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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려고 삶을 낭비하지 말라' 모건 하우절2024.06.02 PM 01:16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을 움직인다
‘불변의 법칙’ 모건 하우절 인터뷰
확실성에 대한 욕구를 버려라
완벽해지려 할수록 취약해진다
▲돈과 심리 분야의 글로벌 ‘일타 강사’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 ‘돈의 심리학’ 이후 3년만에 출간한 ‘불변의 법칙’으로 또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을 읽었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전혀 새롭지 않았으나 엄청난 흡인력으로 읽혔다.
예컨대 ‘겪어봐야 안다’ ‘행복의 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모든 여정은 원래 힘들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확실성이다’ 등등 우리가 어렴풋이 아는 일상의 진리를 짧고 강렬한 이야기로 재배치해서 뇌에 ‘꽂아주는’ 쾌감이 대단했다.
모건 하우절은 급변하는 기술 사회와 불안정한 주식 시장, 그럼에도 36억 년간 이어진 진화의 방향, 인간의 변하지 않는 방어기제와 욕망에 주목해 23가지 ‘불변의 다이제스트’를 뽑아냈다.
변하는 것만 바라보며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는 것을 바라볼 때 생기는 안정된 시야를 선물하며.
모든 리스크를 통제하기에 세상은 너무 크고 아슬아슬하기에, 미래에 관해서는 적당히 예측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그 본질이란 무엇일까?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들어야 할 이야기의 황금률을 아는 우리 시대의 금융 스토리텔러, 돈과 심리 분야의 글로벌 ‘일타 강사’ 모건 하우절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돈의 심리학’에서 시작해서 ‘불변의 법칙’으로, 더 넓은 세계관에 이르셨더군요.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저는 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개는 돈과 관련된 심리죠. 그런데 돈과 관련된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수록, 돈 자체를 뛰어넘는 더 넓은 시각이 필요했어요. 돈과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는 오히려 넓은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리스크와 탐욕, 두려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데 경제 미디어들이 금융과 주식이라는 렌즈로만 세상을 보여준 탓에, 사람들의 시선이 좁아졌어요. ‘불변의 법칙’에서 저는 성급한 예측보다 굵직한 패턴을 보기로 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패턴을 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당장의 변화에만 집중하면 큰 그림이 안 보여요. 중요한 건 변하지 않는 겁니다. 아마존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이라는 불변의 욕구에 집중한 덕에 성공했지요.
제프 베저스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이라는 변하지 않는 욕구에 집중해 성공했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10년간 무엇이 변할 것 같으냐?"는 질문만 한다고 했다.
내년에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될지, 향후 10년간 어떤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탐욕과 두려움에 쉽게 빠지고, 특권의식에 빠진 자만한 리더가 기업을 망칠 거라는 건 장담할 수 있지요.
분명한 건 두 가지에요. 하나는 특정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토대로 예측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인간은 변함없이 탐욕과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기회와 리스크, 불확실성, 집단 소속감, 사회적 설득력에 반응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변하지 않는 감정을 읽어야 하는군요!
“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모든 사건 뒤에서는 핵심적인 몇 가지 감정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정치가 변한다 해도, 몇 가지 주요 감정이 인간의 행동 대부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갈수록 스토리가 중요해지는 건 그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세상은 정보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늘 바쁘고 감정에 쉽게 좌우돼요. 대중은 복잡한 정보가 한 장면처럼 쉽게 이해되길 원합니다. 훌륭한 스토리 혹은 훌륭한 스토리 안에서도 빛나는 한 개의 문장이 이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 훨씬 더 큰 혁신이 탄생한다는 거죠. 다윈도 진화론을 처음 주장한 인물이 아니지만, 진화에 관한 설득력 있는 책을 처음 펴냈어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이미 알려진 지식을 아름다운 글쓰기로 전달한 책입니다.
낡은 아이디어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어요. 반면 탁월한 아이디어도 형편없이 전달하면 실패합니다.”
-당신이 준수하는 좋은 스토리의 ‘불변의 법칙’은 무엇인가요?
“나만의 철칙은 내가 독자라 해도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일종의 예술입니다. 모든 예술이 으레 그렇듯 누군가에게는 사랑받고 누군가에게는 사랑받지 못하지요.
