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퀀트] (KB Quant) [한국주식 심리보고서] 마음은 수급으로 말한다2024.03.30 PM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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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ecutive Summary


인간은 ‘불안’을 싫어한다. 심리학에서는 인간 행동 중 많은 부분이 불안으로 설명된다. 불안을 감소시키고 싶은 정서가 자세한 이유인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투자를 하는 이유도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을 탈출하기 위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불안은 본성측면의 공통된 이유이고, 사람마다 투자를 하는 ‘동기’는 다르다.


누군가는 ‘집을 사고 싶다’거나 ‘몇 살 전에 얼마를 모으고 싶다’는 등 ‘이뤄내는 방향’의 목표를 갖고 투자에 임한다. 또 어떤 이들은 ‘늙어서 가난하고 싶지 않아서’, ‘지긋지긋한 회사 탈출하려고’ 등 ‘피하는 방향’의 목표가 동기일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뤄내는 방향의 동기를 ‘접근동기’, 피하는 방향의 동기를 ‘회피동기’로 부른다. 주어진 일의 목표와 성격에 따라 접근동기가 좋은 성과를 낼 때도 있고, 회피동기가 좋은 성과를 낼 때도 있다. 창의성이 필요하고 먼 미래에 성과를 내야 하는 일에는 접근동기가 맞지만, 디테일이 중요하고 실수를 줄여야 하거나 단기성과가 중요한 일은 회피동기를 부여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심리학용어 ‘동기’를 꺼낸 이유는 주가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격은 위험선호라고 부르는 ‘심리’의 함수이며, 심리는 수급의 형태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형태는 동기에 따라 달라진다. 동기가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이 수급에서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수급데이터를 잘 관찰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동기를 갖고 주식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3대 주체인 개인, 기관, 외국인은 어떤 마음인지 수급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시장에서 수급논리로 치부해버리는 것들에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개인이다. 사람의 위험선호는 자산에 대한 경험이 영향을 준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람들은 세대마다 주식에 대한 경험차이가 크다. 삼저호황의 엄청난 상승장을 직접 본 장년층, 외환위기와 그 탈출까지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극에 달한 변동성의 중년, 두 번의 랠리를 겪은 다음 세대, 상승장은 어릴 때의 어렴풋한 기억과 책에서만 보았던 젊은 세대가 모두 모여있다. 당연히 주식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적어도 주식에 대한 경험으로 보자면, 대부분의 세대가 어린 시절 좋은 경험을 갖고 있다.


경험 차이는 주도주의 지속력에 중요하다. 주도주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해야 생길 수 있다. 동의의 강도와 지속성은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비슷한지가 결정한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몰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동의는 거래가 얼마나 많이 따라붙는가를 통해서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시장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주식이 등장해도 많은 사람들의 동조를 강하고 길게 얻어내기 힘들다. 거래가 증가해도 오래 이어지지 못하는 환경인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미국보다 주도주의 지속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한국시장에서 일어나는 짧고 굵게 끝나는 급등주 현상은, 사람들이 미쳐서 일어나는 비 이성에 사로잡힌 광기가 아니다. 나의 의견에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본능으로 알아차린 투자자들이 찾아낸 승리전략인 셈이다. 길게 가져가봐야 남들이 따라붙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가 늘어나는 종목을 고르는 것은 여전히 믿을 만한 전략이다. 거래는 믿되, 지금 시장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지속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기관이다. 액티브 주식형펀드 입장에서 보면 설정액 (매출)과 수수료 (이익률)는 줄고 패시브펀드는 늘어나면서 매니저 본연의 역할까지 축소되고 있다. 남들의 자금을 뺏어오거나 빼앗기지 말아야 하는 ‘경쟁 심화 구도’다. 또한 수익률 최상위펀드가 아니면 오히려 수익률이 좋은 펀드일수록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회피동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신규 자금을 끌어오는 수익률 1등인 스타 펀드매니저가 되겠다는 접근동기보다, 적절히 변동성을 관리하고 시장에 지지만 않아서 안정감 있다는 인상을 주어 자금유출을 막겠다는 식이다.


회피동기로 나타난 행동 변화는 ‘빈집 찾기’와 ‘셀온’ 현상이다. 두 전략은 전통 투자론의 접근이 아니라,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남들보다 수급상 빠르게 행동하겠다는 전략이다. ‘남들과 같으면 안 된다, 지금 남들이 좋게 보는 거 좋게 보지 말자’는 회피동기의 표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현상도, 급등주 현상이 다양성을 인정하면 자연스러운 것처럼, 기관 입장에선 상황과 목표에 적합한 마음가짐을 설정한 전략이다. 추세가 있는 시장에서는 장기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걸 잘 찾아보자는 접근동기가 유용하겠지만, 큰 추세가 생기기 힘든 시장에서는 단기 성과를 내는데 적합한 회피동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셀온의 반복/비반복 여부도 실적시즌이 가까워지는 현재 중요하게 볼 요소다.


마지막 외국인이다. 흔히 우리는 외국인의 생각을 한국주식을 사는지/파는지를 갖고 판단한다. 한 가지 더 고려하자면 어떤 동기를 갖고 사는지도 중요하다. 외국인이 포트폴리오에서 특정 업종을 강하게 비중확대 하거나 축소하는 ‘액티브화’ 매수는 ‘뭐가 좋아지고 나빠질지 판단이 섰으니 그 업종을 늘리고 줄여서 시장을 이겨보겠다’는 접근동기의 표출이다. 반대로 시장비중과 비슷하게 맞추는 ‘패시브화’는 변동성을 줄여서 시장에 지지 않겠다는 회피동기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이기겠다/지지 않겠다’는 ‘좋게 본다/나쁘게 본다’와 다르다.


최근 KOSPI 수익률과 외국인 수급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액티브화 매수일 때 수익률이 가장 좋다. 액티브화 매수는 다른 시장참여자들에게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대해 뭔가 알고 자신 있게 들어오는구나’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긍정의 신호가 된 것이다. 지금 외국인의 매수가 액티브화의 형태를 띠고 있음은 한국 시장에 좋은 흐름이다. 종목을 고른다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보기 위해,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종목에 주목해본다. 포트폴리오에 많이 담지 않던 낯선 종목인데도 매수하고 있다면, 외국인 입장에서 위험을 지더라도 수익을 내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분석으로, 수급주체 간 동조관계도 살펴보았다. 심리학에서 동조란 남을 따라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식시장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예를 들면, 연기금이 반도체를 사면 투신이 따라 사는 식이다. 물론 동조현상이 있다는 것 자체는 투자전략이 될 수 없지만, 어떤 업종이 동조현상이 발생하는지는 시장의 수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분석 결과 금융, 비철과 방어주 (통신, 음식료)의 경우 투자주체들끼리 동조의 발생이 적다. 투자자들이 매매할 때 다른 주체들의 행동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반면 경기민감 (화학, 조선, 건설, 철강)과 IT (소프트웨어, 반도체, 가전, 배터리), 경기소비 (자동차, 화장품, 호텔레저) 등은 동조현상의 발생이 많은 업종이었다. 물론 업황에 대한 판단이 쉬운 업종은 없지만, 경기민감에 가까울수록 투자주체들은 남들을 많이 참고한다.





