멈춰 버린다. 이 점에서 차바이오그룹이 지원해서 비영리 연구소를 미국에 같이 세웠으면 한다. 차바이오그룹이 노화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피부나 장기 키메라는 노화를 거스르는 회춘(回春)이다. 차병원의 임상시험 능력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왼쪽부터 생쥐, 시궁쥐 줄기세포를 가진 생쥐, 생쥐 줄기세포를 가진 시궁쥐, 일반 시궁쥐. 나카우치 스탠퍼드대 교수는 시궁쥐에서 생쥐 줄기세포로 자라난 췌장을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 이식해 치료했다./미 스탠퍼드대
◇일본처럼 정부 R&D 투자 줄면 경쟁력 떨어져
–10년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구했는데 두 나라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두 나라의 장점을 각각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구했다. 미국은 보수가 좋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곳이 많다. 연구 인프라도 좋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오전 8시 출근해서 오후 5시 칼퇴근한다. 일본에서는 일이 남으면 늦은 밤까지 일하는 게 당연하다.손기술도 일본이 뛰어나다. 한국 과학자들도 비슷할 것이다.”
–키메라 연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떤가.
“두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국민은 60% 정도가 키메라 연구를 찬성한다, 일본은 찬반이 50대 50이다. 일본 사람들이 좀 더 감정적인 셈이다. 특정 시기 기준으로만 연구를 계속 규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도 계속 발전하는 연구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설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침팬지 신장을 원숭이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면, 같은 방법이 사람에게도 실용적 치료법이 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연구비 지원도 두 나라가 다르다고 들었다.
“미국은 보수 수준이 일본보다 훨씬 높다. 회의실 임대료만 해도 일본보다 비싸니 당연히 급여가 많다. 하지만 미국 교수들은 외부에서 받는 연구보조금(grant)에 의존하다 보니 실험실 운영이 어렵다. 보조금 기간이 끝나고 새로 받지 못하면 연구원을 해고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은 보조금을 많이 타기 위해 위험도가 낮아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프로젝트를 많이 한다. 반면 일본 대학은 급여를 보장한다. 다쳐도 월급을 받는다. 덕분에 고위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그럼 일본이 과학 연구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는 말인가.
“연구비 지원 제도상 그렇다는 말이다. 실상은 정반대이다. 최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일본은 2000년에는 상위 10% 논문 수가 세계 4위였지만 20년 만에 13위까지 떨어졌다. 원인은 간단하다.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뒤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최근 R&D 예산을 삭감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2위이다. 일본을 앞선다. 그만큼 한국 정부가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잘 해온 장점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일본의 전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나카우치 히로미츠 교수
일본 요코하마 시립대 의대에서 의학 석사, 도쿄대 대학원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귀국 후 이화학연구소에서 조혈 줄기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94년 쓰쿠바대 교수가 됐다. 2002년 도쿄대 의과학연구소 교수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8년 연구소에 신설된 줄기세포 생물학 및 재생의학 센터 소장이 됐다. 2014년 일본 정부의 연구 규제를 피해 스탠퍼드대로 연구실을 옮겼다. 지금은 도쿄대와 스탠퍼드대 두 곳에서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나카우치 교수는 평소 “내 연구 목표는 기초 연구의 발견을 실제 의료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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