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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설적 투자가에게서 배우는 성공투자법 | 양날의 칼인 차트(기술적 분석) 활용법2024.02.09 PM 11:20
글 : 전영수 경제 칼럼니스트, 한양대 연구교수
수급상황 체크 때 차트는 필수다. 수급은 모든 재료에 앞선다고 한다. 제아무리 우량주라도 사려는 이가 없으면 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투자자라면 수급신호를 반드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작전세력의 비밀스런 움직임도 차트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이때 차트는 경쟁자의 생각과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주가 예측은 증권가의 최대 화두다. 그만큼 풀기 힘든 난제다. 다가올 시점의 주가를 예상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지금도 수 많은 이들이 비법 모색에 사활을 건다. 아쉽게도 그게 쉽지 않다. 딱히 주가 모델이란 말을 하기 힘들만큼 중장기적인 설명력을 지닌 예측 도구가 없어서다. 그나마 소수의 걸출한 선각자들이 고심 끝에 산물을 내놨다. 완벽하지 않지만, 잘만 활용하면 없는 것보다는 나은 몇몇의 예측 모형이다. 미약하나마 등불 역할은 할 수 있어 고무적이다. 차트 독해를 활용해 미래 진단을 하는 이른바 차티스트의 등장이다. 그러나 차트에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전적으로 과거 흐름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제도권이나 혹은 펀더멘털(내재가치)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어불성설’로 이해된다.
차트(기술적 분석)를 둘러싼 인식은 극과 극이다. ‘차트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불가론이 많은 가운데 ‘차트 없는 투자는 필패의 첩경’이라는 추종파도 적잖다. 제도권 전문가들은 대개 ‘차트무용론’을 외치는 가운데 재야 고수로 일컬어지는 전업투자자들은 ‘차트불패론’을 주장하곤 한다.
월가도 마찬가지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벤저민 그레이엄 등 내로라하는 투자 고수들은 차트 분석에 부정적인 반면, 알렉산더 엘더, 니콜라스 다비스, 제시 리비모어 등 개인투자자 출신의 베테랑들은 내재가치 평가만큼 차트 분석을 중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트에 의존하려면 이를 철두철미하게 이해해야 하는데, 제대로 모르고 쓰면 백해무익이라는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의존은 절대 금물이다.
워렌 버핏은 초보 시절 차트 분석으로 주식을 매매했다. 하지만 수익은 낼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가치투자(내재가치 분석)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도 차트 분석의 비효율성을 직접 경험한 결과다. 그는 “차트를 뒤집어 봐도 결국 똑같은 답이 나오는 걸 보고, 기술적 분석이 효과 없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앙드레 코스툴라니는 좀 더 직설적으로 차트 의존을 질타한다. 그는 “차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로 게임하는 룰렛 도박꾼들과 다를 바 없는 미치광이”라고 했다. 과거와 오늘은 차트로 해석되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존 보글도 거든다. 그는 “과거 자료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건 백미러만 보고 오토바이를 모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반론도 거세다. ‘CANSLIM’ 모델 창시자인 윌리엄 오닐은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로 “주가 차트가 훌륭한 주식을 발견하고, 적절한 매매 타이밍을 찾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그림 한 장은 수천 마디 말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가급적 차트에 익숙해지는 게 좋다”고 가르친다. 그는 차트 회의론자들의 가장 큰 실수가 이해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의사가 X레이나 MRI를 사용하듯 되풀이되는 역사흐름 속에서 성공적인 주가 패턴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인간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차트 패턴은 중대한 힌트가 된다는 의미다. 월가가 낳은 3대 개인투자자인 제시 리버모어, 니콜라스 다비스, 알렉산더 엘더는 후배 개인 투자자들에게 보다 실리적인 차트 활용법을 권한다. 신고가주 따라잡기의 명인인 제시 리버모어는 “자신만의 기록과 분석을 통해 정확성이 높은 투자법을 만들라”고 했다. 박스이론을 만든 니콜라스 다비스는 “차트 움직임을 보되 철저히 수익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에 한해 매매하라”며 “그러자면 20년 이상의 분석기간(종목보다 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의 테크니션(기술적) 투자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엘더의 조언은 더 구체적이다. 그의 조언을 들어보자.
