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황/전략] (KB증권) 2월 월간 전략 - 시장 전략2024.02.01 PM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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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전략: 저P/B의 반등은 추세가 될 수 있을까?


2월 주식비중을 소폭확대로 제시한다. 연초 한국증시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각국 통화정책의 윤곽이 잡히는 봄에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 ‘밸류업 정책’에 따라 저P/B 종목들이 강세인데, 마침 엔화와 소비 모멘텀이 기대되는 ‘저P/B 업종’이 포착된다



■ Summary


시장 전략: 시장 색깔의 바뀜에 대해서


지난 6월에도 한국증시 부진이 나타난 바 있는데, 공통점은 ‘일본증시 강세+중국증시 약세’이다. ‘엔화 약세’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부진이 해소되는 시점은 연준의 완화정책과 BOJ의 긴축정책이 겹치며 엔화약세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올해 봄이다.


최근 경제지표에는 ‘soft data’의 폭락과 ‘hard data’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중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hard’인데, 주가가 ‘hard’와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준이 ‘soft’를 따라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 언급했다는 점이다. 올해 증시가 나쁘기 힘든 조합이다.


밸류업 정책에 대해서는 ‘퀀트/이슈 분석’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다만 저P/B주 중에서 마침 매크로 모멘텀이 겹치는 업종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일부 금융 등이 여기 속한다.

 

 

- KB증권 주식 Strategist 이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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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색깔의 바뀜에 대해서


#1. 한국증시 언더퍼폼의 해소 시점: 올해 봄을 주목


새해 한국증시는 다른 국가 증시에 비해 부진한 시작을 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에 대해 지정학적 리스크, 삼성전자 실적 부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증시 부진의 원인을 딱 하나만 꼽긴 어렵다. 다만 여러 요인들 중 일본증시의 강세와 중국증시의 약세가 한국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1월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23년 6월에도 한국증시의 상대적 언더퍼폼이 비교적 강하게 나타났다. 2023년 6월의 언더퍼폼은 북한의 도발이나 실적부진과는 관련 없는 부진이었다.


이 두 번의 공통점은 두 가지가 있다. 공통점은 바로 1) 일본증시가 급등했다는 것과 2) 중국/홍콩증시가 급락했다는 점이다.

 

한국증시의 언더퍼폼은 작년 6월과 올해 1월에 반복된 현상

 


작년 6월+올해 1월 언더퍼폼의 공통점은 일본증시 강세, 중국증시 약세



최근 일본증시는 상당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일본증시는 꾸준히 상승한 것이 아니라, 두 번의 급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작년 5~6월, 2) 올해 1월이다. 이 시기는 한국증시의 언더퍼폼 시기와 일치한다.


그렇다면 일본 증시는 왜 이 시기에 강세를 보였을까? 기본적으로는 엔화 약세와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한 일본 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펀더멘탈 측면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 규모는 한국과 비교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SVB 사태로 커졌던)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뒤로 밀렸다. 그리고 6월 FOMC에서 동결되었던 연준 기준금리가 7월 FOMC에선 다시 인상될 것이란 우려로 국채금리가 다시 반등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BoJ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이던 시기이다. 우려와 달리 BoJ는 완화정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두 국가 중앙은행의 상반된 결정은 엔화가 약세 전환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는 일본증시 랠리와 한국증시 언더퍼폼을 가져왔다.


반면 두 시기 모두 중국/홍콩증시는 급락했다. 한국은 중국과 관련된 중후장대 산업의 비중이 비교적 큰 증시이며, 반면 일본은 산업 구조나 주식 롱숏 관점에서 한국과 대비되는 시장이다.

 


NIKKEI 225의 최근 2년 움직임:

계속 상승한 것이 아니라, 2번 (5~6월, 1월)에 걸쳐 급등

 



작년 6월 + 올해 1월 연준의 완화정책 기대감이 되돌려지면서 달러강세 + 엔화약세 진행



그렇다면 한국증시가 언더퍼폼 하는 현상은 언제쯤 반전을 맞게 될까? 이는 작년 12월 증시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2월 한국증시는 글로벌 증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상승을 보였던 곳 중 하나였다. 12월 중순부터 연말까지는 배당락을 지워버릴 정도로 강력한 랠리를 이어갔다. 반면 일본증시는 11~12월 거의 상승하지 못했다. 오히려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12월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대되던 시기였다. 특히 12월 FOMC에서는 예상을 깨고 금리인하가 임박했음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미국 국채금리가 급격하게 꺾여 내려갔고, 엔화는 강세 전환했다. 엔화 강세는 일본 증시의 약세를 가져왔고, 한국증시는 상대적 강세를 가져왔다.


