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하이투자증권) Bad Girl Good Girl 2024.05.31 PM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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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소리를 들어라



■ 미국 주식은 싸지 않기 때문에 주도주가 없으면 지수가 오르기 쉽지 않지만 AI 주도주가 만들어지며 지수 상승을 주도


■ 기업 투자는 정부 보조금 지출처럼 만만하지 않음. 경쟁만으로 투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 매출 가능성을 보여줘야


■ 국내 증시는 연말까지 박스권 행보를 면치 못하겠으나 미국의 경기 하강과 투자 과열 억제는 세계에는 Bad가 아닐 수 있어



월말 월초 중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금융시장은 금리 상승이 우려된다며 증시 조정의 이유를 찾았는데, 오히려 금리가 빠지자 미국 기술주는 더 크게 빠졌습니다. 애초에 미국 경기는 하강 여부는 거의 확실했고 언제쯤 지표에 확인될까 시점 정도만 문제가 되던 상황이라, AI 투자만으로 경기 상승을 걱정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였다고 봅니다. 1분기 GDP 재수정과, 소비재 기업 실적, 주택지표 등 많은 것들이 미국의 경기가 소프트랜딩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금리는 높고 주가는 비싼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10% 정도나 상승했습니다. 충분히 싼 글로벌 주식과는 달리 미국 주식은 싸지 않기 때문에 주도주가 없으면 지수가 오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미국 증시는 AI 반도체에 서버 및 하드웨어, 전력기기, 산업금속 등 많은 주도주를 만들어가며 상승을 쥐어짜냈습니다. 그만큼 미국 증시에 대한 믿음이나 투기심리가 강하기도 했고, 기업들이 실제로 AI에서 혁신과 이익을 계속 만들어가 주기도 했습니다. 역시 기업 혁신과 투기심리는 미국 자본주의를 받치는 양대 축입니다.


그러나 기업투자는 정부 IRA 보조금 지출처럼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유권자 표만 받으며 되고 실제 수익성이나 효과를 크게 따지지 않는 정부보조금과는 달리, 기업투자는 결국 이 투자가 회사의 미래 이익으로 되돌아온다는 계산이 서야 지속 가능합니다. 기업들은 Chat GPT의 충격에 일단 AI 투자를 결정했지만 타당성은 항상 재점검할 것입니다. 메타는 당장 답이 안나와도 AI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주커버그의 발언에 주가가 급락한 반면, 중국에서 장사가 잘 안되던 애플은 AI 투자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Chat GPT를 가져다 쓰겠다는 정책을 밝히자 주가가 급등해 역사적 고점 근처까지 회복했습니다. 금융시장은 가끔 탐욕에 눈이 멀지만, 돈을 허투루 쓰겠다는데는 냉정합니다.


결국 AI 투자는 그를 통해 매출을 일으켜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AI 투자에 나섰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AI가 있건 없건 원래부터 잘 해오던 기업이었고, 세일즈포스는 AI 모델을 도입하고도 매출 성장에 실패했습니다. AI 반도체부터 서버에 전력 투자까지 올해의 모든 주도주를 만들어낸 논리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AI를 도입하면 매출을 확대할 수 있고, 고객은 이를 사용하면 생산성이 개선된다는 전제에 근거합니다. 세일즈포스의 매출 컨센서스 미스는 주도주의 근거를 흔든 것입니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엔비디아는 영업이익률이 대단히 높아 P/E 배수는 30배 중반으로 높지 않은 반면, 매출대비 주가 비율인 P/S 배수는 20배 수준으로 나스닥 기술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결국 엔비디아의 주가는 AI 칩의 기술력 우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AI 경쟁구도가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상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경기 하강도 점점 더 확실해지면 미국 증시도 한 숨 쉬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AI PC, 온디바이스 등 답을 찾아야 미국 증시는 주도주를 만들며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국내 증시도 결국 미국 대선 전까지 박스권 행보를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가 급락하지 않는 정도에서 투자 과열이 억제되면 세계는 조금 더 살만해질 수 있습니다. 지수는 지지되고 방향은 AI에서 비 미국지역으로 바뀌며 섹터는 화장품을 넘어 여러 가능성을 고민할 것입니다. 미국에는 Bad지만 세계에는 Bad가 아닐 수 있습니다.

 




- 하이투자증권 시황/전략 이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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