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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기술] 트럼프 '국방비 증액 약속 어긴 나토국...러에 공격하라 부추길 것'2024.02.11 PM 09:02
한 NATO 정상이 “불이행했다면, 러시아 공격 받아도 방어 안 해주나” 묻자
트럼프 “방어하지 않고,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겠소”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콘웨이의 코스털 캐롤라이나대에서 열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재직 시절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하겠다는 약속을 불이행하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에겐 “러시아에게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부추기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은 상호 방위 조약의 의무가 있는 회원국에게 트럼프가 이렇게 말했었다고 공개하자, “끔찍하고 정신 나간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ㆍ재정 지원과, 유럽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회의(懷疑)를 계속 제기했었다.
2019년 12월 4일 영국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가 당시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얘기하고 있다. 나토와 같은 집단 방어동맹의 필요성에 회의를 품은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 동맹국들도 향후 대미 관계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트럼프는 10일 유세에서 과거 자신이 미 대통령 재직 때 열렸던 한 나토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다른 정상들에게 자신이 이끄는 미국은 “의무불이행국(delinquent)”을 보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언급한 이 발언은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한 큰 나라의 정상 중 한 명이 일어서더니 ‘그럼 우리가 돈을 내지 않았는데[국방비 증액하지 않았는데]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다고 한다면, 미국은 우리를 방어하겠소?’라고 물었다”며, “그래서 내가 ‘당신네 나라, 돈을 내지 않았소? 불이행이오?”라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 정상이 “그렇다고 가정해 봅시다”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그렇다면, 우리는 당신 나라를 보호하지 않겠소. 오히려 그들[러시아]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부추기겠소(encourage). 돈을 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 계산서를 반드시 지불해야 합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의 이 발언에 대해 “살인적인 정권들에게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들을 침략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것으로, 이는 미국의 안보와 글로벌 안정성, 미국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도 자신이 미국을 이끌면 나토 조약의 약속을 포기하고,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국방비를 쓰는 나라만 방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나토 각국의 GDP 2% 국방예산 집행은 2006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2024년까지 이뤄야 할 최소 조건”으로 설정된 가이드라인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나토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해, 현재는 미국ㆍ영국ㆍ폴란드ㆍ그리스ㆍ에스토니아ㆍ핀란드ㆍ헝가리 등 11개국의 국방 예산이 GDP의 2%를 넘어섰다. 작년 7월 조사에선 전체 회원국의 절반 가량이 2%를 넘거나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이 무장 공격을 당하면, 이는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이 회원국을 지원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방비 증액을 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선 이 ‘나토 조약 5조’를 이행하지 않을 뿐더러,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겠다고 말한 것이다.
나토가 1949년 4월 출범한 이래 5조가 발동된 것은 미국이 2001년 9ㆍ11 테러를 당한 다음날인 9월12일뿐이었다.
워싱턴 DC 소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소장인 알리나 폴랴코바는 워싱턴포스트에 “나토는 트럼프가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내야만 작동하는 장치가 아니다. 이 동맹은 무엇보다도, 유럽에서 또 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의 안보 이익과 관련된 동맹”이며, “지금까지 5조가 발동된 것은 9ㆍ11에 대한 집단 행동으로, 당시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도왔던 것을 고려하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토의 목적과 존치 이유에 대한 회의를 계속 드러냈다. 대통령 재직 중이었던 2017년 5월에는 한 동안 나토 조약 5조의 이행을 재확인하기를 거부했다. 2019년에는 나토에서 탈퇴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대니얼 프리드 전 미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는 미국이 순수하게 파워(pure power)로 다른 나라들을 협박할 수 있는 세계를 선호하는 듯하나, 이런 세계에선 우리가 그들을 원할 때 그들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트럼프 발언은 나토에 대해 그가 품은 근본적인 회의론과, 나토 동맹국들에게 군사비 증액을 압박하려는 전술 모두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는 2022년 4월 미국의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주최의 한 연설에서도 이 대화를 소개했다. 그때는 “러시아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부추기겠다”는 말은 없었다.
트럼프는 헤리티지 연설에서 “한 나라 정상이 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로부터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묻길래 “바로 그 뜻”이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아, 그 뜻은 아니오’라고 답했으면, 그들이 군사비를 더 지출하겠느냐”고 말했다. 트럼프는 작년 한 연설에선 자신이 이런 위협을 해서, 나토에서 “수천억 달러의 국방비 증액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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