결론적으로 한국증시의 상대적 부진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엔화 강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엔화 강세 재료가 3월 전후부터는 서서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3월 FOMC 혹은 그 이후부터 완화정책에 대한 스탠스를 정하면서 달러는 약세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일본은 춘계 임금협상에서 가능한 최대의 임금 상승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일본 내에서는 4% (작년 3.58%)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금협상 결과는 3월 15일에 집계되는데, 그러면 4월 BoJ회의에서는 정책전환이 있을 것이다. 엔화 강세 폭은 BoJ의 정책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서 그칠 것인지, 아니면 YCC (수익률곡선 컨트롤) 폐기까지 갈 것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작년 12월, 한국증시는 급등 반면 일본증시는 약보합

이는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달러약세+엔화강세가 나타났기 때문



미국-일본의 통화정책이 엔화의 방향을 바꾼다면, 업종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자동차이다. 사실 자동차는 펀더멘탈 측면에서 눈에 띄는 업종은 아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종을 연간 탑픽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엔화와 관련해서 올해 상반기에는 ‘밸류에이션’과 ‘자금흐름’ 측면에서 주목해볼 수 있다. 자동차 업종은 전통적으로 ‘엔화 강세’의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자동차 업종의 이익은 나쁘지 않았지만, 밸류에이션이 급락하며 자동차 주가는 좋지 못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의 밸류에이션은 급등했다. 레거시 자동차 (내연 기관)의 구조적 성장성 문제 때문이라면, 일본 자동차 업체만 유독 좋았던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아마도 엔화의 영향이 상당부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12월 한국 자동차 업종은 반등에 성공했는데, 같은 기간 일본 자동차 밸류에이션은 크게 하락했다. 이것 또한 12월 엔화의 강세전환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2월 정책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멘텀도 기대된다. 이 정책에는 완성차보단 부품사들이 좀 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자세한 분석은 뒤에 ‘퀀트 분석’을 참고하길 바란다.

 


내연자동차에 대한 낮은 밸류에이션 부여는 계속되겠지만,

엔화 약세에 따른 밸류에이션 압력은 다소 해소될 것

 


원엔에 따른 한국 자동차-일본 자동차 롱숏



#2. 나쁜 ‘소프트 데이터’와 좋은 ‘하드 데이터’가 만드는 강세장


연준은 3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하게 될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지금부터 살펴보자.


경제지표 중 가장 빨리 발표되는 지표는 ‘지역 연은 경기지수 (ex. Empire State Index, Philadelphia Fed Index 등)’이다. 이들 지표는 이미 1월 수치들이 발표된 상태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발표되는 지표는 ISM제조업PMI이다. 이런 지표들이 가장 먼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알려주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주목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지표들이 대규모 쇼크로 발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연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가 금융위기, 팬데믹 이후 최악인 수준으로 하락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ISM제조업지수도 계속 낮은 수준 (50 이하)에 머물고 있다. ISM지수의 조사 대상 산업들 중 업황이 ‘성장한다 (growth)’고 대답한 산업은 1개에 불과했는데, 이는 팬데믹 때보다 나쁜 것이며,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지표를 보면서 기업을 둘러싼 경기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역 연은 지수 추이: 금융위기/팬데믹 이후 최악

 



ISM제조업지수에서 산업이 ‘성장한다’는 응답은 1건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



앞선 데이터만 보고 경기가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한쪽에서의 지표들 (고용/소비/생산 등)은 대부분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Nonfarm Payrolls (고용), Retail Sales (소비), Industrial Production (생산) 등은 모두 예상보다 상당히 강한 서프라이즈였다. 특히 4분기 GDP 성장률은 예상 (2.0%)을 압도하는 3.3%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4.9%였으니, 경기는 상당히 강력한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맞는 것인가? 경기는 좋은 것인가, 아니면 나쁜 것인가?


이렇게 두 지표들이 차이 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soft data (서베이 지표) vs. hard data’의 차이이다.


1) 앞서 지역 연은 지수나 ISM제조업지수 등은 ‘서베이’를 통해 얻어낸 지표들이다. 이런 데이터들을 ‘soft data’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추가로 컨퍼런스보드 소비자 신뢰지수, 미시건대 소비자 심리지수 등도 여기에 속한다.