Prologue,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대학 2학년 1학기에 들었던 교양수업이 있습니다. 수평선의 작은 어긋남이 뒤돌아 보면 큰 차이를 만들듯, 과장을 약간 섞으면 아마도 그 수업 때문에 애널리스트가 직업인 현재의 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철학자 박이문 교수님 (1930 ~ 2017년)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의입니다. 당시 교재는 생물학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하버드 대학교 '에드워드 윌슨 (Edward Wilson, 1929 ~ 2021년)’ 교수가 1998년 쓰고, 2005년 그의 제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우리말로 옮겨 한국에 알린 '통섭 (Consilience)'이었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수업의 교재가 통섭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에서, “모든 학문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상을 탐구해 '실재적 진실’에 다가가는 데 목적이 있고, 그 도구인 지식은 언제까지나 지금 현재 서양 문화가 인식하는 세 갈래의 학문 분과들인 자연과학,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으로 나뉘어 있을 것인가?”의 답을 찾으려 합니다. 학문에 대한 질문이 곧 인간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학을 언어 삼아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물리학, 물리법칙으로 이해되는 화학, 물리와 화학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생물학, 생물학에 기초한 뇌 과학이 인간 심리와 행동, 그리고 사회현상까지 설명하는 도구가 되듯, 자연과학이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 갔던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그렇게 경계를 허무는 과정을 사회과학, 인문학 그리고 자연과학 사이에 적용하는 ‘통섭’이 지식이 가진 본유의 통일성을 추구하고 인간으로서 스스로와 세계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에 따르면 모든 현상들, 심지어 사회의 작동에 이르기까지 법칙으로 환원될 수 있고, 이론과 가설검증, 귀납으로 무장한 과학의 마음을 갖고 인문학이 알려주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받아들일 때 그 법칙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에서는 생물학, 인문학에서는 심리학이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학계의 비판과 동조를 동시에 받던 뜨거운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열아홉의 독서량 부족한 수학 전공생은 그런 거대담론 따윈 안중에도 없었거니와, 인간이 무엇인지 알 턱도 없고 (물론 지금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학문의 경계는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감지덕지한 C+를 받아 들고 학기를 마쳤습니다. 남은 게 있다면 전공 외 다른 학문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경제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마침 수학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저는 그 내용을 읽고 경제학을 공부해보고 싶었고, 이듬 학기 복수전공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덕분에 졸업도 한 학기 늦어졌습니다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가정에서 탈출하려는 시도가 행동경제학을 발전시키고 투자론에도 심리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와 금융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게 가는 것 같습니다. 2002년에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이 노벨 경제학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물론 합리적 선택이론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그 전부터 있었지만, 개미를 연구하던 생물학자가 생각한 경제학의 올바른 방향과 현재의 변화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드워드 윌슨이 옳든 아니든, 통섭에서 느낀 점은 데이터 분석을 하는 퀀트 애널리스트가 된 지금까지 저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모든 데이터는 행위의 결과다"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 관찰되는 숫자는 현상의 결과이고, 현상 뒤에는 항상 사람이, 또는 사람이 의도를 갖고 만든 체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심리를 가진 인간이 의도를 가진 행동을 하고, 그것이 우리가 관찰하는 하나하나의 숫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적이든, 전망이든, 가격이든, 거래든 말입니다.


따라서 “퀀트 애널리스트는 숫자의 반복을 찾지만, 숫자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패턴이 있는 것이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공감까지 해서 글과 말로써 전달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분석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무실을 쓰는 동료 애널리스트들을 관찰한 뒤 아래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2/6/24, 애널리스트 행동분석, 왜 실적이 안 내려갈까?  

22/9/30, 애널리스트 행동분석 2, 실적은 얼마나 더 내려갈까? 

23/1/9, 애널리스트 행동분석 2, 실적은 얼마나 더 내려갈까? 

23/8/18, 애널리스트 행동분석 2, 실적은 얼마나 더 내려갈까? 


이번 보고서 역시 빈약하거나 비약일 수 있고 허점도 넘치겠지만, 주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데이터를 통해 읽고 이해해 보려는 시도에서 썼습니다. 누군가는 “내 생각과 같아!”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도, 아니면 “말도 안 되는데?”하며 고개를 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분석이 직업인 애널리스트’에겐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대부분 직업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확실합니다. 파일럿 ‘최☆☆’이 하는 비행기 조종과 토목공학자 ‘윤△△’이 하는 교량의 안전진단은 아무나 못 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주식은, 맞추고 틀리고만 놓고 따진다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없습니다. 주가 예측을 애널리스트 열 명에게 시키나 동전을 열 번 던지나 적중률은 비슷할 지 모릅니다. 물론 맞추려고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그럼 우리의 전문성은 어디서 나올까?’라는 고민에 저 나름의 답은 ‘나와 다른 생각이나 몰랐던 변화도 “편견 없이” 이해하고 받아들여 “논리를 발전”시킨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주식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직업은 확실히 통섭하는 사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보고서도 여느 보고서와 다름없이 데이터 분석과 투자전략에 시사점도 내놓았고, 관심 종목까지도 추렸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이 보고서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모니터의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불안에서 동기를 지나 행동까지


심리학에서 인간의 행동 중 많은 부분이 ‘불안’으로 설명된다. 어두운 곳을 지날 때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어둠 자체가 우리에게 해를 가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상태’ 때문이다. 어떤 일의 발생 확률을 잘 모를수록 (더 정확히는 모른다고 생각할수록) 사람들은 이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불안감과 불쾌감이 증폭된다. 그리고 잘 알려진 것, 예상 가능한 것을 선택하거나 추구해 불안감을 감소시키기를 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둠에 놓였을 때 빛을 찾는다. 불안은 인간이 싫어하는 심리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탈출하려는 본능이 있고,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동기로 발전되고 행동의 변화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지혜의 심리학’,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인지심리학에서는 ‘불안→정서→동기→인지→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인간의 심리가 행동으로 연결되는 단계를 설명한다. 불안으로 인해 발생한 정서가 개인의 상황과 만나 무엇인가를 하거나 피하려는 적합한 동기를 유발하고,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인지하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왜 투자를 할까?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을 피하고자’일 것이다. 다만 불안은 본성관점의 이유다. 현실세계에서 행동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심리학에서 ‘동기’로 설명한다. 불안하기만 하다고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처해진 상황에 맞게 ‘노후를 위해,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물가가 월급보다 빨리 오르니까, 자본소득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기여도가 커지고 있으니까’ 등 불안 해소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인식한다. 이런 구체화된 이유가 동기다. 개개인의 삶이 모두 다르듯, 동기도 각기 다르다.


