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 기술] 전쟁이 키운 드론, 무한 확장 중2024.04.05 PM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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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드론, 혁신의 변곡점...전쟁이 판을 바꾸다

 

 


그래픽=김의균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인 드니프로 수력발전소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구쳐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2년을 넘어가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을 노려 대규모 공습을 한 것이다. 이 공습에서 미사일과 함께 주력 무기로 등장한 것은 이란제 샤헤드 드론(무인기). 행글라이더 같은 삼각형 몸체에 날개 폭이 2.5m인 이 드론은, 탄두에 탄약 36㎏을 싣고 저공 비행해 목표물을 때린다.


이 ‘드론 전쟁’에서 서방국의 우크라이나 드론 지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요구에 맞춰 ‘피닉스 고스트’라는 드론 비밀 병기를 지원했다. 이 드론은 배낭에 넣을 정도로 작은 자폭용 드론 스위치블레이드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다고 전해졌다. 이뿐 아니다. 네덜란드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기부한 드론 ‘블랙호닛’은 무게 약 33g, 길이는 16.8㎝에 불과해 주머니에 쏙 넣을 정도다. 시가전 때 감시 정찰용으로 쓰는 드론이라고 한다.



그래픽=김의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격렬한 ‘드론전(戰)’ 양상을 띠고 있다. 드론은 전장의 군사력 균형을 뒤엎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는 평을 받는다. 더구나 이번 전쟁은 드론 산업 측면에서도 혁신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칼릿 어드바이저의 창립 파트너인 레노어 엘르 호킨스(Hawkins)는 나스닥 기고에서 “이번 전쟁은 드론 시장 성장의 주요 촉매제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WEEKLY BIZ는 전쟁이 바꾸고 있는 드론 판세를 진단했다.



그래픽=김현국



◇ 전쟁이 촉발한 ‘드론 실험실’


전쟁은 혁신의 촉매제가 되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드론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드론의 속도, 비행 거리, 폭탄 탑재량 같은 능력은 전장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농업과 중공업으로 알려졌던 우크라이나는 지금껏 드론 혁신의 좋은 환경이라고 여겨지지 않았지만, 전쟁이란 긴급 상황이 이 나라를 드론 발명의 ‘최고 실험실’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드론이 특히 이번 전쟁에서 주목받은 건 ‘가성비’ 때문이다.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드론’이 대표적이다. 약 50만원(400달러)에 불과한 이 드론은, 조종사가 고글이나 헬멧을 쓴 채 실시간 영상을 전송받아 수십억 원짜리 러시아 탱크 등 중화기에 정확하게 내리꽂는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FPV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신화’에 가까운 지위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성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 전쟁 발발 2년을 앞두고 야간 비디오 연설에서 “우리 군에 드론 시스템 부대란 별도 부대를 창설하는 법령에 방금 서명했다”고 했다. 전쟁 전 10여 곳에 불과했던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 업체는 지난 11월 기준 약 200곳으로 20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쟁 전 이란산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대량 수입해 쓰던 러시아 역시 이란의 도움을 받아 자국에 드론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사국을 넘어 유럽 전역의 국가와 스타트업도 뒤흔들고 있다. 용을 사냥한 바빌로니아신의 이름을 딴 에스토니아 스타트업 ‘마르두크 테크놀로지’는 유로뉴스에서 “처음 우리가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전자 광학’ 장치를 개발했을 때 모두가 우리를 비웃었지만, 이제 우리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드론이 방위산업의 중심이 되면서 관련 시장 증가세도 폭발적이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군용 드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4억달러에서 2030년 35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현국



◇드론 시장, 10년 만에 45조원 규모로


사실 전쟁 전에도 드론은 다양한 쓰임새로 그 시장이 만개(滿開)하는 상황이었다. 각국이 드론 관련 법제를 정비한 것이 2015년 전후인데, 사실상 10년 정도에 불과한 드론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337억달러(약 45조원)에 이르렀다. 독일의 드론 전문 조사·컨설팅 업체 ‘드론 인더스트리 인사이트(DII)’는 드론 시장이 2030년 545억달러까지 연평균 7.1%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론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그 다양한 쓰임새가 기폭제가 되고 있다. 과테말라 정부는 최근 ‘엘 미라도르’ 마야 문명 탐사 작업에 중국산 DJI사 드론을 동원했다. 160만에이커(약 6474㎢)에 이르는 넓은 정글 속에 묻힌 탓에 이곳 유적들은 1960년대 본격 발굴이 시작된 다음에도 여전히 미지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드론은 정글 속 잎과 뒤엉킨 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기원전 800년에 존재했던 피라미드를 관측하고, 마야의 계단식 농법 흔적을 찾아냈다. 드론은 이미 남극과 북극 같은 극지에서 얼음의 변화나 극지 야생동물 관측에도 쓰이고 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은 외계 행성 탐사용 드론 ‘인저뉴이티(Ingenuity)’를 통해 화성 관측 임무를 수행했다.


이처럼 현재 드론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각종 ‘관측·측량’ 분야다. 드론이 나서서 사람이 모두 가보기 어려운 지역의 지형과 고도, 지질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건설, 광업, 농업 등 다양한 측량 분야에서 사용된다. 이런 분야 시장 규모만 100억달러에 이른다.