쓸 때는 두 가지를 생각해요. 첫째, 불필요한 디테일이나 설명으로 장황하게 글을 이어가지 말고 효율적이고 간결하게 쓰자. 즉 “내가 말하려는 요지는 이거다”라는 태도로 쓰는 거죠.
둘째, 독자가 스토리 안에서 만난 감정을 자기 삶의 경험과 연결하게 만듭니다. 훌륭한 스토리를 읽을 때 우리는 그 속의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모건 하우절은 책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통계보다 감정에 더 예민하게 움직인다는 게 사실인가요? 로버트 그린은 ‘확실성에 대한 욕구는 정신이 겪는 가장 커다란 질병’이라고 했다지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통계와 정보가 아닙니다. 불확실성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거죠. 그 욕구 탓에 우리는 이 세계가 엑셀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일례로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건전성은 양호해 보였어요. 하지만 72시간 뒤 파산했습니다. 3일 동안 변한 유일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였어요. 게임스탑은 그와 반대였죠. 2020년 시장에서 퇴출 직전이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폭증했고 주가가 폭등했어요. 머릿속 스토리가 변할 때 펀더멘털의 지표는 무의미해져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불합리와 불완전한 인간으로 들끓는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통계보다 스토리의 힘이 세다는 걸 아는 사람이죠. 늘 그래왔어요.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큰 숫자를 이해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예를 들어보지요. 우리는 하루 중 8시간을 깨어 활동하며 1초에 한 번꼴로 뭔가를 보거나 듣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의 수는 하루에 3만 개이고, 한 달에 한 번꼴로 치면 약 100만 개 입니다. 만약 기적이 일어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면,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죠.
글로벌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표본이 더 커지고 80억 명이 상호작용하는 세상에서는 어느 날 사기꾼, 천재, 악당이 나타나서 상황이 변화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요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뒤엉켜서 계속 일어난다는 거죠.
패턴에 따르면 주식 시장은 3~5년에 한 번씩 폭락합니다. 큰 숫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필연적인 리스크에 과도하게 민감해집니다.
반면 큰 숫자를 이해하면 바깥에서 먼 곳을 볼 수 있어요. 무엇이든 크게 만들려면 시간이 걸려요. 때로는 수십 년이 걸리지요. 그것이 복리 효과입니다. 38억 년 진화의 과정을 보세요. 단기간에 일어나는 마법은 없어요. 결국 관건은 작은 변화가 아니라 축적의 시간입니다.”
▲넓게 보면 우리는 항상 일상적인 리스크 속에 있고, 길게 보면 시간은 반드시 복리의 마법으로 보상한다.
-기술 네트워크 시대에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부자가 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축적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구력입니다. 한 번의 전성기 후 폭락하는 것보다 장기간 평범한 성과를 내는 것이 더 낫습니다. 한 투자자는 연간 수익률이 상위 25%에 든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14년 동안 전체 투자자의 상위 4%에 속했어요.
큰 숫자의 의미를 알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바뀌어요. ‘올해 어떻게 하면 최고 수익률을 달성할까?’가 아니라 ‘내가 장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수익률은 얼마일까?’라고요.”
-가장 좋은 때를 알아차리는 기준이 있을까요?
“제리 사인필드가 한창 잘 나가던 시트콤을 중단하면서 밝힌 이유는 의미심장해요. ‘정상이 어딘지 아는 유일한 방법은 추락을 경험하는 것뿐인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기 때문에 더 오를 지 내릴지 모르는 상태로 그냥 떠나겠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윌 스미스에게 덴젤 워싱턴은 이런 조언을 했어요. ‘최고의 순간을 조심해야 해. 그때 악마가 너를 찾아오니까.’
자산 가격이 높아진 상태는 풍전등화와 같습니다. 아주 작은 사건이나 변화로도 무너질 수 있어요. 높아진 자산 가격이 불안정성을 초래합니다. 주식 시장 과열은 정상입니다. 시장은 늘 그래왔어요.
