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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전쟁 끝나지도 않았는데…‘마셜플랜 5배’ 우크라이나 재건에 글로벌 기업들 경쟁 채비2024.03.10 PM 09:05
유럽투자은행, 재건액 1조 달러 이상 추정
튀르키예·독일·오스트리아 등 자리 선점 나서
한국도 작년 말 철도 MOU 맺어
EU 지원 패키지 방해 헝가리도 기업은 사업기회 모색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오리히우의 폐허에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국기가 꽂혀 있다. 오리히우(우크라이나)/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전 세계 기업들은 재건 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전후 재건이 예상됨에 따라 기업들은 서둘러 우크라이나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각국 정부와 기업 경영진, 투자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유럽투자은행이 평가한 우크라이나 재건 목적의 공공·민간자본이 1조 달러(약 1320조 원)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전 이후 유럽 산업을 재건한 미국의 마셜플랜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다.
이미 기업들은 자리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 기업들은 미래에 고액의 인프라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대비해 현재 우크라이나 교량과 도로를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발전기와 이동식 병원도 제공하는 중이다. 튀르키예 대표 발전 업체인 악사파워제너레이션은 지난해 11월 재건 전담 관리자를 키이우에 파견하기도 했다. 악사 현지 관리자는 “모두가 이곳에서 자신들의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며 “나는 미리 이곳에 온 사람들의 중심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까지 나서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메르 볼라트 튀르키예 무역장관은 연초 “튀르키예 건설업체들은 2년간 우크라이나에서 약 10억 달러 규모의 70개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날레나 베어보크(가운데) 독일 외무장관과 비탈리 킴(왼쪽)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주지사가 지난달 25일 전후 재건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미콜라이우(우크라이나)/AFP연합뉴스
독일과 오스트리아 기업들은 인프라와 국방 분야에서 벤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독일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움직이며 우크라이나 재건 효과의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방산 대기업 라인메탈은 포탄 지원을 약속한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달 155mm 포탄을 생산을 위한 현지 벤처기업 설립 계획안을 발표했다. 건축자재 제조업체 픽시트는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서부에 새로운 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화학 업체 바이엘은 종자 생산에 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철도공단 관계자들이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와 철도 재건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지 철도차량 제작과 유지보수 등은 현대로템이 맡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튀르키예 건설사 오누르그룹과 협력해 현지에 이동식 병원을 짓고 있다.
지난달까지 유럽연합(EU)의 500억 유로(약 72조 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에 제동을 걸었던 헝가리에서조차 재건으로 이익을 기대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헝가리 엔지니어링 기업인 간츠웍스는 최근 스페인 열차 제조업체 탈고를 인수하고자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목적에는 우크라이나 재건이 시작하면 향후 동유럽 열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대비하려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덴마크 정부는 미콜라이우 조선소 허브를 재건하는데 지금까지 1억3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다만 본격적인 재건은 사실상 전쟁이 끝난 뒤에나 가능한 만큼 아직 머나먼 이야기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가 러시아군에 점령된 만큼 전쟁이 어떤 상태로 끝날지도 주요 변수다. 370만 명의 국내 실향민과 650만 명의 국외 난민이 언제, 어느 지역으로 돌아오는지 역시 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스타파 나옘 우크라이나 재건청장은 “재건 성공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인내심과 러시아의 평화협정 준수가 필요하다”며 “영토를 회복하려면 분명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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