투자의 동기도 모두 다르다. 동기는 크게 두 분류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집을 사고 싶다’거나 ‘몇 살 전에 얼마를 모으고 싶다’는 등 ‘이뤄내는 방향’의 목표를 갖고 투자에 임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늙어서 가난해지고 싶지 않다’, ‘지긋지긋한 회사 탈출하려고’ 등 ‘피하는 방향’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뤄내는 방향의 동기는 ‘접근동기’, 피하는 방향의 동기는 ‘회피동기’로 불린다. 다른 예시로 든 동기들도 모두 이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개념만 들으면 회피동기가 부정의 뉘앙스를 갖고 있어 접근동기가 더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일의 성격에 따라 좋은 성과를 내는 동기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을 할 때는 접근동기가, 디테일이 중요하고 실수를 줄여야 할 때는 회피동기가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또한 성과를 판가름하는 시간이 먼 미래에 있을수록 접근동기, 가까운 시점에 있을수록 회피동기를 자극하는 것이 도움된다. 일의 성격과 그에 들어맞는 동기가 부여될 때 성과가 좋아진다. 투자를 예로 들면,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오늘 하루의 하락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종목을 발굴하면 안 되는 것이다. 반대로 당장 이번 분기 실적에 있는 리스크를 점검해야 할 단기 투자자가 10년 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도움 안 되듯 말이다.

 





어떤 동기를 갖고 행동에 임하는지는 개인의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상황에 영향을 받아 변하기도 한다. 투자를 직업으로 하는 기관투자자는 때에 따라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오고 갈 수 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편의상 연초부터 연말까지 수익률로 펀드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그것이 인사평가에 반영된다고 치면, 연초에는 ‘아 올해는 좋은 수익률을 달성해서 연말 인사평가 때 상위권에 올라야겠다’는 접근동기가 머릿속을 지배할 수 있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어차피 올해 다 지나갔는데 하위권만 면해보자’는 회피동기가 커질 수 있다. 동기에 따른 선택은 물론 각양각색이다. 펀드매니저를 예로 들었지만 대부분 직장인이 비슷할 것이다.


한국 시장의 3대 투자주체인 개인, 기관, 외국인은 모두 하나하나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이다. 그 집단을 하나의 큰 주체라고 하면, 그 주체의 불안, 그리고 동기와 행동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수급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투자자의 심리는 수급의 형태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전략으로 얻어낼 함의는 없을지도 고민했고, 관심 종목도 제시했다.



개인, 기관, 외국인. 그들의 마음속으로


개인, ‘세대차이’가 위험선호차이 (개인이지만 모두의 이야기)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개인투자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주식시장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 둘러봐야 한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분석이지만 기관과 (직업인으로서의 투자자, 하지만 집에서는 개인투자자) 외국인 (다른 국적의 기관투자자, 역시나 집에서는 개인투자자)을 아우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 보고서에 가장 많은 분석의 공을 들였다.


주식은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위험선호’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가격이란 다양한 위험선호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흔히 개인은 빈번한 매매와 테마주 선호현상으로 ‘위험선호가 강한 투자주체’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의 1960년대처럼) 어느 때 보다 다양한 위험선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


2009년 ‘Ulrike Malmendier’와 ‘Stefan Nagel’의 연구 ‘Depression Babies: Do Macroeconomic Experiences Affect Risk-Taking?’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위험선호는 최근에 겪은 수익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주가지수가 많이 오른 시대의 사람은 주식을 좋아하고, 금리가 크게 내려가는 시대의 사람은 채권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경험 역시 수십년을 가로질러 통계상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것인데,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는 그대로인데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라는 말처럼, 한 번 형성된 자아와 성격이 좀처럼 바뀌기 힘든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X축=당시 장년층(60세 초과)이 겪은 직전 50년 동안의 평균 S&P500수익률과 청년층(40세 이하)이 20년 동안 겪은 평균 S&P500수익률의 차이

Y축=장년층과 청년층의 주식시장 참여도 차이 주식 상승장을 많이 겪은 세대일수록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위험선호 역시 사람이 가진 성향의 일부이기 때문에 유년기와 젊은 시절의 경험이 꽤 오래 지속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현재 한국의 각 세대들이 젊은 시절에 본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대별로 경험의 차이가 크다. 엄청난 상승장을 직접 본 60대, 외환위기와 그 탈출까지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극에 달한 변동성의 50대, 그보다는 약하지만 두 번의 랠리를 겪은 40대, 상승장은 어릴 때의 어렴풋한 기억과 책에서만 보았던 2, 30대로 나뉜다. 물가에 대한 경험도 매우 다양하다. 고물가와 저물가를 모두 겪은 5, 60대, 크게 움직이는 물가를 본 적이 없는 40대, 그리고 가장 큰 변화를 겪은 30대 등, 이를 보면 한국 투자자가 가진 ‘위험선호의 다양성’은 그 어느 때보다 범위가 넓다.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세대가 상승장을 겪었고, 이제서야 고물가를 맞이하기 시작한 젊은 세대 말고는 모두 저물가의 수혜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차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주식시장에 대한 경험으로 보자면, 미국시장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곳이고, 한국시장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곳이다. 생각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로 이어진다. 많은 분석이 경제상황으로 주식시장을 설명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차이도 시장의 방향에 굉장히 많은 것을 알려준다.






한국과 달리 세대간에 큰 차이가 없다



미국도 지금의 한국처럼 세대별로 겪었던 경험의 차이가 컸던 때가 있다. 바로 1960년대다. 당시 젊은 세대는 주식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중장년층은 약세장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물가에 대한 경험도 인플레와 디플레를 겪은 세대가 뒤섞여 있었다.


주가를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선호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비슷한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 확률도 높다. 시장에서 ‘동조’란 추세가 생기는 과정의 중심에 있다. 장기든 단기든 이 종목이 좋다/싫다는 의견이 많아야 매수/매도가 몰리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의견과 수급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낮아진다. 때론 어느 한쪽의 의견이 다른 한 쪽을 굴복시켜서 (기술적 분석에서 거래량이 급증한 뒤 상승이든 하락이든 방향을 잡듯이) 단기 추세를 만들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동조’없이는 추세가 오래 지속하기 힘들어진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은 동조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동조의 가능성은 곧 추세의 지속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그렇게 보면 1960, 1970년대 미국시장이 2012년 이후 한국처럼 장기 박스권에 있었다는 것도 당시 사람들의 위험선호가 너무나 다양했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거시경제상 찾을 수 있는 이유는 KB증권 주식전략에서 많이 언급했기 때문에 생략했다.








위험-수익 분포를 그려보면 더 확실하게 보이는 차이


지금까지 설명한 한국과 미국, 그리고 시대별로 세대가 느꼈던 주식에 대한 경험차이는 아래 두 개의 그림을 보면 더 쉽게 와 닿는다.


