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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투자노트] 엔화로 美 장기채 투자… 물 언제까지 타나2024.05.01 PM 09:59
일어나지 않으리라 예단했던 일이 벌어지곤 한다. 올해 4월 아랍에미리트(UAE)에 1년 치 강수량과 맞먹는 폭우가 하루 새 쏟아졌고,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투자 시장에선 더 흔하다. 사상 최초, 역대 최대 등의 표현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전까지의 상식이 쉽게 깨진다. 일본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했던 이들은 이달 마이너스(-) 수익률로 이를 체험했다.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장 중 34년 만에 160엔대를 넘어선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를 3억5451만달러(약 49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이 ETF를 통해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한 것이다. 엔화 가치와 미국 장기채 가격이 모두 오를 것이라고 본 투자자들이다.
개인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비슷한 ETF를 골라 담았다.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가 지난해 12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전날까지 개인은 1280억원 순매수했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역시 올해 3월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뒤 전날까지 개인이 300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들 종목을 ‘사자’에 나설 만 했다.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150엔을 뚫었다가 올해 초 140엔 대로 내렸다. 지난해 10월 5%를 웃돌았던 미국 국내 30년물 금리도 올해 1월 4.1% 안팎에서 움직였다.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흘러넘칠 때였다. 엔화 가치도, 채권 가격도 계속 오를 일만 남았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엔·달러 환율과 미국 장기채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개인의 순매수 행진이 이어졌다. 엔화 가치도 장기채 가격도 더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 봤다. 하지만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 지난 29일 엔·달러 환율은 미국 외환시장에서 34년 만에 처음으로 장 중 160엔 선을 뚫었고,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고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엔화 가치와 장기채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한 ETF들은 최근 한달동안 8% 안팎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도, 미국 장기채 금리도 연초 수준으로 단기간에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내 금리 인하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채 금리를 4.5~4.7%대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관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업 경영 환경 때문에 엔저를 용인하는 분위기여서다. 엔저로 인해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BOJ는 지난 26일 금리를 동결했다.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 → 투입 비용 상승 → 생산자 물가 상승 → 상품 가격 및 소비자 물가 상승 → 근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엔·달러 환율 평균 예상치를 148엔에서 155엔으로 높여 잡았다. 그는 “BOJ 입장에선 예상보다 둔화하는 경기와 여전히 불확실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긴축 기조를 강화할 유인이 적다”며 “엔화 강세를 지지하는 국면이 형성되기 전까지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더라도 추세적 엔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BOJ는 경제전망에서 지난 1월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높이면서, 낮은 수준의 실질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며 “BOJ의 외환정책이 없으면 엔·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엔·달러 환율도 미국 장기채 금리도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한 이들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어쩌겠는가, 시장의 예상이 자주 틀린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통하길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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