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황/전략] (KB증권) 2024년 주식 전략 - 시장 : 2024년의 가운데 토막을 취한다2023.11.03 PM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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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cutive Summary


2024년 시장전망: 한 해의 가운데 토막을 취한다


2024년 코스피 타깃을 2,810pt로 제시한다.


연준의 ‘과잉긴축’과 이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은 연말연초 경기/실적 추정치를 둔화시킬 것이다. 주식시장도 ‘과잉긴축’의 영향 아래 있을 것이다. 파월이 ‘과잉긴축’을 반복할 것으로 보는 네 가지 근거를 적었다.


다만 경기가 침체까진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시장 발작’이 나타나면 연준은 완화로 피벗하여 경기를 받칠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버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연준 피벗은 증시 바닥을 만들 것이며, 이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증시하락+금리하락’을 제시한다. 2018년 오버킬, 2023년 SVB사태 이후 반등도 동일했다.


매크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본격적인 ‘pent-up demand’가 나타날 것이며, 경기도 느린 반등을 재개할 것이다. 이는 낮은 밸류에이션 매력과 결합하여 증시 반등을 이끌 것이다. 문제는 통화정책 오판이 연말 이후 ‘인플레 압력’으로 나타날 거란 점이다. 증시가 직면한 리스크는 ‘경기침체’가 아니라, 반대로 경기가 잘 버텨서 나타날 ‘인플레 압력’이다.


2024년 증시는 1968년 화폐환상 당시와 유사한 경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당시 국채수급, 화폐환상, 통화정책 등의 패턴이 지금과 매우 유사하다. 사회/경제 패턴이 비슷하니, 금융시장도 지금과 꼭 닮아있다. 이 당시에도 ‘증시+금리’ 동반 하락은 증시 바닥 시그널이 되었다. 그리고 당시를 보면 본격적인 하락장의 시그널 아이디어도 잡을 수 있는데, 단기국채금리가 매도 시그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다. 자료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업종은 상반기까진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의 모멘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말연초 경기 둔화 때는 ‘방어주+실적주’의 순환매가 있을 수 있다. 2024년 중반 이후엔 ‘경기민감주’에서 ‘주도주’로 시장의 색깔이 바뀔 것이다.


- KB증권 주식전략 Strategist 이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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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피벗 시점에 싸게 사서, 가운데 토막을 취한 뒤 빠져나간다


KB증권은 2022년에 이미 ‘경기침체’가 지나갔으며, 2023년엔 ‘역대급으로 느린 경기 반등 (제조-서비스 디커플링)’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화폐환상’은 연준이 경기를 오판하게 만들며, 잘못된 전망은 ‘과잉긴축’이라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진다.


연준의 ‘과잉긴축’으로 인해 연말연초엔 경기사이클이 둔화되며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커질 것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없을 것으로 보는데, ‘경기둔화 or 금융발작’이 나타나면 연준의 피벗이 경기를 방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완화를 위한 버퍼를 가지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연준의 ‘과잉긴축’ 영향으로 주식시장도 연초까진 부진할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피벗은 증시 바닥과 랠리를 만들 것이다. 이후 ‘pent-up demand’가 나올 것으로 보는데, 불확실성 때문에 재고 확충에 보수적이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한번 더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준의 ‘과잉긴축’은 오히려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다 (경기확장+연준피벗). 그리고 위기는 경기 부진이 아니라, 반대로 경기가 너무 좋아서 만들어진 ‘인플레’가 원인이 될 것이다. 인플레의 위협을 먼저 알 수 있는 시그널로 ‘국채금리’ 활용법을 제시한다. 업종에선 2024년 상반기까지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 다만 연말연초에 경기 우려가 있을 때는 단기 업종 로테이션이 있을 것이다. 2024년 중반이 되면 시장은 경기민감주에서 점차 주도주 랠리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연말연초 쯤에 경기 둔화 이후 경기 확장세 나타날 것

2024년 말쯤 경기 고점 전망

증시도 이와 유사하게 2024년 가운데 토막이 가장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