버블이 터져 시장이 폭락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샤인 필드처럼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죠. 충분함의 미학을 깨닫고 행동해야 합니다. ‘나는 딱 이만큼의 리스크만 감수하겠다, 그리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봐야지’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투자 기간이 있나요?
“알맞은 투자 기간은 약 10년 혹은 그 이상이죠. 기간을 압축할수록 운에 더 의존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투자 실패의 90%는 알맞은 투자 기간을 압축하려 한 탓에 일어났어요.”
미국 자산에 일정 기간 투자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실질 수익률 (1925년 이후)
투자 기간이 길수록 손실 가능성은 낮아짐
-’더 빨리, 더 많이’라는 성장주의 원칙은 폐기해야 합니까?
“무리한 인수 확장은 온갖 종류의 문제를 내포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면 무르고 밀도 낮은 나무가 돼요. 사랑이든 일이든 투자든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려면 두 가지가 필요해요. 인내심과 희소성입니다.”
▲인내심과 희소성이 결정적 가치를 부여한다.
-진실은 그렇게 단순한데 우리는 왜 복잡한 것을 선호할까요? 적게 쓰고 저축하고 인내하는 것이 돈 관리의 최선인데, 대학에서는 파생상품을 가르친다고 당신도 성토했지요.
“어려운 책을 읽을수록 통제감이 생기고, 인지적 벤치프레스를 하는 기분이 들지 않던가요? 복잡한 가르침은 다음을 안내해 주는 완벽한 답이 있다는 착각을 안겨주죠. 반면 단순한 답변은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인정해요.
세상은 불확실하고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지만, 사람들은 그 답을 듣기 싫어해요. 그래서 8시간 숙면하고 많이 움직이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건강에 관한 전부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온갖 보조제와 신약을 찾아다닙니다. 이 모두가 우리가 확실성을 원하기 때문에 치르는 감동적인 시간 낭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를 쓰고 리스크를 통제하려는 노력은 부질없는 짓일까요?
“모든 시나리오를 남김없이 고려했다고 생각한 후 남는 것이 리스크예요. NASA는 상상 가능한 모든 리스크에 플랜 ABC까지 세우지만 그럼에도 아주 작은 실수 하나가 재앙을 불러옵니다. 세상에 변화를 불러온 굵직한 사건 가령 코로나19, 9.11테러, 미국의 대공황 등은 일어나기 전까지 누구의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은 사건이었어요.
리스크를 완전히 정복하는 건 불가능해요. 다만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광란의 20년대’ 이후 대공황이 터진 것은 필연적인 일로 보입니다. ‘호황 뒤에 불황 온다’는 거의 경제 법칙에 가깝죠. 과거를 보며 짐작한다는 게 중요해요.”
▲모건 하우절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불변의 법칙’. 스콧 갤러웨이, 다니엘 핑크, 라이언 홀리데이 등 최전선의 현자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완벽해지려고 할수록 취약해진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더군요. 모든 종은 조금씩 불완전하다는 말이 왠지 안심이 됐습니다.
“나무는 키가 크면 햇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더 커지지 않아요. 역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동물의 몸집이 커지면 더 많은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사냥꾼의 눈에 더 쉽게 띄는 목표물이 되지요. 생존에 필요한 적당 수준의 특성이 세계를 지탱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예요. 최고의 수익과 완벽한 결과를 얻으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취약해져요. 완벽한 예견이 아니라 적당 수준의 예측 모델을 갖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그 결과를 배분해 줄 것입니다. 실수와 사고 호황과 불황은 늘 있어요. 이 정도만 예측하면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어요.”
▲지름길은 없다. 힘든 길이 옳은 길이다.
-제 주변에는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시스템을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요?
“성공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일정 수준의 비효율성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하기까지 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기자가 시트콤을 그만둔 사인펠드에게 좀 더 효율적인 집필 프로세스를 마련했다면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묻자, 그가 말했어요.
“효율적으로 돌아가면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 시트콤이 성공한 건 내가 대사부터 캐스팅까지 모두 관여했기 때문입니다. 힘든 길이 옳은 길이에요.”
모든 여정은 원래 고군분투입니다. 그 비용을 치르고 견딜 뿐이죠.”