한국의 세대별 25~35세 동안 겪었던 주식시장의 위험-수익은 넓게 퍼져있지만, 미국은 좁게 몰려있다. 그리고 1960년대 미국의 세대별 주식에 대한 경험은 지금의 한국처럼 넓게 퍼져있다. 아래 첫 번째 그림에서 한국의 점들을 둘러싼 원의 넓이가 미국의 점들을 둘러싼 원의 넓이보다 큰 것에서 보인다. 또한 미국은 1960년대, 1990년대, 그리고 현재로 올수록 세대별 위험-수익 경험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아래 두 번째 그림에서 점들을 둘러싼 원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세대들 중에서 미국보다 한국이 좋았던 시기를 젊었을 때 겪은 세대는 60 대뿐

30 대는 변동성도 낮고 수익률도 낮은 ‘주식이 재미없는’시대를 경험



최근으로 올수록 세대별 위험-수익을 둘러싼 원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원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것은 세대별로 주식에 대한 경험이 비슷해지고 있음을 의미






생각의 차이는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할 때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중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지도 설명한다. 팬데믹 이후 주식과 코인 등 자산시장에 훈풍이 불었지만, 미국과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주식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


한국은 팬데믹 이후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줄고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의 개인들은 ‘제도권에서 돈을 빼서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표6] [그림 18,19]). 그런데 미국 투자자는, 물론 과거부터 미국 가계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했지만,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 비율이 많이 늘지 않았다 ([표7], [그림20]).


이는 세대별 경험의 간극과 그 간극이 만들어 낸 제도권에 대한 인식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나이가 어리든 많든 주식이 돈을 벌어다 주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또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를 쌓는 것을 많이 봤다. 그리고 그 방식은 제도권인 펀드 (Pooled Investment Funds)나 퇴직연금 (Retirement Accounts)에 돈을 맡기는 것이었다. 2022년 미국 가계 금융자산의 36%가 퇴직연금, 22%가 펀드이며 17%가 주식이다. 한 세대 전인 90년대 중반에 비해 간접투자 비율이 오히려 늘어났다. 요즘사람이나 옛날사람이나 제도권에 돈을 맡겼더니 수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직접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 생각을 한국사람들보다 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세대별 주식에 대한 경험 차이가 크다. “우리 땐 말이야, 눈 한 번 감았다 뜨니까 주식계좌 앞자리수가 바뀌어있더라니까?”라는 기성세대의 이야기에, “그건 선배님 이야기고요, 요즘은 옛날과 돈 버는 방식이 달라요”하며 젊은이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회생활 시작과 함께 맛보기 시작한 고물가, 여기저기서 재생산되고 확대되어 들려오는 ‘누가 돈 벌었다더라’는 인생역전 이야기는 박탈감과 ‘불안’심리까지 유발했을 것이다. ‘월급만 모아서는 미래를 책임질 수 없어’, ‘별 것도 아닌 사람들이 나보다 돈을 더 벌었잖아! 뒤쳐지면 어쩌지?’하는 식이다.


실제로는 뒤쳐지는 것이 아니지만, 뒤쳐지는 것처럼 이입해 불안함을 느끼는 FOMO (Fear of Missing Out)가 자산시장에도 확산한 것이다. 그 ‘불안’이 제도권에 돈을 맡기던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없음과 만나서 코인이든 주식이든 ‘직접 하겠다’는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자산이 많은 사람의 자산이 더 많이 늘어나




물가보다 천천히 오르는 임금,

월급만 받아선 안 된다는 불안 유발




소득보다 빠른 부동산가격 상승




거래는 믿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오래 믿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한국 투자자들의 위험선호가 너무나 다양해 동조의 가능성이 적다는 데서 얻을 수 있는 투자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거래는 믿어야 한다. 하지만 오래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강하고 긴 동조의 가능성이 낮은 한국시장이기 때문

좋아 보이는 주식이 등장하면 거래가 늘고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거래가 늘어나는 것의 의미가 ‘동조’와 연결된다. 만약 그 종목이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더 많은 거래가 몰린다. 위험선호가 비슷한 사람이 많은 시장일수록 동조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선호가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시장이라면,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동조를 길고 강하게 이끌어 내기 힘들 것이다. 엔비디아는 현재까지 1년 반 동안 상승 중이고, 에코프로의 상승기간은 6개월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그들의 생각이 다양하다 보니, 예전처럼 거래가 증가하고 그것이 지속하는 빈도와 기간이 짧아진 것이다. 지금처럼 개인투자자의 주식참여도가 높았던 2000년대 초반 거래증가의 지속기간을 지금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2000 년대 초에도 개인의 주식 참여도 높았음

그때는 거래가 급증하면 그 지속기간이 오래갔으나

현재는 2020 년부터 개인의 주식참여는 늘었지만 거래가 늘어도 그 지속력이 길지 않음


이는 ‘남들이 뭐가 좋다더라’는 의견에

다른 생각 (위험선호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






주가지수가 미국처럼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시장에도 수익률이 높아 사람들을 끌어당길만한 주식은 항상 있었다. 그럼에도 개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고 심지어 주식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승이 다른 사람들의 동조를 길고 힘있게 얻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거래에 따라붙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시장에서 일어나는 짧고 굵게 끝나는 급등주 현상은, 사람들이 미쳐서 일어나는 비 이성에 사로잡힌 광기가 아니다.


동조가 길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림짐작 (또는 직관, Heuristic) 과정에 넣어버린 투자자들이 본능으로 찾아낸 승리전략인 셈이다. 길게 가져가봐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붙지 않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로 짧게 끝난 상승의 경험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또, 책 속의 현인들과 유튜브의 전문가들이 ‘좋은 주식 사놓고 쳐다보지 마세요’ 하는 장기투자 만능론의 전제는, 이 주식이 좋은 주식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 세상에서는 그 격언의 전제부터 흔들린다는 것을 개인들은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린 것이다.


거래 증가와 함께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따라가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
그러나 기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따라서 다음 장 두 개 표 모두 개인 거래가 많으면서 최근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정리했다. 첫 번째 표는 ‘최근에 오르기 시작한 종목’이며, 두 번째 표는 ‘오른 지 오래된 종목’이다.


- 최근 상승 종목: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스티팜, 아프리카TV, 이수페타시스,

- 오른 지 오래된 종목: 레이크머티리얼즈,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위메이드, 고영, 가온칩스, 테크윙, 한미반도체


오른 지 오래되었다고 매도의견은 아니다. 모두 거래가 붙고 모멘텀이 살아있는 종목들이기 때문에 상승은 지속할 수 있다. 다만, 지속성 관점에서는 최근 오르기 시작한 종목을 더 관심에 두는 게 좋다는 의미다.








기관, 직업으로서의 투자는 무엇일까?


기관투자자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다른 고객의 자금을 대신 맡아 운용해주는 기관투자자 역시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다. 그들의 매출은 펀드를 얼마나 팔았는지, 즉 AUM (Asset Under Management)이 얼마나 늘었는지 이며 이익률은 얼마나 운용에 대한 보수 (수수료)를 많이 받는지로 결정된다. 설정액X보수가 그들의 이익이다.


펀드시장 전체로 보면 채권과 대체펀드의 설정액이 증가하면서 규모는 커졌다. 하지만 분석대상인 주식만 놓고 보면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설정액이 줄었고, 특히 2019년부터 패시브펀드의 설정액이 액티브펀드의 설정액보다 커졌다. 패시브펀드는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종목을 발굴하고 시장을 이기는 추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매니저 본연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화정랠리를 끝으로 사그라들기 시작한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이후 금리하락으로 채권과 대체형펀드 자금 유입




2019년, 패시브가 액티브를 역전






운용보수 (수수료) 역시 유형에 상관없이 하락하고 있다. 2007년 이전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던 시기에는 수수료까지 올라가던 시절도 있었으나,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수는 0.65% (NAV 가중평균)로 2000년대 초반의 1/3 수준이다.