1. 파월의 과잉긴축과 그 이후의 증시 경로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경기/실적 우려’와 ‘긴축/금리상승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어느 정도는 문제가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 조정의 핵심 원인은 후자 (긴축)라고 생각한다. 만약 ‘경기/실적 우려’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라면, 경제지표 서프라이즈가 반복되면 증시는 반등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이다. 경제지표가 서프라이즈로 발표되면 증시는 오히려 급락한다. 반대로 긴축이 문제라면, 연준의 과잉긴축이 멈추는 순간이 랠리의 재개시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파월은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어 변했을지, 아니면 변함없이 과잉긴축을 반복할지 생각해보고, 언제 과잉긴축이 멈추고 증시 랠리가 재개될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1. 오버킬은 재현될까 #1. 파월 연설에서 나타난 의지

 

파월의 생각은 이전과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첫째, 파월의 최근 발언들이 그렇다. 최근 세 번의 연설 (8월 잭슨홀 심포지엄, 9월 FOMC 기자회견, 10월 뉴욕 이코노미 클럽)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반복해서 말한 것이 있었다.

 

① 우리는 ‘추세 이하의 성장’과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이 필요하다

② (만약 그렇게 되지 않고)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이 계속 예상보다 강하다면, 그것은 곧 추가 긴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추가 긴축의 증거)


이 문장에서 무서운 부분은 ‘첫 번째 문장’이다. “성장은 추세 이하여야 하고, 노동시장은 추가 냉각이 필요한데, 만약 그렇지 않고 계속 경제가 강하다면, 그것은 곧 추가 긴축이 필요하단 의미이다 (data dependent, 후행적)”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준은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 매 분기 점도표와 함께 발표되는 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에는 연준이 생각하는 성장과 노동시장에 대한 전망이 나와있다.


SEP의 2023년 전망을 보면, GDP 성장률은 ‘추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추가 냉각이 없을 것’으로 써 놨다.


사실상 ‘경기침체’를 전망하던 연준이 경기호황 (잠재성장 초과+낮은 실업률)으로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사상전향 (思想轉向)’만큼 드라마틱한 변화인데, 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연준의 경제전망이 불과 6개월 만에 엄청나게 바뀐 것이다. GDP 전망의 경우 3월만 해도 0.4%를 전망하며 사실상 경기침체로 봤었는데, 9월엔 무려 2.1%로 상향했다. 2.1%라는 숫자가 충격적인 이유는 연준이 생각하는 잠재성장률이 1.8%이기 때문이다. 즉, 경제는 추세 이상으로 확장국면에 있다고 전망을 바꾼 것이다. 실업률 전망은 3.8%까지 낮췄는데, 3.8%가 충격적인 이유는 8월 실업률이 이미 3.8%였기 때문이다. 즉, 연준은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전망 하에서는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파월의 생각이다. 갑자기 매파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이유이다. 새로운 경제전망 (추세 이상 성장, 노동시장 추가 냉각 없음)은 곧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후행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10월 뉴욕 이코노미 클럽 연설에서도 반복된다. 만약 금리 급등과 주가 급락이 FOMC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말을 시장이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자리에서 수습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발언을 반복했다는 것은 시장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며, 이는 긴축적인 스탠스 (higher for longer)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을 추론하게 한다.


증시가 급락하고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경제상황은 긴축적으로 변하고 있다. 연준의 계속되는 긴축과 투자심리 위축은 아마도 경기와 실적 추정치의 상승세에도 영향을 미쳐 일정부분 둔화하게 만들 것이다. 파월은 이런 금융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이 인플레를 꺾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파월의 이런 후행적인 정책은 인플레를 꺾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인플레를 잉태하는 과오를 범하는 것이 될 것이다.

 



소를 잃고 난 뒤엔 아무리 강하게 외양간을 고쳐도 소용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뒤늦게 긴축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사이클 변동을 제어하는 일이다


1-2. 오버킬은 재현될까 #2. 과거 통화정책의 패턴


둘째, 파월의 그간 통화정책 성향을 봐도 ‘과잉긴축’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파월은 통화정책을 한쪽 방향으로 끝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성향이 강하다. 2018년 2월에 연준 의장에 오른 파월은 지금까지 긴축 사이클 1번, 완화 사이클 1번을 단행한 바 있다. 그런데 두 번 모두 ‘끝을 볼 때까지 밀어붙였다’는 특징이 있다.


