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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KB증권)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중동 불안2023.12.19 PM 05:52
홍해 항로가 위험해지면서 높아지는 물류 불안과 에너지 가격. 미국의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사우디와 UAE
— 홍해로 확산되는 중동 위험. 친이란 성향으로 예멘에 자리하고 있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지속.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를 지지하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선박이나 이스라엘과 관련한 선박들을 공격하겠다고 밝혔음. 그러나 홍해를 통해 이스라엘 항구를 향하는 거의 모든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황. 주요 해운사들은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선언.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와 2위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 그리고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팍로이드 등 주요 해운사들은 홍해를 통해 수에즈운하로 가는 대신 남아공의 희망봉으로 우회하겠다고 결정.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항로의 길이는 약 9,000km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해상보험 비용도 높아짐. 그러나 홍해 항로로 가는 위험이 커진 걸 반영해서 벌써 홍해 항로의 해상보험료는 전쟁 전에 비해 약 10배 상승. 영국 로이드 해상보험에 자문하는 전쟁위원회 (War Committee)가 홍해를 가장 위험한 수역으로 지정한 영향. 항로가 길어지면서 물동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선박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 이를 반영해서, 아시아-지중해 항로의 운송 비용은 지난 주에만 12%, 11월에 형성한 저점 대비 62% 상승
— 다시 떠오르는 물류 불안. 홍해를 통하는 항로는 전세계 해상물동량의 12%, 컨테이너 화물 물동량의 약 30%가 지나는 핵심 운송로. 미주 대륙의 동서를 잇는 파나마 운하가 가뭄으로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데 홍해 항로의 위험마저 높아지면서, 팬데믹 시기에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렸던 물류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 간밤에 BP가 홍해를 통한 모든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소식에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2.89달러에서 안정을 찾기 전까지 배럴당 74달러를 상회하면서 저점 대비 4.8% 오르기도 했음. 다른 에너지 기업들도 비슷한 결정을 한다면, 유가는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음.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3% 상승. 천연가스와 소비재의 물동량이 많은 시기라서,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률은 유가 상승률에 비해 컸음. 특히, 홍해 항로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유럽 국가들이 호주나 UAE에서 구입한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길이라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
— 생각이 다른 사우디와 UAE. 미국의 신속한 대응을 가로막는 요소. 선거를 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그동안 물가 수준이 높아진 탓에 유권자들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가운데 임금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실질 임금이 올라가야 물가 부담을 떨쳐낼 수 있음. 미국 원유 생산량과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하향 안정된 덕분에,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는 높아져 있음. 그러나 물류 불안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른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확률은 낮아질 것. 그만큼 미국은 이번 사안을 쉽게 여기고 있지 않은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군사력을 전개하기보다 외교를 통해 길을 찾고 있음. 문제는 후티 반군과 대척점에 있는 사우디와 UAE가 다른 방식을 추구한다는 점.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 사이의 영구 휴전 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는, 강경 대응이 후티 반군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음. 사우디가 군사력으로 중동 지역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후티 반군이 사우디 정유 시설을 공격했던 2019년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후티 반군을 공격하지만 세력을 크게 약화시키지 못한다면, 후티 반군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사우디의 걱정. 반면, UAE는 군사력을 이용해서 후티 반군을 공격해야 한다는 입장. 후티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재지정하는 것도 미국에 요청하고 있기도 함. 두 나라가 다른 생각을 가지면서, 중동 불안이 홍해로 확산될 때 미국이 에너지 가격을 신속하게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짐. 에너지 가격이 공급 문제 때문에 다시 오른다면,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잦아들면서 통화정책을 어렵게 만들 것
- KB증권 크로스에셋/해외주식 Strategist 김일혁, CFA, F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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