2) 반면 Nonfarm Payrolls (고용), Retail Sales (소비), Industrial Production (생산), GDP 성장률, 기업이익 등은 실제 경제 상황을 나타낸 지표들이며, 이런 지표를 ‘hard data’라고 부른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soft data’는 대부분 쇼크이고, ‘hard data’는 대부분 서프라이즈인 상황이다. 실제 경기에 비해 사람들의 심리가 유난히 억눌려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두 지표는 왜 디커플링 되었을까? 디커플링은 현재 경제에 어떤 현상을 낳고 있나? 그리고 투자자들은 이 두 지표 중 어떤 지표를 따라가야 할까?

 


soft data (서베이 지표)는 대규모 쇼크

hard data는 대규모 서프라이즈



먼저 왜 이런 현상 (소프트 데이터-하드 데이터 디커플링)이 나타났는지 살펴보자.


사실 사람들의 응답 (서베이)이 왜 착각을 일으키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 다만 40여년만에 처음 본 “인플레의 영향 (화폐환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례로 1966년 화폐환상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ISM제조업 지수와 같은 서베이지표는 주식시장의 반등보다 훨씬 늦게, 그리고 느리게 반등이 진행된 경험이 있다. 처음보는 인플레 상황 하에서 서베이 지표가 실제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화폐환상).


또한 인플레와 경기 사이클의 디커플링도 사람들을 혼란하게 하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익숙한 저물가 시대에는 경기 사이클과 물가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즉, 경기가 좋으면 1~2분기 시차를 두고 인플레가 상승하는 패턴이었다. 따라서 인플레 상승은 곧 경기가 좋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 경기와 인플레는 역의 관계로 변한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고물가 시대’엔 인플레가 곧 경기사이클을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인플레가 완화되어야 통화긴축이 풀리고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며 경기가 반등한다. 인플레가 반등할 때는 반대이다. 지금도 이런 현상이 목격된다. GDP 성장률은 강력하지만, 물가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건 특이한 일이 아니라, 고물가 시대에 당연한 반응이다. 이런 바뀐 매커니즘이 사람들의 응답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는 매우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은 투자자들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이다.


여기 흥미로운 지표가 하나 있다. ISM제조업지수에서 구매자들의 응답이다. 구매자들 중 자신의 산업이 “성장한다 (growth)”고 응답한 산업은 딱 1개 밖에 없었다. 이는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매우 안 좋은가?


기업 환경이 2009년만큼 나쁘다는 것에 쉽게 동의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기업실적 (EPS)은 작년 초부터 이미 1년째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맞는 것인가? 당연히 실적이 맞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가는 실적 반등을 따라 1년 넘게 반등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ISM제조업지수를 믿고 주식을 팔았다면 나쁜 투자 성과를 얻었을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구매자들의 두려움은 두 가지 결과를 낳을 것이다. 1) 경기침체/기업이익 후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재고가 낮다는 것은 이미 기업들이 혹시 다가올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하긴 어렵다. 침체는 재고가 높고 자신감이 가득할 때 시작되는 법이다. 2) 계속 낮은 재고를 끌고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신규주문도 썩 좋진 못하지만, 재고 대비로는 급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꼭 필요한 수량만 겨우 주문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기업은 재고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다. 아마도 ‘금리인하’가 그 트리거가 될 것이다. ‘금리인하’로 ‘물가/금리 안정’이 분명해지면 구매자들의 이런 심리는 바뀔 것이고, 리스탁킹은 그 때 시작될 것이다.

 




이런 혼란 속에 투자자들은 어떤 지표를 믿고 전망을 해야 할까? ‘하드 데이터와 소프트 데이터’ 중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는 매우 명확하다. 바로 ‘하드 데이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주식시장의 주가가 ‘하드 데이터’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GDP 성장률은 2022년 4분기에 바닥을 찍었고, 기업실적도 작년 1분기를 바닥으로 반등하고 있다. 각종 ‘하드 데이터’들은 대부분 1년 전에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2022년 10월을 바닥으로 반등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 데이터들은 작년 여름 전후부터 오히려 다시 하락하고 있다. 소프트 데이터를 믿고 주식을 했다면 수익률은 매우 좋지 못했을 것이다. ‘소프트 데이터’ 주가와 상관이 없이 홀로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서베이 지표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원래 같았으면 “하드 데이터만 보자”라고 말하고 끝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소프트 데이터’도 중시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바로 연준 때문이다. FOMC위원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소프트 데이터’도 중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월 18일 하커 필라델피아Fed 총재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역 정보원으로부터 수집한 일화적인 (anecdotal) 정보, 즉 ‘소프트 데이터’가 정책 입안자들이 통화 정책을 수립할 때 여전히 중요한 지침이 된다. ‘소프트 데이터’는 경제 지표에서 보이는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참 뒤까지 숫자로는 나타나지 않을 새로운 이슈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고 언급했다.