2018년 긴축 사이클에서는 ‘오버킬’로 경기침체 직전까지 긴축을 몰아붙였다. 경제가 그로기 상태에서 비틀거릴 때쯤, 2019년 1월 전미경제학회에서 파월은 떨리는 손으로 ‘긴축 중단’을 발표했다. 2021년 완화 사이클에서는 ‘과잉 완화’로 인플레가 폭발할 때까지 완화정책을 몰아붙였다. 특히 2021년 4월 초 ‘노숙자를 위한 추가 완화정책’ 발표는 인플레를 잉태하게 만든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그 후 뒤늦게 금리를 급하게 인상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원인 중 하나는 파월이 통화정책을 과신하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긴축 효과가 왜 나타나지 않는지’에 대해 종종 의문을 표하곤 했는데,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파월이 통화정책이 ‘경기사이클’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기사이클은 어떤 정책이나 특정 요인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담 스미스의 말처럼 경기사이클은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그 수많은 손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통화정책의 목적은 경기사이클의 변동성(진폭)을 줄여 경제 안정성을 추구하는데 있다. ‘경기가 하강’할 땐 완화정책을 통해 경제가 침체로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반대로 ‘경기 확장’ 시기엔 긴축정책을 통해 경기가 과열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통화정책의 목표이다.



파월의 정책은 완전히 거꾸로 (후행적)였음

경기가 둔화할 때는 긴축정책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완화정책으로

경기변동을 오히려 불필요하게 키움



경기사이클을 결정하는 것은 이익을 추구하는 빵집 주인들과 정육점 주인들 (경제주체들)의 ‘보이지 않는 손’



1-3. 오버킬은 재현될까 #3. 변호사 출신 파월의 ‘증거주의’


셋째, 파월이 ‘과잉긴축/과잉완화’를 끈임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data dependent’를 따르기 때문이다 (버냉키/옐런은 ‘forward guidance’를 기반). 그런데 데이터를 모두 확인하고 정책을 결정하면, 아무리 빨리 해도 늦은 것이 된다. 투자자들은 공감할텐데, 실적을 다 확인한 후 투자결정을 한다면 수익률은 좋을 리 없다. 어렵고 힘들어도 전망을 하고, 전망에 의거해 투자하고 불확실성과 싸워 이겨야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자꾸 뒤늦은 정책이 반복되는 이유는 ‘변호사 출신인 파월’이 ‘증거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거주의’는 개연성이나 추론이 아니라 명백한 증거를 기반으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법적으로는 ‘증거재판주의’와 통한다.


‘증거재판주의’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다. 유죄 판결을 위해선 무죄 가능성이 존재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시 말해서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로 성문화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연방 증거법 (Federal Rules of Evidence)’으로 제정되어 있다. 특히 미국은 ‘배심원 제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증거 제도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배심원들이 증거 이외의 감정이 배제될 수 있도록).


파월은 이런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통화정책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러 중요한 사안들, 예를 들어 ‘중립금리 수준, 적정 긴축 레벨, 인플레의 전망, 노동시장과 물가 관계 등’에 대해, 파월은 대부분 이렇게 대답했다. ‘미리 알 수 없으며, 현상이 나타나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원칙이 잘잘못을 가르는 재판에는 유용한 것이 될 수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로 할인해서 이해해야 하는 통화정책에는 부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것은 후행적 (data dependent)이기 때문이다. 투자든 통화정책이든 선제적이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인플레를 잡았던 폴 볼커 의장이나, 마에스트로라고 불렸던 옐런 그린스펀의 통화정책을 보면, 대부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경기가 꺾이면 1년 내에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서 경기가 침체로 빠지는 것을 막았고, 반대로 경기가 반등하면 1년 내에 긴축정책으로 전환해서 경기가 버블로 가는 것을 막았다. 이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것인데, 경기가 반등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선제적인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경기사이클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 일제히 반등했지만, 아직도 경기침체 논란이 있다.