1/3토막 난 운용보수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이익도 줄어드는 구조 속 매니저 본연의 역할까지 축소되는 상황은 추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다른 펀드 (주식이든 다른 자산이든)의 자금을 빼앗아와야 하는 구조다. 반대로 다른 펀드에 자금을 뺏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다.


경쟁의 격화는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특히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에게는 ‘불안’요소일 것이다. 업계가 축소되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불안, 다른 펀드에게 자금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불안 등이다. 불안은 기관투자자가 업무로서 투자를 바라볼 때 ‘회피동기’를 발생시키는 요소다. 동기의 차이는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감정도 다르게 만든다. 뭔가 이루어 보겠다는 접근동기의 목표를 이루면 기쁨의 감정을, 실패하면 슬픔을 느끼지만, 피해야 한다는 회피동기를 이루면 ‘안도’, 실패하면 불안의 감정을 지속한다. 접근동기는 슬픔과 기쁨, 회피동기는 불안과 안도 사이를 오가게 한다.


물론 여전히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만한 매력 있는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유치하고 흥행을 시키겠다는 접근동기를 가진 기관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의 회피동기에 가까울 것이라는 논리는 전반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의 분위기를 상상해본 것이고, 100%는 ‘당연하게도’ 아니다.





100%를 설명할 수 없음을 앎에도 회피동기를 가정하는 이유는, 매니저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성과와 정직하게 연결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다음 장 표와 그림을 통해 한국에 있는 액티브 주식형펀드의 수익률 및 변동성과 자금 유출입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자금이 덜 빠져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잘 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변동성을 본 이유는, 변동성이 큰 펀드는 가입자로 하여금 ‘불안’을 유발하여 자금을 회수하도록 만들 유인이기 때문이다.


최상위 수익률 펀드는 자금유출이 덜 하지만
최상위가 아니면 ‘잘 할수록 돈이 빠져나가’는 펀드시장


수익률을 기준으로 펀드를 1등부터 5등까지 줄 세우니, 1등그룹의 자금 유출이 가장 적은 것은 맞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5분위에서 2분위로 갈수록 자금이 더 많이 유출된다는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면 사람들이 더 들어와야 하는데,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수익률이 좋아질수록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2등펀드는 1등펀드가 되려 노력하는 접근동기가 생길 수 있겠지만, 3, 4, 5등 펀드는 더 높은 성과를 내려는 접근동기가 생기기 힘든 구조다. 변동성은 처음 생각한 것처럼 낮을수록 자금이 덜 빠져나갔다. 이 환경은 “수익률로 최고가 되지 못할 바에야 시장과 멀어지는 리스크를 피하자 (변동성을 낮추자)”는 회피동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위험과 수익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개인의 경험차이가 불안과 만나 직접투자를 증가시키고 거래증가의 지속성을 줄이는 행동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것처럼, 기관 역시 회피동기가 어떤 행동으로 나타났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회피동기의 표출, ‘빈집과 셀온’

기관투자자의 심리가 회피동기로 지배된 것 때문에 나타난 가장 큰 행동변화는 ‘빈집 찾기’와 ‘셀온 (Sell-on)’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빈집 찾기’는 다른 투자자가 많이 팔았거나, 거래가 없어서 소외 받는 상태의 주식을 ‘먼저 선점하려는’전략이다. ‘셀온’은 실적이 좋거나 호재가 생겼음에도 매도하는 것인데, ‘좋은 실적은 이미 선반영이 되었을 거다’라는 생각에서 펼치는 전략이다.


빈집과 셀온은 기업가치에 기반한 전통 투자론의 접근이 아니다. 빈집은 싼 것을 찾겠다는 생각에서 가치투자와 비슷해 보이지만, 가치투자는 펀더멘탈과 주가를 비교해서 싼 시점을 찾는 것이다. 빈집은 기업가치가 아니라 타인의 수급이 중심에 있는 전략이다. 셀온 역시 역발상 (Contrarian) 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역발상은 ‘좋아진 건 다시 나빠질 것이고 나빠지면 다시 좋아질 것이다’는 평균회귀 (Mean Reversion)에 기초한 전망을 녹여낸 전략이다. 오히려 셀온은 ‘선반영 됐으니 내가 먼저 팔아야 한다’는 수급논리다. 따라서 빈집과 셀온은 ‘남들과 같으면 안 된다, 지금 남들이 좋게 보는 거 좋게 보지 말자’는 회피동기의 표출이다.


개인투자자 분석에서 했던 내용을 다시 소환하면 이것이 왜 회피동기에서 나온 것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좋아 보이는 주식이 생기면 투자자들이 몰려 거래가 증가하고 주가가 오르지만, 한국시장은 위험선호가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있다 보니 오랜 시간 남들의 동의를얻어 상승을 지속하는 ‘추세’가 생기기 힘들다. 남들을 따라가도 충분히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레 투자자들은 ‘시장을 이기려면 “남들과 다르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구나”’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주도주의 지속성이 짧고 추세 없는 박스권 속에서는, 단기에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전략이 유용한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동기와 일의 성격이 맞을 때 최상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접근동기는 장기로, 회피동기는 단기로 해야 하는 일에 적합하다. 추세가 있는 시장에서는 장기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걸 잘 찾아보자는 접근동기로, 추세가 없는 시장에서는 단기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쁜 걸 (남들이 지금 동의하고 있지만 곧 동의하지 않게 될 것) 피해보자는 회피동기가 잘 들어맞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빈집과 셀온은, 회피동기가 나쁜 것이 아니듯, 시장의 이상현상이나 비합리성이 강한 선택, 또는 기관의 못된 짓이 아니다. 심리학으로 보면 시장에 적응하고 목표에 적합한 마음가짐을 설정한 적절한 전략일 수 있다. 전략이 맞고 틀리고는 그 다음 문제다.


셀온이 반복하던 종목은?


아래 종목은 최근 3년 동안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을 때 기관이 매도했던 비율이 높았던 종목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컨센서스대비 영업이익이 5%이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경우가 12분기 중 4번 있었는데, 그 중 3회는 기관투자자 (금융투자 제외)가 매도를 했고, 3회 중 3회 모두 실적발표일 주가가 하락했다.


여기서 회색 음영으로 강조한 종목은, 최근 1분기 실적전망이 상향하고 있거나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높거나), 이익성장률이 높은 종목이다. 셀온현상도 반복할 수 있다. 따라서 호실적이 예상돼도 실적발표 전 매도&실적발표 후 전망에 따라 다시 매수하는 전략을 세워볼 수 있다.





셀온을 덜 반복하는 종목은?


물론 이 전략은 반대로도 쓸 수 있다. 아래 표 종목은 셀온현상이 반복되지 않는 종목이다. 이 중에서 음영으로 강조한 종목은 1분기 호실적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앞서 셀온이 반복되는 종목과는 다르게, 실적 점검은 해야겠으나,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해도 좋을 종목이다.


