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자칫하다간 10년간 투자금 묶인다… 미술품 조각 투자 주의보2023.12.07 PM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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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현물 조각 투자’가 연내 닻을 올릴 전망이다. 조각 투자란 미술품·음악 저작권·부동산 등의 자산 소유권을 조각조각 나눠서 갖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는 자산 가치가 오르면 조각 크기만큼 수익을 얻는다.


업계에선 국내 제1호 조각 투자 기초 자산은 미술품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단 10만원으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미술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조각 투자 상품 만기는 일반 금융상품보다 길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미술품 조각 투자 계약을 맺고 나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해당 작품이 팔릴 때까지 몇 년이고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길게는 10년간 투자금이 묶이고 이자는커녕 본전도 못 건질 수도 있다.



 


그래픽=정서희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3곳(열매컴퍼니·서울옥션블루·투게더아트)이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와 앤디 워홀의 작품을 기초 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세 업체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에 걸쳐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냈다. 금감원은 기초 자산과 공모가 등이 담긴 증권신고서를 받으면 15영업일 안에 해당 신고서가 적정한지 아닌지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금감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회사는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대로 증권을 발행한다.


투자 후 작품이 언제, 얼마에 팔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미술품 조각 투자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힌다.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어 만기를 정해둔다. 열매컴퍼니는 쿠사마 야요이의 2001년 작 ‘호박’을 기초 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예정인데, 이 증권의 만기는 3년이다. 3년 안에 ‘호박’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만기를 2년 연장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의 ‘달러사인(서울옥션블루)’과 쿠사마 야요이의 2002년 작 ‘호박(투게더아트)’의 만기는 5년이다. 해당 작품이 경매 등에서 팔리지 않으면 만기를 5년 연장할 수 있다. 10년간 투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초단타 성향을 가진 개인 투자자에겐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기가 됐는데도 작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엔 플랫폼이 강제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 강제 처분 특성상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작품이 팔릴 가능성이 크다. 최장 10년간 돈이 묶이는 것에 더해 이자도 못 받고 원금까지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조각 투자 업체 관계자는 “미술품 조각 투자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매수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증권신고서를 접수한 기초 자산들은 각 플랫폼의 1호 상품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첫 번째 상품인 만큼 플랫폼들이 신경 쓴 작품인 것이다. 특히 쿠사마 야요이는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사 최고가인 76억원을 기록한 작가다. 하지만 추후 조각 투자 사업이 안정화됐을 때의 기초 자산은 현재 작 수준에 못 미칠 수 있다.


미술품 조각 투자로 투자자가 수익을 낼 방법은 딱 한 가지다. 해당 미술품이 옥션 등에서 비싼 가격에 팔릴 때다. 주식은 기업공개(IPO) 때 공모주를 청약하지 못했더라도 상장 이후에 사고팔 수 있지만, 미술품 조각 지분은 그렇지 않다. 미술품의 조각 지분을 가지려면 공모 청약에 참여해야 한다. 아무 때나 팔 수 있는 주식과 달리, 미술품 조각 지분은 만기 전 도중에 팔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미술품에 대해 조각 투자 지분을 개인 간 사고파는 ‘유통 시장’을 금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은 정기적으로 회사에 대한 공시가 올라와 발행할 때뿐만 아니라 중간에 투자하는 이도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반면, 미술품은 공시 같은 이런 부분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존 증권보다 미술품 조각 투자는 시장 초기 단계라 위험성이 커 규제를 더 조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플랫폼 회사(발행사)는 투자자보호기금을 적립해 둬야 한다. 발행사는 작품가액의 5% 이상을 별도의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발행사가 도산했을 때 작품을 대신 팔아 투자금을 배분하는 데 드는 최소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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