증거재판주의’: 유죄 판결을 위해선 무죄 가능성이 존재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함



1-4. 오버킬은 재현될까#4. 파월의 발언


넷째, 파월의 최근 발언들은 2018년과 유사하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파월의 생각이 크게 바뀌진 않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인데, 최근 파월의 발언 중 상당수는 2018년 오버킬 당시에서 발언을 빌려왔다. 아래 주요 언급들을 살펴보자.


[2018년 vs. 2023년 ①: 중립금리 발언]


‘중립금리 추정은 부정확하기 일쑤이며, 이에 지나치게 얽매이다가는 정책을 그르칠 수 있다’

2018년 8월, 잭슨홀 심포지엄, 파월 연설.


‘중립금리 추정은 부정확하기 일쑤이며, 이에 지나치게 얽매이다가는 정책을 그르칠 수 있다’

2023년 8월, 잭슨홀 심포지엄, 파월 연설.


[2018년 vs. 2023년 ②: 어두운 방 vs. 어두운 밤바다]

‘가구로 가득 찬 어두운 방에 신발을 신지 않고 들어갔다고 해보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속도를 줄이고, 멈추어서 물건을 느껴가며 길을 찾아갈 것이다’

2018년 11월, 댈러스연은 행사, 파월 연설.


‘우리는 구름 낀 밤 하늘 아래에서 별자리에 의존해 항해 중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위험관리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 우리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게 나아갈 것이다’

2023년 8월, 잭슨홀 심포지엄, 파월 연설.


두 발언은 2018년에나 2023년에 모두 ‘완화적’으로 해석이 되었던 발언이다. 하지만 파월의 ‘증거주의’에 입각해서 보면, 이 말들은 ‘완화적’이었던 것이 아니었으며, 말 그대로 ‘경제지표 증거들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겠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당시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 파월은 여전히 ‘증거주의’에 입각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판단에 증거가 되는 것은 두 가지, 바로 ① 추세 이하의 성장, ② 고용시장의 추가 냉각이다.





1-5. 과잉긴축이 끝나고 랠리가 재개된다는 신호


그렇다면 파월의 과잉긴축은 언제 끝나게 될까?


과잉긴축 중단에 대한 단서 역시 ‘증거주의’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긴축 수준이 ‘과잉긴축’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보여야만 긴축을 멈출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파월은 현재 연준의 긴축이 ‘과잉긴축’인지, 아니면 여전히 불충분한지 어떤 방법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할까? 파월은 ‘과잉긴축’에 대해서도 ‘증거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다시 말해서 ‘지금 긴축이 과잉인지’는 그냥은 알 수 없고, 긴축으로 인해 시장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부러지는 소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1) 경기 둔화이다. 경제성장이 추세 이하로 내려가거나 노동시장이 냉각되면 긴축이 멈추게 된다. 2019년 초 연준 피벗이 여기에 해당된다.


2) 금융 발작이다. 긴축을 견디지 못한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인데, 2023년 SVB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일 (시장에서 부러지는 소리)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지표로 알 수 있을까?


이를 알 수 있는 지표로 ‘(단기) 국채금리 하락’을 제시한다. ‘경기 우려/크레딧 이슈’가 발생해 시장이 진짜 겁을 먹는다면, (연준의 긴축 발언에도) 국채금리는 하락할 것이다. ‘2018년 말 오버킬’과 ‘2023년 3월 SVB 사태’ 때도 연준 긴축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주가 하락+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이 겁먹은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말 금융시장이 겁을 먹는다면, ‘주가 하락+금리 하락’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강한 긴축정책에도 오히려 국채금리가 하락할 정도면, 시장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인 상태일 것이다. 이쯤 되면 파월은 긴축 레벨이 비로소 ‘과잉긴축’에 돌입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며, 그러면 매우 빠르게 완화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준은 완화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는 거대한 정책적 버퍼를 가지고 있다. Core CPI는 내년 상반기까지 3% 부근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면 연준의 기준금리는 5.5%이다. 게다가 불라드가 제시했던 테일러 룰 (적정금리)도 현재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상태이다. 다시 말해서 완화정책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국채금리 하락 가능성을 보고 국채를 먼저 매수하고, 그 다음 연준의 피벗을 타깃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현재의 경기가 너무 견조하다는 것이다. 크레딧 이슈는 단순히 금리가 높고 부채가 많다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도 경기/기업실적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롤오버를 선택한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발작이 일어나기 위해선 경기둔화가 필요하다.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내 돈을 다 날릴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퍼져야 투자금이 회수되고 크레딧 이슈가 발생한다. SVB 사태와 비슷하게 말이다.