- DL, HD현대일렉트릭, 한화시스템,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정보통신, 인텔리안테크, 칩스앤미디어 등





외국인, ‘뷰’ 뒤에 숨겨진 그들의 ‘동기’는?


외국인, 사느냐 파느냐가 중요한 건 맞지만


우리는 외국인이 가진 한국주식에 대한 생각을 볼 때 ‘사는가? 파는가?’부터 본다. 사고 있으면 한국시장이 좋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고, 팔고 있으면 나빠질 것이라 본다는 틀을 갖고 있다. 틀린 건 아니다. 그들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 그들이 팔면 내리는 것은 숫자로 증명된 사실이다. 수익률과 수급의 상관성이 양의 방향으로 가장 강한 주체가 외국인이다.




패시브화인지 액티브화인지도 중요


여기서 하나의 축을 더 추가하면, 업종이나 종목의 비중을 시장과 비슷하게 만드는지 (패시브화), 또는 시장에서 멀어지는지 (액티브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두 행동이 다른 동기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 표에 패시브화와 액티브화의 예시를 하나 만들어보았다. 2,500조원의 한국시장은 A와 B 두 개 업종이 60:40의 비율로 구성되어있다. 외국인은 현재 200조원을 들고 있고, 업종비중은 50:50으로 가져가고 있다. 100조원을 추가매수 하면서 A를 80조원, B를 20조원 더 사면 업종비중이 시장과 같은 60:40이 되기 때문에 시장과 가까워지는 ‘패시브화 매수’가 된다. 하지만 A를 20조원, B를 80조원 사게 되면 A : B=40 : 60이 되기 때문에 시장비중과의 괴리가 더 커지는 ‘액티브화 매수’라고 볼 수 있다. 매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팔면서 업종비중을 시장과 비슷하게 하는 ‘패시브화 매도’, 시장비중과 멀어지는 ‘액티브화 매도’로 나눌 수 있다.





패시브화/액티브화를 단순히 ‘시장에 붙이는구나, 띄우는구나’라기보다 동기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패시브화는 시장에 지지 않으려는 회피동기, 액티브화는 시장을 이겨보려는 접근동기로 볼 수 있다.


시장 전체에 대한 판단이 무엇이든 간에, 액티브화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자신 있게 비중확대/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가 액티브 할수록 위험은 커지지만 수익률을 높여 시장을 이길 수 있다. 때문에 시장을 좋게 보고 있는 상태에서 액티브화는 ‘뭐가 좋아질지 자신 있게 알고 있으니 그 업종을 늘려서 이겨보겠다’는 의도, 시장을 나쁘게 보는 상태에서 액티브화는 ‘뭐가 나쁠지 알고 있으니 그 업종을 줄여서 이겨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반면 패시브화는 시장에 질 위험을 줄이는 선택이다. 매수&패시브화는 ‘좋아질 것 같은데 뭐가 좋아질 지 모르거나 다 좋을 것 같으니 시장에 붙이겠다’는 뜻이다. 매도&패시브화는 ‘나빠질 것 같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장에 붙여서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패시브화도 접근동기가 아닐까? 물을 수 있지만

패시브화는 변동성을 줄이는 선택. 변동성이 줄어들면

초과성과도 줄어들기 때문에 지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뜻



액티브화/패시브화를 측정하는 법은 단순하다. 외국인 포트폴리오에서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고, 그 차이들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만 보면 된다. 비중확대 하는 업종이 있으면 비중 축소하는 업종도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와 시장의 비중차이에 절대값을 씌워서 더하고, 그것을 시계열로 추적해보면 된다.





아래 외국인 누적순매수와 함께 액티브화/패시브화를 데이터로 만들어 추적했다. 붉은 선이 올라가면 비중의 차이가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액티브화, 내려가면 패시브화다. 빈도수만 놓고 보면 외국인은 한국시장을 살 때 패시브화 하면서 사는 경향이 조금 더 강했다. 그리고 외국인 유입과 함께 지수가 크게 상승했던 시기는 대부분 한국주식을 패시브 형태로 매수했던 시기였다 (패시브 펀드가 샀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중 관점). 현재는 외국인이 액티브화에 가까운 형태로 한국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이렇게 20년이 넘는 장기 차트만 그려놓고 보면 한국시장이 외국인의 자금유입과 함께 대세상승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패시브화가 좋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장 분석에 이어지는데, 어떤 조합이 KOSPI 수익률에 더 좋았는지, 또 최근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해보면 접근동기를 가진 액티브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아래 그림에 외국인의 KOSPI 매수/매도여부와 액티브화/패시브화 조합에 따른 해당 시점의 KOSPI 수익률 및 상승 확률을 2003년 이후 장기와 최근 3년을 비교해보았다.


최근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같은 매수라도 액티브하게 들어올 때 크게 상승


장기수익률을 참고해보면, 외국인이 매수하면 오르고 매도하면 빠진다. 액티브화의 평균 수익률이 높긴 했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큼 엄청난 차이는 아니었다 (아래 네 개 그림 중 윗부분 두 개). 하지만 최근 3년을 대상으로 분석하면 같은 매수상황이더라도 액티브하게 매수할 때 주가가 더 크게 상승했고, 매도할 때도 액티브한 매도라면 주가가 덜 빠졌다 (아랫부분 두 개 그림). 과거에는 매수/매도자체가 주가상승에 더 중요하고, 액티브화/패시브화는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였다면, 이제는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대하는 동기의 차이 (액티브화 / 패시브화)가 주가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뜻이다.


이는 외국인 외에 다른 수급주체들이 외국인의 생각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서 쉽게 풀어보면, ‘외국인이 한국주식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시장이 그것을 좋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액티브화는 이기겠다는 접근동기에서 비롯한 자신감 있는 투자활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이 액티브하게 매수하는 지금의 추세는 좋게 받아들일 만하다. 다음 장에 최근 외국인이 비중확대 하고 있는 관심종목을 추려서 제시했다. 순매수 기준 시점은 2월 중순 이후로 했는데, 그 이유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1차 반영이 그 때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금융이나 반도체, 인터넷처럼 외국인이 과거부터 익숙했던 종목들도 물론 매수 중이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보기 위해 외국인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종목만 추려보았다. 익숙하지 않다는 기준은 ‘과거 평균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것으로 잡아보았다. 포트폴리오에 많이 담던 종목이 아닌 낯선 종목인데도 불구하고 매수하고 있다면, 외국인 입장에서 위험을 지더라도 수익을 내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사는 관심종목 제시


정렬은 P/B 수준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지분율 변화가 큰 순인데, P/B가 높은 종목 (성장주)도 많다. 이 점만 보아도 외국인이 밸류업에 주목해 저 P/B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액티브하게 한국 주식을 선호하기 시작했음이 보인다. 아래 실적 성장률까지 높은 주요 종목을 제시한다.