“기업 분석만큼 차트 분석도 중요해요. 엉뚱한 기업을 분석해 봐야 불확실성만 커지듯 경쟁자의 움직임과 심리상태를 모르고 매매해도 곤란하죠. 미래는 예측할 수도 없거니와 할 이유도 없습니다. 대신 불특정 다수인 경쟁자와 시장심리를 체크하세요. 주가란 결국 수급에 따라 결정되게 마련입니다. 누가 얼마만큼 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 그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파악하는 걸로 충분해요. 차트란 시세가 그리는 발자취를 끊임없이 기록한 겁니다. 역사는 반복하죠. 만능 차트는 없지만, 도움은 됩니다. 차트는 내부자를 포함한 시장참가자들의 행동을 반영해요. 그들은 차트에 자신들의 행적을 다른 사람들처럼 남길 수밖에 없죠. 때문에 차트를 통해 추세를 읽을 수 있습니다. 타이밍은 돈이에요. 약간의 테크니컬 분석으로 이후 움직임을 예측할 수도 있죠. 차트라면 무시하는 사람이 많지만, 장래 움직임을 읽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까지 무시할 수는 없어요.”
어설프게 아는 것은 백해무익
그럼에도 아마추어라면 신중한 차트 활용이 필수다. 차트는 참고서지 답안지는 아니다. 차트를 근거로 한 주가와 매매 타이밍 전망은 가정에 불과하다. 일시・심리적인 변곡점은 나오겠지만, 이것도 어쨌든 참고지표일 뿐이다. 차트는 과거를 분석한 것이지 미래를 예측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 일관성이 있었다 해도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맹신해선 곤란하다. 차트 따라 매매했다가 낭패당한 투자자도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늘 노출되는 차트를 맹신하면 오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잘 알려질수록 설명력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가령 저항선을 돌파하면 매수신호라던 다우이론도 과거엔 맞았지만, 요즘은 오락가락한다. 모든 차트가 다 그렇다. 참여자가 늘고 규모가 커지면 틀릴 확률이 높아진다. 모두가 아는 건 더 이상 비기가 아니다. 작전세력의 도구로 전락할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차트 분석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수급상황 체크 때 차트는 필수다. 수급은 모든 재료에 앞선다고 한다. 제아무리 우량주라도 사려는 이가 없으면 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투자자라면 수급신호를 반드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작전세력의 비밀스런 움직임도 차트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이때 차트는 경쟁자의 생각과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자의적인 독선과 아집보다는 객관적인 차트의 신뢰성이 높다.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서도 곤란하다. 차트를 무조건 무시하는 건 일종의 지적 허영심이다. 다수 투자자의 생각을 읽는 유용한 도구로 옆에 두고 살피는 건 괜찮다. 안 보는 것보다 보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차트를 다 챙길 필요까진 없다. 초보에게 차트는 어렵다. 다 챙기려다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몇 가지 차트 지표만 봐도 충분하다. 차트의 착시현상을 막자면 2~3개 좋아하는 차트 지표를 고른 후 해석 능력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더불어 차트 분석기간이 길수록 오류는 줄어든다. 적어도 6개월 정도는 필요하다.
차트 분석은 신중할수록 좋다. 강조컨대 차트는 절대적인 매매기준이 아니다. 수익확대를 위한 공격무기라기보다는 손실보전에 목적을 둔 방어무기로 생각하는 신중한 접근이 좋다. 주식은 포커게임과 비슷해 자기 패만 좋다고 이길 수는 없다. 고수들이 늘 강조하듯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심리가 90%요, 기법과 기교는 10%에 불과하다. 실패하는 케이스는 대부분 차트에 너무 의존적이다. 분석기준과 해석능력이 없으면서 차트로만 풀려고 하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차트는 절대 완벽하지 않으며, 결정적인 지표가 아니다. 양날의 칼처럼 적을 베려다 본인이 베일 수도 있다. 결국 철저한 공부가 선행조건이다. 어떤 차트를 볼지는 개인의 취향문제다. 차트를 잘 챙겨 보지 않지만, 월가 고수 대부분이 차트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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