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 기술] AI 민족주의 시대가 온다 (The Economist)2024.02.21 PM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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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이후 세계 각국은 자국만의 LLM 모델과 AI 기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주요국가의 정부들은 반도체 공장 건설, GPU 조달, AI 기업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AI에 대한 민간 투자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지역이다. 정부는 첨단 기술 보호와 반도체 생산 자립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국과 중동은 정부 주도의 AI 정책이 핵심이다. 중국 정부는 ‘인도기금(guidance fund)’를 통해 AI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가데이터국’을 신설하고 데이터 교환소를 설치해 AI 연구에 필수적인 데이터의 공유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중동도 국가가 나서 GPU 조달과 연구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유럽과 인도는 미국과 중국 두 지역의 정책을 모두 닮아있다. 제조업의 자립화에 정부가 힘쓰는 동시에 공공 데이터의 민간 사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AI 민족주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모습을 변혁시킬 기술에 국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국방, 금융, 의료 등의 분야는 AI 활용이 기대되는 동시에 해외 AI 모델 적용이 꺼려지는 핵심 분야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AI의 국가 경쟁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민족주의 시대


ChatGPT의 뒤를 잇는 AI 모델이 세계 각국에서 발표되고 있다. 2023년 11월 출범한 UAE 정부 주도의 AI 기업 AI71은 자체 개발 LLM(Large Language Model)인 ‘Falcon’을 상용화했다. 기업가치 20억달러에 달하는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Mistral’은 최근 4억달러의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인도 스타트업 Krutrim은 23년 12월, 인도 최초의 다언어 LLM을 공개했다. 또다른 인도의 스타트업 Sarvam도 같은 달 힌디어 기반 LLM 구축을 위해 4,1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자국의 AI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활발하다. 2023년 미국과 중국 정부는 각각 400~500억달러의 AI 산업 지원을 공언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6개 국가는 AI에 총 400억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과 GPU 구매, AI 기업 직접 지원 등에 지원금이 투입될 계획이다.





미국: 반도체 생산과 첨단 기술 보호 집중


미국은 정부의 개입 없이도 민간 부문의 AI 연구 및 사업화가 가장 활발한 국가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AI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대신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5년에 걸쳐 52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 내 선단 공정과 레거시 공정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보조금, 대출, 대출보증 등의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다른 한편 중국 등 경쟁국 견제를 목적으로 반도체 수출 규제를 펼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첨단 반도체 및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와 같은 AI 가속기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며 적국의 AI 역량 확보를 제한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2023년 10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중국 외 국가에도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할 때 승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해당 규제는 ‘승인추정원칙(presumption of approval)’에 의거해 중국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판매가 대체로 허용되는 방식이다. 해당 조치 이후 AI 스타트업 G42의 CEO Xiao Peng은 화웨이 등 중국업체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월, 미국 정부는 중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벤처투자펀드의 미국 내 AI 스타트업 투자를 제한했다. 아람코가 설립한 VC인 ‘Prosperty7 Ventures’는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감사를 받고 AI 스타트업 ‘레인AI’의 지분을 전략 매각했다. 첨단 AI 기술에 대한 미국의 보호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중국과 중동: 정부 주도 지원


중국의 AI 전략은 대체로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한 대응책에 가깝다. JW Insights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1~2022년 반도체 자립을 위해 3,000억달러를 지출했다. 해당 지원책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은 Huawei와 SMIC이다. 이들은 지난해 높은 수준의 GPU와 스마트폰 AP를 공개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정부 인도기금(guidance fund)’을 통해 AI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천여 개에 달하는 해당 기금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 분야에 지원된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민간 자본에 대해서도 기술의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처를 유도한다.


중국 정부는 2023년 11월 국가데이터국을 신설해 데이터 교환을 촉진하고 있다. 판매량, 생산량 등 사업 운영에 핵심적인 데이터의 교환을 장려해 규모가 작은 기업도 데이터가 중요한 AI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게끔 하는 의도다. 현재 중국에는 80개 이상의 데이터 거래소가 운영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서도 중국과 같은 정부 주도 AI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도 강력한 왕권이 유지되고 있어 민주주의 국가보다 빠른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 현재는 풍부한 국가 재정을 바탕으로 AI 역량을 위한 필수 자원인 GPU와 에너지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한편 이들은 인적 자본 육성에도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대학들의 글로벌 대학 순위는 빠르게 상승 중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교,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AI대학교(MBZUAI; Mohamed bin Zayed University of Artificial Intelligence)는 미국 유수 대학의 유명 교수진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또한 MBZUAI 대부분의 졸업생이 현지 기업 및 연구실에서 일하며 자국의 AI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GPU, 에너지, 그리고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AI71이 개발한 ‘Falcon’의 성능은 Meta의 Llama 2의 성능과 견줄 수준으로 밝혀졌다. AI71은 건강·교육 분야의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여 오픈 소스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추후에는 원유 데이터까지 포함될 모델 학습에 사용될 전망이다.





유럽과 인도: 중국과 미국 사이


유럽은 미국과 중국, 중동의 전략이 혼합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U는 미국과 유사한 반도체 생산 보조금 정책을 운영 중이다. 독일은 인텔의 신공장 건설 비용 300억유로 중 3분의 1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5년에 걸쳐 AI와 슈퍼컴퓨팅에 1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도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 제조업 진흥책을 추진 중이다. 외국 클라우드 업체들의 데이터센터를 인도 내에 유치하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측면은 중국과 중동의 정책에 가까운 모습이다. 영국 정부는 기업들이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인도 정부 또한 ‘India Stack’ 이라는 공공 서비스 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인도의 AI 산업 관계자들은 해당 공공 데이터를 자체 AI 모델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민족주의는 당분간 지속


AI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VC Air Street Capital의 Nathan Benaich는 자국의 LLM을 구축하려는 각국의 시도들이 대부분 돈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인도의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현지 언어용 LLM은 미국 등에서 개발한 다언어 LLM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점차 개발에 대한 명분을 잃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각 국가들의 육성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같이 사회 모습을 크게 변혁시킬 새로운 기술에는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국방, 금융, 의료 등 민감한 분야에서는 해외 AI 모델의 사용이 보안에 대해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AI 영역의 향후 국가별 경쟁력 변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문: Welcome to the era of AI nationalism (The Economist)

 

 

- 메리츠증권 김동관 연구원 -

 

댓글 : 2 개
한국에서는 하고있는게 어떤게 있을까요? 삼성이 AI반도체 만든다는것 말고는 본적이 없는데
기사를 검색해보니 R&D 예산 삭감이나 반도체 기반 시설 예산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많네요.
그나마 긍정적인 건 반도체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 연장이 예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정부보다는 기업이 주도하는 분위기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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