즉, 현실 세계 (증시)는 ‘하드 데이터’를 따라가고 있지만, 연준은 ‘소프트 데이터’에 비중을 두고 금리인하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서의 근거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물가이다. 연준에 정통한 WSJ ‘티미라우스 기자’나 여러 연준 위원들은 금리인하가 필요한 원인으로 ‘낮은 물가’를 들고 있다. 물가가 생각보다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인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에 불라드 (당시 세인트루이스Fed 총재)가 ‘정책금리를 7%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때 썼던 ‘(변형된 테일러 룰) 적정금리’를 봐도 알 수 있다. 물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적정금리’는 이미 기준금리를 빠르게 뚫고 내려가고 있다.


투자자들도 너무 연준의 ‘금리인하’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하드 데이터’를 보면 금리 인하가 멀어보이지만, ‘소프트 데이터’와 연준의 눈을 통해 보면 금리인하가 매우 멀진 않기 때문이다. KB증권은 3월 금리인하는 다소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연준이 매파적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한다. ‘균형 잡힌 완화 스탠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연준의 통화정책은 문제가 있으며 결국 인플레를 막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 세계는 ‘하드 데이터’를 따라가고 있는데, 연준은 화폐환상에 시달리고 있는 ‘소프트 데이터’에 따라 통화정책을 하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 경제는 완만히 반등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금리인하라는 기름을 붓는다면 경제와 증시는 좋을 것이다. 마치 2021년 파월의 ‘노숙자 텐트촌’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인플레를 잉태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고물가 시대’엔 ‘인플레와 경기사이클’이 반대로 나타난다. ‘저물가 시대’엔 ‘인플레’에 따라 통화정책을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고물가 시대’엔 그렇지 않다. ‘고물가 시대’엔 인플레와 경기가 거꾸로 나타나기 때문에 ‘인플레’가 낮아졌다고 금리를 인하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경기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상승하는데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가 과열로 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되살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연준이 60~70년대에 반복적으로 했던 실수이며, 이것을 돌려 세운 사람이 바로 ‘폴 볼커’이다. 그는 물가가 아니라 경기를 기반으로 통화정책을 펼쳤다.


어쨌든 인플레 걱정은 올해 말부터나 해야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올해 ‘하드 데이터’의 반등과 ‘소프트 데이터’로 인한 금리인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증시의 언더퍼폼과 관련지어 생각한다면, 올해 2분기쯤엔 연준과 BoJ의 통화정책이 이끄는 한국증시의 아웃퍼폼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적정금리’ 상으로도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



#3. 바뀌는 업종전략: 저P/B 주식들의 랠리에 대해서


1월 마지막주 들어 저P/B 주식들의 랠리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저평가 해소 방안’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향후 저P/B 주식들이 주도주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생각을 적겠다.


첫번째는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투자자 유입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월 넷째주에 홍콩/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로 마케팅 트립을 다녀왔는데, 이와 관련된 애기가 상당히 있었다.


먼저 말할 것은,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증시에 대한 시각’이 생각보다는 덜 비관적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증시가 ‘자체적인 매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중국증시가 워낙 믿지 못할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다. 많은 기관들이 중국증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뺀 상태인데, 이 자금을 재배분할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물론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리는 곳은 일본, 인도 혹은 대만 등인 것으로 보였다.


한국증시는 이들 국가 증시에 비해서 선호도는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비록 매력적이진 않아도 기업 건전성이나 산업 구성이 나쁘지 않고,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았다. 따라서 저평가 상태가 반전될 수 있는 이벤트에 관심이 많았다. 마침 1월 24일 정부에서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에 대한 간담회가 있었고, 여기서 언급된 다양한 방법, 특히 일본에서 증시부양책의 일환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여겨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투자자들마다 정책의 효과에 대한 생각이 달랐지만, 대체로 단기적 영향은 있을 거란 의견이 중론이었다. 게다가 연초에 워낙 한국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상대적 부진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단기 시장 움직임은 저P/B 주식들이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래 몇 가지 더 생각할 것이 있다.

 


최근 일본증시의 강세가 일본 당국의 증시 부양책 때문인지

엔화 약세에 따른 것인지 완벽하게 따로 떼어 구분하기는 어려움



둘째,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저P/B 종목에는 펀더멘탈 측면에서의 모멘텀이 존재한다. 정확히는 ‘소비주’가 그렇다. KB증권은 올해 봄부턴 ‘소비 관련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비중축소 (underweight)’에서 ‘중립 (neutral)’으로 비중을 점차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전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2 이그전, 1/4 이그전).