- P/B 0.2~2배: HDC현대산업개발, DL, SK네트웍스, 현대위아, CJ,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중공업, RFHIC, 인터로조

- 2~5배: LIG넥스원, 메디톡스, 현대로템, 에스티팜, 데브시스터즈, 셀바스AI, 씨앤씨인터내셔널

- 5배 이상: HD현대일렉트릭, ISC, 실리콘투, 테크윙, 이수페타시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넥스틴








동조를 이끌어내는 ‘영향력 있는 친구’는?


앞서 분석에서 중요했던 키워드 중 ‘동조’역시 심리학 현상이다. ‘동조행동’의 정의는 ‘한 사회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그 집단 특유의 사고나 감정, 행동 양식 따위를 공유하고 답습하는 것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쉽게 말해 남을 따라 하는 것이다. 동조행동의 이유 역시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될 경우 구성원들 사이에서 배척당할 수 있다는 ‘불안’의 심리로 설명할 수 있다.


FOMO때문에 필요도 없는 명품을 사거나 부동산 투기에 뛰어드는 것도 동조행동이다. 어느 식당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평소 좋아하지 않던 메뉴임에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방문해서 먹어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동조행동의 강도는 불안을 느끼는 정도, 집단에 대한 감정, 개인의 지위, 불확실성, 타인의 전문성이나 유명도 등 여러 가지가 영향을 미친다.


앞 분석에서 위험선호가 다양하기 때문에 강하고 오랜 동조가 나타나기 힘들고, 그로 인해 긴 추세가 생기기 어려운 점을 분석했다. 이번에는 매수/매도 관점에서, 시장과 업종에서 동조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누구인지 분석했다. 예를 들면, 연기금이 반도체를 사면 다른 투자주체들이 따라서 산다던가, 사모펀드가 코스닥을 팔면 다른 주체들이 따라서 판다던가 하는 식이다.


조건부 확률 개념으로 동조를 만들어내는 주체를 수치로 표현 가능


동조행동을 수치로 측정하려면 ‘조건부 확률’을 사용할 수 있다. 아래 두 개 투자주체가 1년 동안 매수/매도했던 예시를 만들었다. A, B주체는 12달 중 6, 8달을 매수했다. 그런데 B는 A가 매수하는 6번의 경우 중 5번 매수했고, A가 매수하지 않을 때는 3번 매수했다 (표에 ③, ④). 확률로 표현하면 83.3%와 50%다. 이 의미는 B가 매수할 때는 A의 의견을 많이 참고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매도할 때는 A가 B를 더 많이 참고한다. B가 매도할 때 A는 75%의 확률로 매도했지만, B가 매수할 땐 A는 37.5%의 확률로만 매도했다 (표에 ⑤, ⑥). 매수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주체는 A, 매도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주체는 B라고 볼 수 있다.



②가 낮아야 하는 이유: A 가 B 의 매도 상황 때도 매수를 많이 한다면, 

B 의 의견과 상관 없이 매수자체를 많이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 

이하 ④, ⑥, ⑧이 낮아야 하는 이유도 동일



물론 주체간의 동조가 무조건 한 방향은 아니다. 서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행동을 참고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수치는 영향의 방향을 이분법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행동의 경향성’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개인이 집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대 집단간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른 투자주체들로 하여금 매수/매도를 이끌어내는 주체를 알아내기 위해 다음 표와 같이 KOSPI, KOSDAQ 순매수 데이터를 써서 조건부확률을 산출해볼 수 있다. 투신, 사모펀드, 연기금, 외국인 그리고 개인을 대상으로 했다. 매수와 매도 방향으로 20개씩 (5X5-5) 총 40개의 동조관계를 파악해볼 수 있다.


앞서 예시에 분석처럼, 실제로 KOSPI에서 유의미한 영향은 ‘사모펀드가 사면 투신이 70.4%의 확률로 사고, 연기금이 사면 투신이 65.9%의 확률로 사는 것’과, ‘사모펀드가 사면 연기금이 59.3%, 투신이 사면 연기금이 58.7%의 확률로 사는’ 조합을 찾아낼 수 있다. 매도 역시 수치는 다르나 같은 동조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개인과 외국인은 다른 주체와 잘 동조하지 않는 모습이다. 매수와 매도에서 네 개씩 총 여덟개의 동조 조합이다. KOSDAQ의 경우 사모펀드와 연기금이 다른 주체에 영향을 주고, 투신과 외국인은 영향을 받는 주체였다.





업종으로 내려가서도 이 분석을 할 수 있다. 업종 안에서 동조가 일어나는 관계가 총 몇 개가 있으며, 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재 봄으로써, ‘투자주체들끼리 다른 주체들의 매수/매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 무엇인지’알아볼 수 있다.


방어주 안에서는 동조현상이 적고, 

경기민감, IT, 경기소비 안에서는  동조현상이 많이 발생

 

금융, 통신, 음식료, 비철 등 방어주의 경우 투자주체들이 다른 주체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동조의 발생이 적은’ 업종이었다. 반면 경기민감 (화학, 조선, 건설, 철강)과 IT (소프트웨어, 반도체, 가전, 배터리), 경기소비 (자동차, 화장품, 호텔레저)등은 동조현상의 발생이 많은 업종이다. 물론 업황에 대한 판단이 쉬운 업종은 없지만, 경기민감에 가까울수록 투자주체들이 남들을 많이 참고하는 모습이다.





이어 다음 장 표처럼, 어떤 업종 안에서 어떤 주체가 영향력이 강한지, 어떤 주체가 다른 주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도 파악해볼 수 있다. 개인은 다른 주체의 매수/매도에 영향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주체였다. 주로 다른 주체들과 반대로 행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반도체는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가장 강했다. 외국인은 철강, 소프트웨어, 배터리 등에서 다른 수급주체들을 끌어오는 경향이 있었다. 사모펀드의 경우 다른 주체의 매수를 유발하지만, 매도에 대해서는 다른 주체들이 매도할 때 함께 매도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물론 동조가 일어나는 것 만으로 투자전략을 세울 수는 없다. 다만, 특정 업종에서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한 주체가 그 업종을 매수하고 있고, 그 수급주체가 주가와 관계까지 깊다면 다른 주체들의 동조를 더 강하게 끌어올 수 있다. 따라서 첫째, 동조를 유발하는 수급주체가 매수하고 있고, 둘째, 그 업종의 주가와 그 수급주체의 순매수가 상관성이 높은지 여부를 아래에 점검했다. 매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래 표에 순매수 부분에 테두리와 음영으로 강조한 수치가 그 조건을 만족하는 것들이다.


조선, 기계, 바이오의 최근 상승은 수급 지속을 전제로 하면 긍정


조선, 기계, 바이오의 경우 다른 수급주체의 매수를 유발하는 주체 (조선: 사모펀드, 연기금, 외국인 / 기계: 투신, 바이오: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자동차와 엔터는 다른 수급주체들의 매도동조를 이끌어내는 사모펀드와 연기금의 매도가 진행 중이다. 물론 수급만으로는 전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볼 정도이다. 다만 이런 추세를 지속한다면 다른 주체들의 동참과 현재 주가흐름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조선, 기계, 바이오의 최근 상승흐름은 좋게 판단할 만 하다.



