그런데 연준의 ‘과잉긴축’이 계속된다면, 결국 경기 둔화세가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시장이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연준 피벗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기둔화는 일시적일 거라 생각하는데,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준은 비교적 빠르게 완화정책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것은 경기사이클을 다시 끌어올릴 것이다.


연준은 근원 물가 상승률에 비해 크게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음



불라드가 제시한 테일러 룰로도 금리 인하 (완화)가 가능한 수준



1-6. 연준 피벗 이후의 주식시장 바닥 및 랠리 재개


2023년 전망에서 반등의 시그널이 ‘국채금리의 반락 (국채금리가 왕이다)’이었던 것과 같이, 2024년 전망에서 반등의 시그널은 ‘연준의 피벗’이 될 것이다. 연준의 피벗 이후, 증시는 비교적 강한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경기확장+연준완화’는 증시 랠리의 동력을 준다. 2021년 초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당시 이미 경기확장 중이었는데, 이를 오판했던 파월은 ‘노숙자들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완화정책을 발표했다. ‘경기확장+연준완화’의 결과는 증시 랠리였다. 만약 이런 정책 오류가 반복된다면, 2024년 증시도 피벗 전까지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피벗 이후엔 비교적 강한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2024년엔 가운데 토막에 주가가 강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좋은 것일 리 없다. 당장에는 경기확장에 유동성까지 풀리니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문제는 이것이 잠재적인 인플레를 잉태할 것이란 점이다. 경기확장 때는 긴축을 통해 과열을 막아야 하는데 반대로 돈을 풀었으니 감내해야 할 문제이다. 마치 2022년과 같은데, 2022년 초 ‘노숙자 텐트촌 완화’는 성장주의 폭등을 가져왔지만, 반대로 잠재적인 인플레 문제를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이유로 파월의 ‘과잉긴축’은 아이러니 하게도 오히려 인플레를 잉태할 것이다. 인플레가 반응하기까지 약 3분기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 말~2025년 사이에 인플레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둘째, pent-up demand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도매 재고사이클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도매 판매’가 바닥을 찍은 후 시차를 두고 ‘재고사이클’이 반등한다. 그런데 ‘도매 판매’는 지난 6월을 바닥으로 반등하고 있다. 따라서 2023년 연초쯤엔 재고사이클도 바닥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이 정도 출하조정을 했다면, 기업 재고는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과잉긴축에 따른 경기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재고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지나가고 연준이 피벗으로 경기사이클을 끌어올릴 경우, 기업심리는 점차 회복될 것이고 본격적으로 재고 축적을 위한 pent-up demand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통념과는 달리 기업실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최종) 소비’보단 ‘재고’이다. 반도체를 예로 들어보자.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은 전고점에 비해 1/3 토막이 났다. 그렇다면 ‘PC, 스마트폰 등’과 같은 최종제품 수요가 1/3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PC, 스마트폰 등 IT기기 수요 감소폭은 -10% 전후이다. 하지만 수요가 계속 좋을 것으로 예상했던 (혹은 물류대란 때 재고부족으로 고생했던) 고객사들이 이미 재고를 많이 쌓아 놓은 상태라면, 신규 입고가 필요 없어진다. 이 경우 신규 주문이 급감하고, 이미 발주한 물량에 대해서도 출하 중지 요청이 온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선 출하가 안되면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는 소폭 줄어도 반도체 매출은 급감하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pent-up demand에도 정확히 반대로 적용된다. 재고가 바닥국면인데 경기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반등의 조짐이 보인다면, 기업들은 빠르게 주문량을 늘려 재고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최종수요가 급증하지 않더라도 재고 수준이 매우 낮다면, 제품 주문은 급증할 수 있다. 이것이 pent-up demand라고도 불리는 ‘리스탁킹 사이클’이다. 2024년에는 완만한 형태의 pent-up demand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증시도 반등을 시도할 것이다. 당장엔 연준 긴축으로 주가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나, 그럴수록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욱 낮아진다. 현재 코스피 12Mfwd P/E는 10배 이하까지 하락했고, P/B는 0.8배까지 내려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락장의 시작이나 매수 기회를 장기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진 추세적 랠리는 쉽지 않으며, 연준 피벗으로 분위기가 바뀌면 시장은 밸류에이션 공백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랠리할 것이다.



