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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기술] 아이디어만 있으면…누구나 창작자 시대 열린다2024.02.29 PM 08:31
[WEEKLY BIZ] [Biz Pick] 2030년쯤 크리에이터 시장 규모, 1000억달러 육박할 듯
빨간 원피스에 검은 가죽 재킷 차림의 동양 여성이 네온사인 가득한 도쿄 밤거리를 걷는 1분짜리 영상이 최근 공개되자 세계가 경악했다. 마치 경험 많은 카메라 감독이 실제 도쿄 거리에 나가 찍은 것 같은 이 영상은, 사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소라(Sora)’라는 이름의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명령어 몇 줄을 해석해 뚝딱 만들어낸 동영상이었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크리에이터(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AI 시장 규모가 2030년 1000억달러(약 13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7억5000만달러에서 2030년 994억8000만달러까지 다섯 배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24 정보 통신 기술(ICT) 10대 이슈’에서도 ‘AI 날개를 단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등장했다.
그래픽=김의균
◇속속 등장하는 AI 창작 도구들
이미 국내외에선 작문과 드로잉, 작곡 등 온갖 창작 활동을 도와주는 AI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밑그림에 자동으로 색깔을 칠해주는 ‘웹툰 AI 페인터’를 내놓았다. 창작자가 색을 선택해 원하는 곳에 터치만 하면 AI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하고 스케치 맥락에 맞게 자동으로 색을 입혀준다. 그간 수작업으로 했던 채색 작업의 노고를 크게 줄여주는 셈이다. 네이버웹툰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웹툰을 그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작업 효율을 높여주는 각종 AI 도구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AI 스타트업 라이너는 이용자가 작성한 글을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이미지 생성 에이전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이미지가 생성된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제안해 주는 게 특징이다. 가령 창작자가 ‘신입 사원 모집 포스터’라는 명령어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면, 이후 AI가 알아서 ‘동작을 더 역동적으로 바꿔주세요’ ‘사무실 분위기를 밝게 바꿔주세요’ 등과 같이 제안하는 식이다. AI가 아이디어를 추가해 창작 활동을 돕는 셈이다.
음악 산업에서도 AI 창작 시대가 시작됐다. KT의 자회사 지니뮤직은 올해 상반기 중 AI 작곡·편곡 서비스인 ‘지니리라’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음원 파일을 업로드하면 AI가 음원의 악보를 제작해 주고, 이용자는 완성된 악보에서 음표를 원하는 대로 바꾸며 편곡할 수 있다.
15일(현지 시각)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소라’가 만들어낸 동영상들. 각각 AI에 ‘잘 차려입은 여성이 불빛이 가득한 도쿄 거리를 거닐고 있다’(위), ‘털이 북슬북슬한 몬스터가 촛불을 구경하는 3D 애니메이션’(가운데), ‘우주비행사가 소금 사막을 거닐고 있는 모습을 35㎜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의 예고편’(아래)이라는 명령어를 넣어 나온 결과물이다. /오픈AI
◇저작권 침해, AI발 해고 등 논란도
하지만 밀물처럼 몰려오는 AI 콘텐츠 시대를 맞아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를 생성하고, 글을 작성하는 식의 AI 창작 활동이 기존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이슈가 불거지는 것이다. AI 기술 때문에 기존 인력이 대거 해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주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모여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해 5월 배우와 작가 등이 수개월간 ‘AI 도입 반대’를 주장하며 길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1960년 이후 63년 만에 배우와 작가들이 공동 파업에 나설 만큼, 현업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창의력만 있으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버추얼(가상) 유튜버, 메타버스 인플루언서 등 새로운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유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AI를 활용한 저작물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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