지름길은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의 위치를 원한다면 나의 노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경쟁우위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그럼요. 기업도, 제품도, 도시도, 작가도 수십 년 넘게 정상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비틀스, 리바이스, 스니커즈는 예외에 속합니다.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고 안심할 수 없어요. ‘거울 나라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붉은 여왕을 만나서 듣는 얘기도 비슷합니다.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 힘껏 달려야 한다고요. 자리를 지키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 (붉은 여왕 가설)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였던 당신의 눈으로 보았을 때, 150년 역사의 리먼 브라더스는 왜 어떻게 파산했습니까?
“원인은 오만함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실수할 리가 없다고 믿었죠. 최고의 기업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틀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거의 강박에 가까울 만큼 집요하게 분석합니다. 리먼 브라더스는 대체로 그 반대였습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성공한 사람들조차 ‘보기보다 힘들고 보이는 것만큼 즐겁지 않다’는 사실은 언제 체감했나요?
“엄청난 성공을 이뤘지만 남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나는 거의 만나본 적이 없어요. 호화 저택에 사는 사람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자식 문제로 괴로워하고 소송에 휘말리더군요.
배우 짐 캐리가 그랬어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꿈꾸던 걸 이루면 좋겠다고. 그래야 그게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거라고요. 여러분이 생각한 것보다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요.”
-혹시 영향받은 철학자가 있습니까?
“너무 많아서 꼭 한 명을 집어내기가 힘듭니다. 특정한 인물보다는 진화, 자연, 군 역사, 경제사, 생물학, 사회학 등 각 주제 분야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워런 버핏, 찰리 멍거… 당신이 연구한 이 위대한 실천가들도 당신이 말한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나요?
“이 세계에는 두 가지가 늘 동시에 존재해요. 변하지 않는 인간의 행동 특성 그리고 계속 변화하는 기술. 언급하신 인물들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이해하고 다루는 데에 뛰어났어요.”
-책을 다 쓰고 나서 무엇을 깨달았나요? 남는 질문은 무엇입니까?
“책에는 변하지 않은 행동과 특성 23가지가 담겨 있지만, 사실 더 깊이 들어가면 수천 가지는 됩니다. 아직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3가지를 얘기해줄 수 있나요?
“내 아내를 만난 것, 그녀와 결혼한 것, 그리고 아빠가 된 것입니다.”
-살아보니 정확한 미래를 보려는 욕망을 내려놓으니 어떤 이점이 있던가요?
“적당한 수준의 예측이 주는 이점은 자기 자신을 속이게 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거죠.”
-저 또한 변하는 세계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계획’과 ‘통제감’ 속에 머물렀지만, 막상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살아보니 적당히 앞날을 열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불확실성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습니까?
“저는 합리적 낙관론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썼습니다. 제가 말하는 합리적 낙관론자란, 자신이 지향하는 장기적 목표에 대한 확신을 갖고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되 그 목표에 이르는 길에서 만날 역경과 실패에 관해서는 현실적 시각을 갖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것이 불확실성을 대하는 최선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세상을 흑백 이분법으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예측 가능하다 혹은 예측 불가능하다, 하는 식의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장기적인 목표와 현실의 어려움을 다 봐야 해요. 그래서 저는 한결같이 조언하죠. 비관론자처럼 저축하고 낙관론자처럼 투자하라고요.”
▲낙관론과 비관론은 하나의 스펙트럼에 존재한다.
-보통 사람도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요?
“빌 게이츠도 이런 고백을 했어요. ‘나는 늘 불안했습니다. 수익이 안 나면 어떡하지?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지?’ 빌 게이츠 역시 비관과 낙관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낙관론과 비관론은 하나의 스펙트럼에 존재해요.
큰 눈으로 역사를 보면 좀 안심이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대개 좋은 결과에 이르고 단기적으로는 종종 나쁜 상황을 겪는다는 걸 알 수 있죠.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 파산을 겪지 않고 버티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집값, 시선 경쟁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세계를 통과 중인 한국인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합리적인 기대치를 갖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평정심을 유지하세요. 정확한 미래란 없습니다. 확실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유의미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쏟으세요. 혹 여러분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해도, 그 당시의 삶과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들여다본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지금 이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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