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공매도=글로벌스탠다드'라던 금융위, 총선 앞두고 입장 뒤집기2023.11.05 PM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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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도 아닌데 한시 전면금지…귀 닫았던 '개미' 비판도 수용

외국자본 이탈·제도 실효적 개선 '숙제'로 남아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3.11.5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채새롬 기자 = 금융당국이 5일 '공매도 한시적 전면 금지'를 전격 발표하며 '시장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총선을 앞둔 여권의 압박에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한국 증시가 외국인·기관들의 '공매도 놀이터'가 됐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끊이지 않는 지적에도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충분한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 기간인 내년 상반기 말까지 공매도 전산 시스템 도입과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책 등 실효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도 큰 '숙제'로 남게 됐다.


◇ 공매도 한시 금지, 글로벌 IB 불법공매도 적발 발단돼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으로,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차익을 얻기 위해 활용하는 투자기법이다.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게 해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시장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불안할 때 특정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되면 주가 하락이 가속한다는 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주범 중 하나로 공매도를 꼽아왔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에 불리한 제도들 때문에 사실상 기관·외국인만 접근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 비율은 105%이고 대차 기한이 없는 반면 개인은 담보 비율이 120%이고 상환 기간이 90일로 차이가 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국내 시장에서 고의로 불법 공매도를 하다 적발된 것이 이날 공매도 금지 조치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해당 IB가 주식을 빌리지 않고 먼저 공매도를 한 뒤 나중에 차입해 수량을 채우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에 대한 '의심'이 '사실'이 확인됐다고 원성을 높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최근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여당에서도 공매도 금지에 대한 의견이 거세졌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3.11.5 jjaeck9@yna.co.kr



◇ 지난 세차례 금지와 달라…"'금융' 아닌 '정치' 영역됐다" 비판도


이번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는 이러한 여권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융이 아닌 정치 영역 이슈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공매도 전면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 등 시장 충격 상황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국내 이슈를 전면에 내건 것이다.


이는 그간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공매도 금지를 풀지 않을 경우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란 금융당국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 표심을 의식한 여권의 압박에 금융위가 기존의 논리와 입장에서 급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막판까지도 공매도 금지에 대해 신중론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당이 총선용 의제로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밀어붙이면서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앞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공매도를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발언한 데 이어 권성동 의원이 이달 1일 페이스북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여론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간사 송언석 의원이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래픽] 역대 공매도 전면 금지 사례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공매도 시스템 전면 개편 추진·해외자본 이탈 가능성도 부담


한시적 금지 기간인 내년 상반기 말까지 시장이 신뢰하고 인정할 만한 공정한 공매도 시스템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큰 과제로 남게 됐다.


금융위는 여러 차례 공매도 전산 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시스템 구현이 쉽지 않을뿐더러 사후 적발로도 충분히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미뤄왔다.


'시장 신뢰 회복'을 내걸고 공매도를 금지하는 만큼 실효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해외 기관의 반발이나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의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금융당국에 부담이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정책들을 잇따라 내왔는데 정책 신뢰성이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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