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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레딧·도지코인’ 돌아온 밈 투자 열풍... '높은 변동성 조심해야'2024.03.28 PM 09:52
상장 후 며칠째 상승가도 달리는 레딧·트루스소셜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밈 코인이 급등 중
“개인들이 주도하는 밈 투자, 정작 큰 손들은 공매도”
밈 주식이 돌아왔다. ‘미국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성지’로 불리는 레딧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이 연이어 상장한 뒤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밈 주식은 회사의 가치가 아닌 소문으로 인기를 얻은 주식들인데, 재무상태나 실적과 상관없이 폭등하는 경우가 많다.
밈 주식과 함께 대표적인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코인 시장도 활기를 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급등하면서 그간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개당 1억원을 돌파했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이미 코스피의 2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밈 투자는 종잣돈이 적은 젊은 층이 주도 하고 있는데, 실질적 가치가 없거나 재무상태가 불량한 주식들은 하루아침에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된 레딧. /연합뉴스
◇500억 넘는 적자에 순이익 한번 낸 적 없어도 급등하는 밈 주식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운영하는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DJT)은 SPAC회사인 DWA와 합병 후 상장한 거래 첫 날인 전날, 16.1% 오른 57.99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장 중에 50% 이상 폭등하기도 한 데 이어 이날도 14.2% 상승한 66.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루스소셜은 첫 9개월간 340만달러(약 45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반면 이 기간 동안 4900만달러(약 658억8500만원)의 엄청난 적자를 냈고 타 SNS대비 이용자도 현저히 적은 소셜미디어다. 다만 일부에서는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 자신의 소통수단으로 트루스소셜을 활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유 있는 베팅이라는 항변도 나온다.
지난 21일 상장 이후 연일 폭등했던 레딧은 이날 11.30% 폭락한 57.75달러를 기록했다. 레딧은 상장 직후 약 90% 폭등하면서 최근 밈 주식의 선봉장으로 불린다. 이후 레딧은 연일 급등해 전일에는 65.11달러까지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레딧의 폭락은 레딧의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대거 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레딧은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미국 최대의 증권방으로 꼽힌다. 상장 후 폭등한 주가와 반대로 레딧은 2005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지난해 레딧은 8억400만달러(1조700억원)의 매출액을 거뒀지만, 9080만달러(1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업계도 간만의 ‘불장’에 들썩이고 있는데, 특히 코인 시장 내에서도 밈 코인이 유행하고 있다. 밈 코인의 대표주자인 도지코인은 지난달 약 110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같은 달 22일부터 급등해 2주 만에 243원을 돌파했다. 비슷한 기간 시바이누, 페페, 플로키, 도그위햇 등 유명 밈 코인들의 가격도 400%부터 최대 1000%까지 뛰었다. 밈 코인으로 불리는 이 암호화폐들은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도지코인은 2013년 미국의 프로그래머들이 비트코인 현상을 풍자하려고 만들어낸 암호화폐인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차례 언급하면서 급등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루스소셜의 주가가 급등한 모습. /연합뉴스
◇원조격 밈 주식 BB&B는 파산, 게임스톱은 폭락...“개미투자자들만 피볼 수 있어”
월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밈 주식의 과도한 변동성을 주의해야한다고 경고한다. 밈 주식의 주가는 말 그대로 온라인 상에서 입소문으로 끌어올려지기 때문에, 회사의 안정성과 미래가치가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밈 주식은 투자금이 적은 젊은 층과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사모으는데, 정작 투자금이 넉넉한 큰 손들은 이를 이용한 반대매매를 하면서 개인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DWAC나 트럼프 미디어의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올해 5월 중순까지 보유 주식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트럼프 미디어가 이처럼 높은 가격에 계속 거래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주식을 공매도하거나 반대 베팅을 했다”고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26일 야후파이낸스는 트루스소셜의 폭락을 경고했다. 트루스소셜의 상당 지분을 쥐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걸려있는 소송 자금을 위해 급등한 주식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루스소셜을 우회상장하기 위해 합병계약을 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분에 대해서는 현재 6개월의 주식매도 금지기간이 걸려있지만, 친(親)트럼프인 이사회가 유예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지난 밈 주식 열풍의 대장이었던 베드배스앤비욘드(BB&B)는 지난해 6월 결국 파산했다. BB&B는 폐지 전까지 수차례 주가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다. 회사 규모를 키우고 다각화하는데 집중했으나 전자상거래 부문을 잡지 못하고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팬데믹 이후 미국인들의 소비 축소 및 소비 행태 변화로 타격을 받고 결국 파산하게 됐다.
BB&B와 함께 원조격 밈 주식으로 꼽히는 게임스톱도 밈 투자의 말로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스톱은 지난 25일 레딧열풍과 함께 15% 올랐으나 26일 장 마감 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27일 15.03% 폭락한 13.17달러를 기록했다. 게임스톱 측은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 심화 및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 속에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22억30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17억9000만 달러에 그쳤고, 비용 절감을 위한 해고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기존 밈 주식이 자리를 내주고 트루스소셜 새로운 밈 주식이 되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한 기존의 밈 주식들이 어떻게 붕괴되었는지를 기억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전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영국 재정청(FCA)은 밈을 통한 금융 마케팅 활동을 규제 적용대상으로 규명하며 “핀플루언서(금융 인플루언서)는 암호화폐를 포함한 모든 금융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광고를 게시하기 전 FCA지정 대리인의 승인을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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