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회사채시장 단골손님인 2차전지 기업들... 속마음은 ‘유증 한번 하고 싶다’2024.01.21 PM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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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내달 최대 1조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준비

SK온도 하반기 회사채 시장 노크 예정

“이차전지 엮여 주가 급등... 주식시장서 자금 조달 용이” 일부는 고민 중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이차전지 기업들이 자금 조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통상 이차전지 기업은 채권시장보다 주식시장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다. 당장 현금이 돌지 않아 재무구조는 좋지 않지만, 향후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크게 뛴 탓이다.


하지만 주가가 오른 만큼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신용등급이 우량한 대기업 이차전지 기업은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나머지 기업들은 증자, 주식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분위기다. 주가 영향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쉬쉬하고 있으나 사실 적지 않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이차전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AA)은 내달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7500억원을 2·3·5년물로 나눠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초 기관의 유동성이 풍부할 때 회사채를 발행하는 ‘연초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 두 차례 회사채를 찍은 이력이 있다. 앞서 2019년 2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1조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LG화학(AA+)의 신용 보강을 받아 4%대 초반에서 결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가 관리를 위해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최근 주가가 고점 대비 40% 가까이 떨어지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큰 탓이다. 회사채를 발행하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한 만큼 애초부터 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시 LG화학 주주들이 주식가치 훼손을 이유로 물적분할을 반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자 주가가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지분 매각설로도 주가가 크게 영향받자, 교환사채(EB)로 방향을 바꿔 자금을 충당했다.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SK온(A+)도 하반기쯤 회사채 발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기에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그간 SK온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7600억원 정도다.


SK온은 아직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없지만, 설비 투자를 위해 유동성이 끊임없이 필요한 상황이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만 5조6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자본적지출(CAPEX)만 8조원이 발생했는데, 이 규모는 매년 더 커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해야 하는 합의금 1조원도 올해부터 감당해야 한다.


SK온의 유동성 확보는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에도 부담이다. SK온 역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물적분할로 한 차례 주가가 급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유상증자로 2조원을 투입하면서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만원 대로, 2021년 10월 물적분할 후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급전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첫 CP를 발행한 데 이어 점차 발행 규모를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CP는 4250억원에 달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온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적기 상환능력 우수)로 매기며 “사업 확대 과정에서 운전자금 증가, 대규모 증설 영향으로 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높은 투자 부담과 차입금 증가에 따른 중단기 재무안정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이차전지 기업은 주식 발행으로 운용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차전지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했기에 이를 활용하는 게 용이해서다. 현금흐름, 신용등급을 계산할 필요 없이 신사업 기대감을 인정받는 게 더 쉬울 수 있다.


지난해 STX, 코스모화학, 디이엔티, 원익피앤이 등이 이차전지 투자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주가가 올랐을 때 금양, 에코프로비엠은 자사주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유상증자는 주식가치 희석, 자사주 매각은 경영진의 주가 고점 판단과 유통주식 증가 등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곤 한다.


즉 이차전지 기업은 채권시장보다 주식시장에서 대체로 후한 평가를 받는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해 주식 매각, 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더 수월하다”면서도 “이차전치 업종은 채권시장에서 보는 것과 주식시장에서 보는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 사이 간극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회사채 시장을 찾으면서도 유상증자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을 내심 아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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