그다음 드론이 많이 쓰이는 곳은 ‘유지·보수’ 분야다. 시장 규모가 46억6600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석유·가스 시추 시설이나 발전소 등 인간의 접근이 쉽지는 않으면서 규모는 큰 에너지 산업에서 드론은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DII는 “드론은 굴뚝, 정유소, 송전선, 송전탑, 파이프라인 등을 점검하는 데 고유한 이점을 갖고 있다”며 “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유지·보수 분야가 드론이 가장 크게 발전할 분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화물·택배나 창고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월마트나 아마존 등 대형 유통사가 드론 택배를 빠르게 도입했다. 가나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선 열악한 도로와 구급차 부족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자, 그 대안으로 드론을 통한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윤용진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드론은 산불 현장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며 “배터리 기술 등의 발전으로 드론이 더 오래 날고 더 무거운 물체를 실어 나를 수 있게 되면 관련 시장은 연간 7%를 훌쩍 넘는 성장세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소프트웨어 기술만 개발하고 있는 한국도 드론 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중국이 북한의 우방인 만큼 전쟁에 대비해서라도 드론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 '날개의 제국’ 꿈꾸는 중국


사실 드론 산업을 얘기하면서 중국과 DJI를 빼놓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DJI를 필두로 중국이 사실상 세계 드론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중국 드론은 미국 취미용 드론 시장의 90% 이상, 산업용 드론의 70%, 응급 구조용 드론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조사에서도 중국의 강세는 눈에 띈다. 최신(2021년) DII 조사에서 DJI는 미국 시장의 76.1%를 점유하며 압도적 성적을 올렸다. 뒤를 인텔(4.1%·미국), 유닉(2.6%·중국), 패럿(2.5%·프랑스), 3D로보틱스(0.6%·미국)가 이었다. 중국 업체가 대부분 비상장사인 데다 각국이 안보를 이유로 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는 상태다. 다만 지난해 중국 내 민간 드론 산업 규모가 1200억위안(약 22조원)을 넘어서 세계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서 나왔다는 인민일보 보도를 감안하면 중국 기업의 드론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DJI는 ‘드론계의 애플’이자 중국 테크 기업의 상징 같은 회사다. 이 회사는 홍콩과기대 출신인 왕타오(44) 회장이 2005년 로봇 경진 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상금 3억원으로 2006년 광둥성 선전에 세웠다. 2013년 첫 양산형 드론인 ‘팬텀1(Phantom 1)’을 출시한 이래 매출 301억4000만위안(약 5조6000억원·2022년) 규모까지 성장했다. DJI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자양분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선전시에선 이미 2003년 ‘통용 항공 비행 관제 조례’를 제정하고 드론 산업 육성에 나섰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관련 지침을 마련한 것도 2009년이었다. 2014년 미국이 상업적 드론 운항 업체를 처음 선정하고, 2015년 일본이 드론 운항 규칙을 정비한 데 비하면 한 발짝 빠른 움직임이었다.


중국은 또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저고도 경제’를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선정하고 드론뿐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까지 활성화하기로 했다. 인민일보는 “올해 선전에서는 ‘에어 택시’의 판도를 지속적으로 넓혀 지상에서 60분 걸리던 통근 시간을 13분으로 단축했고, 안후이성 허페이의 뤄강공원 상공에는 세계 최초로 상업 자율 주행 에어택시가 날아다닌다”며 “공중 통근으로 출퇴근길의 혼잡에 작별을 고할 날이 멀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저고도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거점으로 삼은 곳은 이른바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 大灣區)’라는 중국 최대 경제 권역이다.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만 1조9000억달러에 이르는 이 경제 주축 지역에서 ‘날개의 제국’ 건설에 나선 셈이다.



그래픽=김현국

 


◇ 美, 짙어지는 우려


물론 중국의 ‘드론 굴기’가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취미용 제품이 언제든 군사용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드론의 특성상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드론 시장에서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중국에 크게 밀리며 규제 벽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17년 시리아에 파견된 미 특수부대원들이 자국 군용 드론에 불만을 품고 DJI 제품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은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주력 기업인 DJI를 통해 소비자용 드론 산업을 손쉽게 장악하고 있다”면서 “미국에는 드론 회사가 많지 않은데, 이는 중국이 (압도적 시장 점유율로) 너무 많은 드론 회사를 폐업시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은 시리아 사건 이후 미군 내 사이버 보안을 목적으로 DJI 드론 사용을 금지하는 등 중국산 드론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선 행정명령으로 모든 정부 기관의 해외 제조 드론 사용을 금지했으며, 2022년엔 DJI를 무역 제재 리스트에 포함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 미국 당국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주민 감시와 인권 침해에 드론이 사용됐다는 혐의로 DJI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투자자들의 DJI 투자를 금지하기도 했다. DJI 측은 이런 비난에 대해서 “민간용 드론을 개발했을 뿐 우리는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드론 시장에서 DJI가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커 미국의 견제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평도 나온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DJI 또는 다른 중국 드론을 금지하는 것은 삼성 스마트폰을 애플로 바꾸는 것과는 다르다”며 “가격, 가용성, 사용 편의성, 품질 면에서 DJI 제품을 대체할 만한 미국산 또는 유럽산 제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캐스케이드산맥에서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고 있는지, 걸프 연안 허리케인이 남긴 파괴 흔적은 어떤지 등을 관측하는 비(非)군사적 용도에서 서구의 드론들은 거의 쓸모가 없다”고 전했다.


산업연구원(KIET)에서 드론을 연구하는 김성진 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중국 견제는 군사나 안보 차원 문제도 있지만 자국 드론 산업을 키우려는 의도와 자국 업체들의 로비가 깔려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중국은 국가가 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해 가며 견인해 온 반면 미국은 민간 기업에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아무리 항공 강국인 미국이라도 당분간 중국 수준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 #DJI #UAM  #미중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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