SK하이닉스 매출이 고점대비 1/3 토막 난 것은 스마트폰/PC수요가 1/3로 줄어서가 아니라,

고객사의 재고가 많기 때문에 출하를 정지시켜서 나타난 현상



밸류에이션 부담은 대부분 경감되었음

연준 피벗으로 매크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증시는 랠리로 복귀할 조건을 갖추고 있음



1-7. 2024년, ‘시장 공포 → 연준 피벗 → 증시 랠리 → 인플레 잉태’ 順


2024년 펀더멘탈 (경기/실적)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다만 연준의 과잉긴축에 따라 2024년 2분기까진 경기둔화로 침체 공포가 커질 수 있으며, 실적 추정치 하향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지만, 경기둔화가 확인되면 단기엔 경기침체 공포가 커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까지 가는 경기 둔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연준 피벗’ 때문이다. 시장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 파월은 ‘과잉긴축’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통화정책을 완화로 전환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연준은 완화를 위한 버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증시의 바닥이 가까워왔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코스피 12Mfwd P/E 9.5배, 12Mfwd P/B가 0.77배 이하에선 가격 매력이 부각될 것이다. 연준 피벗 이후엔 증시 랠리가 나올 수 있다. 펀더멘탈 측면에선 pent-up demand가 실적 재반등을 이끌 것이며, 밸류에이션 추세선 상단인 P/B 0.9배 중반까지 비교적 빠른 회귀를 전망한다.


문제는 연준의 후행적인 통화정책이 ‘재정확대, 흥청망청 심리, 공급망 재편’ 등과 결합해 인플레를 다시 잉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다음 하락장은 ‘경기침체’보단 ‘인플레’가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인데, 이때 매도 시그널은 ‘단기 국채금리’가 줄 것이다.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연말연초 과잉긴축에 의한 경기 둔화 있을 것이나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음



12Mfwd P/E 9.5배, 12Mfwd P/B가 0.77배 이하에선 가격 매력

피벗 이후 추세선 상단까지 반등 전망



그럼 그런 일들이 언제 발생할까?


발생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따라서 날짜나 시기를 맞추기보다는 ‘금리 하락+주가 하락’ 시그널을 통해서 그 시기를 아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가능성이 있는 시기를 꼽는다면, ‘연초’쯤이 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12월 FOMC가 있기 때문이다. 12월 FOMC에서 경제전망과 점도표가 제시되는데, 이번에도 연준의 경제전망이 다시 상향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9월 Economic Projection에서 2023년 GDP 성장률은 2.1%, 실업률은 3.8%로 설정했다. 그런데 10월에 발표된 3분기까지 GDP 성장률이 이미 2.9%YoY를 기록했다. 물론 KB증권은 4분기부터는 경기사이클이 둔화될 것으로 보지만, 매우 큰 폭의 경기 후퇴가 아닌 이상 4분기 GDP가 2.1%까지 낮아질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올해 GDP 전망은 상향될 것이며, 이에 맞춰 내년 성장률 추정치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연준의 경제전망 패턴을 봤을 때, 올해 수치를 상향하면 그 다음해 수치도 상향 조정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2024년 성장률도 추세 이상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상향한다면, 이는 곧 파월이 ‘긴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강화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다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 시기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시기를 기다리는 전략보다는, 시그널 (금리 하락+주가 하락)을 통해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 생각한다.



2023년 3분기 GDP 성장률이 이미 2.9%YoY이기 때문에, 연준 전망처럼 4분기 GDP 성장률이 2.1%YoY가 나오긴 매우 어렵다




12월 FOMC에서는 2024년 점도표가 더 상향될 수도 있는데, 올해 금리인상 계획을 내년으로 이연시켜 유사시엔 언제든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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