KB증권의 그간 탑픽은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였다. 작년 초부터 올해 초까지가 ‘실적장세 1국면’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 국면에서는 ‘경기민감주’가 강세이다. 따라서 경기민감주 중에서 업종을 선택해볼 수 있다.


우리가 택한 것은 경기민감주 중에서 ‘소비’가 아닌 ‘투자’였다. 왜냐하면 경기 사이클이 디커플링 되면서 소비 모멘텀은 하락, 투자 모멘텀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물론 레벨로 보면, 소비의 레벨이 높았고, 투자의 레벨은 낮은 상황이었지만, 모멘텀은 반대였다. 소비는 (팬데믹 당시와 비교해) 더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반대로 투자는 기업 경기 악화로 부진한 상황이었지만 AI붐 등의 영향으로 모멘텀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작년 수익률을 보면 부진했던 종목의 대부분이 ‘방어주+소비주 (B2C/완성품)’ 주식들이었다. 반면 ‘경기민감주+투자 (B2B/중간재)’는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멘텀이 바뀔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인하’가 시점이 명확해지는 봄이 되면, 소비 모멘텀이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소비 레벨은 여전히 낮겠지만, 모멘텀이 바텀 아웃할 것이란 의미이다. 한국은행과 연준 등의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부동산 경기나 소비심리의 반등이 기대되며, 그러면 소비 경기도 최악을 지날 것이다.

 



수익률 하위: ‘방어주+소비주 (B2C/완성품)’

수익률 상위: ‘경기민감주+투자 (B2B/중간재)’



일부에선 저축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것은 틀린 것이다. 화폐의 예비적 동기’에 따르면, 저축률이 높아지는 것은 소비여력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 (불안)란 의미이다. 반대로 저축률이 하락하는 것은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경기에 자신감을 보여 소비를 늘릴 것이란 의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업종의 상당부분은 ‘소비재’와 겹친다. 따라서 경기 모멘텀의 변화에 정부 정책의 출현은 주가에 플러스를 더하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저P/B+소비주’ 중에서도 ‘경기방어 소비주’보다는 ‘경기민감 소비주’에 좀 더 관심이 간다. ‘저P/B+소비+경기민감’으로는 ‘금융, 자동차/가전, 게임, 의류’ 등의 업종이 있다.

 

화폐의 예비적 동기 가설에 따르면, 저축률이 상승하면 소비여력이 큰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리볼빙 규모 역시 마찬가지로 경기침체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감소

따라서 2023년 피크아웃한 소비는 금리인하를 계기로 바닥을 잡아갈 것으로 전망



또한 초대형 섹터인 ‘반도체’ 내에서도 작은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반도체에 대해서는 아래 그래프로 많이 설명했는데, 봄 이후엔 아웃퍼폼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적장세 1국면→2국면 이동). 그리고 그동안은 반도체업종 내에서 ‘SK하이닉스’를 좀 더 선호해왔다. ‘투자’와 관련된 HBM의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클이 변한다면, 봄 이후엔 오히려 ‘삼성전자’가 나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는 ‘모바일폰, 가전, 낸드 플래시 등’ 좀 더 소비에 가까운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올해 반도체 업황은 좋을 것으로 보지만,

주가의 아웃퍼폼 정도는 봄 이후 둔화될 것으로 전망

 





결론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너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수급적으로나 한국증시의 체질 개선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일부 있을 것이다.


다만 탑다운 입장에서 ‘정책’보단 ‘매크로 환경’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일본의 사례에서도 분명 ‘증시 부양책’이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이 정책만으로 일본증시가 랠리하고 저P/B주가 강세였는지는 모호하다 (자세한 사항은 ‘이슈 분석’ 참조). 그동안 여러 이유로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이 ‘정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바뀔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저P/B주에서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 ‘저P/B주’ 중엔 엔화 강세, 소비 바닥 등의 모멘텀이 있는 업종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정책+매크로 모멘텀’을 함께 가진 업종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당장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이 생각지 못했던 아주 강력하고 거대한 변화를 만드는 것만 아니라면, ‘실적장세 2국면’에서 강한 ‘주도주 랠리’가 여전히 올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업종이 여기에 속할지는 올해 계속 자료를 시리즈로 낼 생각인데, 지금까지 낸 자료는 ‘삼성그룹주’와 ‘우주항공’이다.

 


올해 초 이후 실적장세 2국면으로 이동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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