투자전략/관심 종목 요약



개인 분석 부분: [표 54, 55]


개인, 거래가 붙으며 상승한 종목


다양한 생각을 가진 수급주체가 모여있는 곳이 한국 시장이다. 때문에 좋아 보이는 주식이 생겨도 많은 사람들의 동조를 강하고 길게 얻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주도주의 지속기간이 짧다. 그럼에도 거래가 증가하는 종목은 여전히 믿을 만 한 선택이며, 다만 그 지속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최근 상승 종목: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스티팜, 아프리카TV, 이수페타시스

- 오른 지 오래된: 레이크머티리얼즈,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위메이드, 고영, 가온칩스, 테크윙, 한미반도체


기관 분석 부분: [표 56, 57]


기관의 ‘호실적에 셀온’ 여부에 따른 종목 선택


추세가 없는 시장에서는 남들을 따라가는 전략의 성공확률이 낮아진다. 때문에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고자 하는 동기가 활성화된 기관은, 수급상 빨리 움직이는 빈집과 셀온 등의 전략을 구사하는 선택을 했다. 시장 상황에 적합한 심리상태를 설정한 행동이다. 셀온이 반복되는 종목이든 셀온이 덜 반복되는 종목이든 그 여부를 이용할 수 있다.


- 셀온이 덜 반복되는 종목: DL, HD현대일렉트릭, 한화시스템,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정보통신, 인텔리안테크, 칩스앤미디어 등


외국인 분석 부분: [표 58, 59]


액티브하게 사고있는 외국인이 사는 낯선 종목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사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로 사는지도 중요하다. 시장의 업종비중과 멀어지는 ‘액티브한’ 형태의 매수는 다른 시장참여자들에게 ‘외국인이 자신 있게 들어오는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액티브한 매수일 때가 수익률도 더 높다. 외국인 입장에서 익숙하던 (지분율 높던)종목이 아님에도 최근에 매수 중인 종목에 주목해본다.


- P/B 0.2~2배: HDC현대산업개발, DL, SK네트웍스, 현대위아, CJ,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중공업, RFHIC, 인터로조

- 2~5배: LIG넥스원, 메디톡스, 현대로템, 에스티팜, 데브시스터즈, 셀바스AI, 씨앤씨인터내셔널

- 5배 이상: HD현대일렉트릭, ISC, 실리콘투, 테크윙, 이수페타시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넥스틴




















Epilogue, 주식을 한다는 것에 대해


보고서를 쓰면서 느낀 투자가 행복에 의미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짚어보고 싶습니다. 월가의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 (Morgan Housel)은 돈의 심리학 (The Psychology of Money, 이지연 옮김, 2023년, 인플루언셜)에서 돈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찾습니다.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행복은 복잡한 주제다. 사람은 모두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복에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결국 인생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에서 돈이 행복에 주는 의미를 찾습니다. 자율성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시간 역시 모두에게 24시간으로 유한하기 때문에, 시간의 자율성을 채우는 수준 이상의 돈은 행복의 증가에 기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정수준 (6만달러, 9만5천달러 등 연구에 따라 기준은 다르지만 대개 연소득 10만달러 미만이나 전후) 이상의 돈은 행복 증가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시간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해치는 '행복하기 위해 (라 생각하며) 돈을 벌려는 행동'은 행복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최근 가계 소득에서 투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증가율로만 보면 노동소득이 10년 평균 4.3% 증가하는 동안 재산소득은 7.9%의 속도로 불어났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해 정치권의 여러 정책과 공약이 “투자로 돈 벌게 해드리겠습니다”를 말하는 것은 결국 '자본소득 증가'가 날이 갈 수록 중요해지고, 살만 해 지니 편하게 벌고 싶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본질은 다를까?


여기서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흔히 노동소득과 자본소독은 우리의 몸 (뇌를 포함한)을 사용한다는 것과 돈을 사용한다는 것에서 본질이 다르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다른 것 인지와, 투자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노동의존도를 줄여주기 때문에 더 편하고 행복을 늘려줄 일인지 입니다.

 

재료는 달라도, 우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본질은 같아


노동이든 투자든 우리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같습니다. 노동은 대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투자는 그 외의 시간에 대상을 정하고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모두 정해진 시간 안에서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물건을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설비도 관리합니다. 그래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고, 그 관리 또한 노동의 일부입니다. 투자 역시 투자해 놓은 대상을 관찰하고 관리하고 변한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장기투자가 좋으니 좋은 기업 사서 쳐다보지 말라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재료만 다를 뿐, 재료와 인간의 시간이 만나 소득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노동과 투자의 '시간이 들어가는 행위'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투자는 스스로 워라밸을 지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해 노동시간을 과하게 늘리는 것이 행복에 역효과를 부르듯, 투자에 시간을 많이 쏟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은 회사에서 부여하는 출퇴근 시간이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 많이 쓰이는 말이라 썼지만 저는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Work는 Life의 일부이지, 그와 동급으로 균형을 이루는 무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을 지켜주지만, 주식투자는 워라밸을 지키기 힘든 일입니다. “어이 거래소, 나 휴가야 주식시장 며칠만 닫아줘 땡큐!”할 수 없는 노릇에다가, 심지어 전세계에서 언제 가격에 영향을 줄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따라서 행복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워라밸의 선을 긋고 지키려 애써야, 때론 무너져도 지키려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 투자입니다.


그런 면에서 팬데믹 이후 한국과 미국의 개인투자 비중 변화 차이는 인상 깊었습니다. 상승랠리를 보며 주식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 건 미국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비용은 들더라도 관리감독은 전문가에게 맡겨 자신의 시간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본인의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직접 투자로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열망이 강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투자업계와 제도권에 대한 경험차이, 한국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경쟁, 두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의 심리차이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테고 뭐가 나쁘다 좋다 판단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노동의 매력과 단점을 함께 타고난 직업으로의 투자


한편으론 노동소득마저도 투자업계에서 발생하는 여의도 직장인의 높은 이직빈도와 짧은 직장인으로서의 수명이 이해됩니다. 투자가 업인 여의도 직장인들은 머리를 생산장비로 지적 노동을 해 돈을 법니다. 자본주의가 안겨준 직업의 매력이지만 단점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뇌는 하라는 명령보다 하지 말라는 명령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시부터 3시까지 집중 업무시간이니까 주식분석 열심히 해!”라는 지시보다, ‘주말이나 저녁에 가족 또는 친구와 시간을 보낼 땐 주식생각 하지 말자!’는 다짐을 지키기 어려운 것처럼 말입니다. 장비 (머리)를 회사에 놓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은 진정한 퇴근이 불가능 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모든 장비는 관리도 필요한데, 머리의 관리 매뉴얼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정신으로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오래하고 싶은 여의도 직장인'의 한 명으로서,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숫자를 보는 행동이 소중한 사람들과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갉아먹어도 될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항상 정신을 차리고 따져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만의 매뉴얼 첫 장에 다시 쓰며 이 보고서를 마무리 합니다.



- KB증권 Quant Analyst 김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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